▲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독립언론 뉴스타파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한 가운데, 직원들이 압수수색에 항의하는 피켓을 출입문에 붙여 놓았다.
권우성
검찰은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이 싫었던 걸까.
<뉴스타파>가 검찰 특활비 상세 내역이 공개하려는 날, 검찰은 <뉴스타파>에 대한 압수수색을 감행했다. 여론의 관심도도 '검찰 특활비'가 아닌, 뉴스타파 압수수색으로 옮겨갔다. <뉴스타파>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는 강승규 대통령실 수석의 관제데모 의혹과 검찰 특활비 이슈를 삼켰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이 서울 중구 충무로 <뉴스타파> 사무실로 들이닥친 건 14일 오전 9시경. 검찰은 지난 대선 당시 <뉴스타파>가 보도한 김만배-신학림씨 녹취록을 허위로 보고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이어왔다. 이번 압수수색도 보도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압수수색을 단행한 시점이 묘하다. 당초 <뉴스타파>는 이날 오후 1시 30분 검찰 특활비 내역을 집중 분석한 '검찰 특활비 등 예산오남용 시즌2'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다. <뉴스타파>는 지난 7월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재직 당시 특활비 내역 등을 입수해 보도해왔고, 이날 검찰 특활비와 관련한 의혹들을 추가로 제기하려 했다.
그런데 이날 오전 검찰의 압수수색은 언론사들의 관심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포털에서 뉴스타파 압수수색을 다룬 기사는 100여 건 이상 검색된다. 한국언론재단 빅카인즈에서도 '뉴스타파 압수수색'이라는 단어가 담긴 언론 기사 역시 64건에 달했다.
<뉴스타파>는 검찰 압수수색에도 기자회견과 보도를 예정대로 진행했지만, '압수수색' 관련 보도와 비교하면, 보도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네이버와 다음에서 이날 오후 4시 기준 '검찰 특활비'로 검색한 결과, 관련 기사는 각각 10건을 넘지 않았다. 그마저도 취재를 직접 수행한 <뉴스타파>, <뉴스민>의 기사가 대부분이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오늘은 '검찰 특활비 등 예산오남용 시즌2'를 기자회견과 집중보도를 통해 공개하려고 한 날"이라며 "때를 맞춰 <뉴스타파>를 침탈한 건 그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검찰 특활비 이슈를 덮으려는 시도 아니었냐는 의심이다.
도 넘은 뉴스타파 때리기... 정권 부정적 이슈 가려져
<뉴스타파> 때리기가 계속될수록, 정권의 부정적 이슈는 가려지고 있다. 지난 6일 <시민언론 더탐사>는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 수석과 보수 인사 A씨와의 전화 통화 녹취를 공개했다. 이 녹취에서는 강 수석이 MBC에 대한 보수단체의 관제 데모를 종용한 정황도 포착됐다. 녹취록을 보면 A씨가 "MBC 앞에 가서 우파 시민들 총동원해서 시위를 해야 한다"고 말하자" 강 수석은 "주변에 그렇게 하세요"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차원에서 언론에 대한 비판 집회를 종용한 정황으로, 충분한 이슈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사안은 <뉴스타파>에 김만배 녹취록을 건낸 언론인 출신 신학림씨가, 김씨로부터 1억5000여만원을 받은 사실에 묻혀 상대적으로 여론의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 주요 인사들이 "국기문란", "중대범죄", "정치공작"이라는 원색적 단어로 공세를 펼쳤고, 언론의 관심도 이들의 '입'에 집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