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많이 나는 아기어린 아기가 아프면 비상상황이 된다.
김성희
아프면서 충분히 쉬지 못해서인지, 잠깐만 움직여도 쉬 지쳤다. 막내와 병원에서 4시간 넘게 있다 집에 왔더니 더 움직일 힘이 없어 그대로 드러누웠다. 잠은 오지 않아서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는데, "신생아 특공"이라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아기를 낳으면 "특공대"가 나타나 우리를 도와주려나? 그랬으면 좋겠다~' 혼자 상상하면서 기사를 클릭했다.
"내년 3월부터 신생아 출산 가구를 위한 주택 특별공급(특공)과 우선공급이 도입된다"는 첫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아......." 짧게 탄식이 나왔다. '그러면 그렇지' 하면서 인터넷 창을 닫아버렸다.
마침 학원에 가야 하는 둘째가 배가 고프다고 했다. 아픈 막내도 밥을 먹여야 약을 먹일 테고, 곧 돌아올 큰아이도 저녁을 먹여야 하니 몸을 일으켰다. 밥을 하면서 눈에 들어온 세탁기와 건조기 속에 빨래는 한가득이고, 여기저기에는 고양이 털이 날리고 있었다.
이런 비상상황에 나를 좀 도와주고, 아기를 돌봐줄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독수리 오형제'처럼 '특공대'가 '짠~' 하고 나타나 나와 남편의 몸이 회복될 동안 밥을 해 주고, 빨래와 청소를 도와주면 얼마나 좋을까.
아기가 아프더라도 급한 일을 취소하지 않고, 회사에 눈치 보지 않고 하던 일을 그대로 할 수 있도록 가까이에 아기를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사람 손이 절실한데 집이라니. 이러니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멀게만 느껴질 수밖에.
<소설보다 가을>(2023)에 수록된 이주혜 작가의 단편소설 <이소 중입니다>에 나오는 한 대목이 떠올랐다.
"임신 소식을 들은 남자 친구는 '가오'를 잃지 않으려고 끝까지 '오빠가 책임질게'를 연발했지만, 결국 어린 연인과 그들의 아기를 책임진 것은 비바람도 불사하고 새벽마다 난바다로 출항을 감행했던 선주의 배들이었다. 선주의 배가 잡아들인 조기와 서대와 주꾸미가 대학생 부부의 학비와 어린 아기의 분윳값, 기저귓값이 되어 주었다. 고향에서 꼬박꼬박 돈은 도착했지만, 사람은 오지 않아 어린 아기는 소설가가 휴학하고 혼자 키웠다(71쪽)."
아이만 낳으면 집도 우선 공급한다고 하고, 세 자녀가 되면 차를 살 때 세금도 깎아 준다고 하고, 육아 수당도 준다고 하는 정책들이 '오빠가 책임질게'를 연발하던 어린 남자 친구의 '가오'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기를 키울 때 안정적인 집과 돈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다. 아기는 '가오'가 키우는 게 아니라, 사람이, 사람의 손이 키우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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