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14일 오후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KBO 신인드래프트. NC 다이노스에 지명된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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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오늘 드래프트 행사에서 의외로 기억에 남았던 장면이 있었다. 행사 장소에 초대된 선수 30명 중 한 명, 장충고 원종해 선수가 계속 지명되지 않았다. 고등학교 유니폼을 입고 온 선수들이 하나 둘 프로 구단 유니폼으로 갈아 입는데 그 선수는 고등학교 유니폼을 입고 있다. 결국 나중엔 혼자만 고등학교 유니폼을 입고 앉아 있게 됐다.
2라운드, 3라운드, 4라운드, 5라운드……. 카메라는 노골적으로 그 선수를 비춘다. 위에서, 옆에서, 앞에서 줌으로 당겨서 선수의 얼굴을 보여준다. 선수의 긴장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보는 사람이 다 힘들지경이다. 그러다 드디어 7라운드에서 NC의 픽을 받았다.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모두 한 마음으로 그 선수의 지명을 바랐던 것이다.
행사장에 있던 선수 중 마지막 지명을 받아 특별 인터뷰도 했다. 선수 아빠에게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고 하니 아들을 보고 울컥하시며 '고맙다'란 한 마디를 하셨다.
나의 초심도 떠올리다
사실 지명 순서가 프로에서의 실력 순서는 아니다. 지금 롯데의 1군에서 뛰고 있는 유강남 선수는 2차 7라운드 지명, 이정훈 선수는 2차 10라운드 지명이었다. 오늘 프로 구단에 지명된 110명 선수 모두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파이팅하면 좋겠다.
행사 시작전, KBO 허구연 총재가 이런 인사말을 했다. 초심을 잃기가 쉬운데 선수들 모두 오늘의 초심을 잃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말. 그리고 오늘 지명받지 못하는 선수도 또 다른 길이 있을 수 있으니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
오늘은 새로운 하루, '일하기 싫다'라는 말을 뒤로 하고 나의 초심을 생각한다. <오마이뉴스>에 보낸 기사가 처음 포털 사이트에 떴을 때, 그때 나도 울뻔 했었지. 신인 드래프트 뭐가 재밌을까, 했는데 많은 청춘들의 초심을 마주한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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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가장 기억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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