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이원진 씨
이원진
- 학부모와 학생들이 선생님들과 함께 집회에 간 이유가 뭘까요?
"저희 학교에선 학부모회의가 한 달에 한 번 열려요. (최근 회의 때) 학부모 대의원들과 선생님들이 집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가능한 사람들은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교장 선생님도 같이 고민하고 의견을 나눴어요.
대다수 학부모들이 선생님들을 지지해요. 선생님들 상황이 안타깝고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서 선생님들에게 힘을 실어드리고 싶었어요. 아이들도 현장에 가면 사회적 문제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엔 휴교하진 않았지만, 블록제 수업에서 1블록은 선생님이, 2블록은 학부모가 맡아 집회에 가고 싶은 선생님, 학부모, 아이들은 그 시간에 갈 수 있도록 했어요. 저랑 딸은 오래전에 잡아 놓은 일정이 있어 못 갔지만 아내는 '힘이 되어 드리겠다'며 갔어요. 현장에서 선생님들이 고맙다고 했다더라고요."
- 학교 학부모회가 활성화돼 있나 봐요.
"저희 학교는 전체 학생수가 100명밖에 안돼요. 학년별로 한 학급밖에 없어요. 한 반에 11명에서 20명 정도예요. 작으니까 공동체가 활성화되기 더 쉽죠. 신입생 때부터 학교에서 '내 아이가 아니라 우리 아이를 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학부모회는 매월 정기적으로 회의해요. 여기 선생님들도 참여해 학교 '한달살이'랑 논의해야 할 문제들을 이야기하죠. 남자아이들은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집에서 잘 이야기를 안 하다 보니 선생님한테 아이의 학교 생활에 대해 처음 듣는 분들도 계세요.
학부모 반 모임도 일주일에 한 번씩 해요. 민원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반모임에서 민원을 학부모 대표에게 전달해요. 반모임에서 공개하기 어려운 학생 개인에 대한 상담 이외에는 선생님한테 톡이나 전화를 하진 않아요.
학교 행사도 많아요. '계절학교'라고 부모들이 교사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이 일주일 이상 이어져요. 행사 뒤에는 소회를 나누는 '나눔의 시간'이 다 있고요. 밴드, 바느질, 대금, 축구, 족구 등 학부모 동아리 활동도 많다 보니 자주 만나게 돼요. 저는 족구를 해요. 졸업생들도 같이 해서 멤버가 꽤 많아요. 처음에는 이런 모임에 꼭 참여해야 할까 그랬어요. 해보니 새로운 시각으로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더라고요. 부모회처럼 아이들도 '온다모임'이 있어요. 선생님끼리도 매주 한 번 늦게까지 교육과정에 대해 토론해요."
- 그 학교에는 문제행동 학생 지도 과정에서나 학폭 탓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아이들 간에 큰 문제는 별로 없어요. 문제 학생이 있다면, 그 반 학부모 모임에서 선생님이랑 같이 이야기하고요. 부모끼리는 생각이 다를 때가 많죠. 그런데 부모들도 서로 쌓아온 신뢰가 있고 아이들의 장단점을 알고 있어요.
또 이 학교에 아이를 보내려고 여기로 이사 오신 분들도 많다 보니 서로 생각이 비슷하기도 해요. 저는 아이가 대학 가는 데 매진하는 것보다 자기 적성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쪽으로 왔어요.
저희 학교에서 학폭 사건을 본 적이 없어요. 누가 괴롭히는 거 같다 싶으면 선생님이 학부모 반대표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반대표가 해당 부모와 같이 이야기해요. 학부모들끼리 만나 풀기도 하고요. 사안에 따라 선생님이 학부모와 직접 통화하는 경우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