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 표지
아름드리미디어
오늘 소개할 작품 〈주름〉은 이런 이야기를 다룬다. 물론, 이 텍스트는 치매로 인해 기억을 전부 잃어버리는 알츠하이머 환자에 대한 이야기만을 다루진 않는다. 요양원에 머물러 있어야만 하는 나이든 존재를 조명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주인공이자 알츠하이머 환자인 전직 은행지점장 '에밀리오'에 대한 사연을 다룬다.
이 텍스트에서 요양원은 지루하고 답답한 공간으로 묘사된다. 이곳에 온 노인들은 큰 사건 없이 먹고 자는 일상을 반복한다. 요양원이라는 공간이 노인들을 더욱더 나약하게 만든다. 저자는 이처럼 생기 없는 요양원의 공간을 만화의 형식으로 잘 담아 놓는다. 그러니 독자들은 요양원이 어떤 공간인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요양원에 온 노인들의 삶이 짠하다는 점에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누구나 한 번은 통과할 수밖에 없는 여정이 나이듦이기 때문이다. 그 누가 시간을 거슬러 오를 수 있겠는가. 이러한 측면에서 〈주름〉은 우리의 미래를 적나라하게 잘 담아 놓은 텍스트라는 생각이 든다.
요양원에 머물고 있는 후안은 과거에 멋진 라디오 방송국 아나운서였다. 하지만 요양원에 온 이후로 누군가의 말만을 반복해서 말하는 광대 같은 노인이 되었다. 로사리오는 요양원에서 이스탄불로 향하는 오리엔트 특급열차에 타고 있다고 믿으며 환상 속에서 살아간다.
안토니오는 가끔씩 방문하는 손주에게 무엇이라도 주기 위해 요양원에서 얻을 수 있는 일회용 케첩이나 잼 등을 몰래 챙긴 후, 손주가 오면 선물로 주는 우스꽝스러운 인물이다. 요양원 밖에 있었다면 진심으로 손주를 사랑해 줄 수 있었을 텐데 이곳에서는 이런 마음을 허락해주지 않는다.
돌로레스와 모데스토는 서로 신뢰하는 부부 사이로 모데스토가 알츠하이머를 앓자 부인은 그를 돌보기 위해 요양원에 함께 오게 된다. 페이세르는 1953년 전국육상 동메달 매달리스트로 씩씩하고 건강한 사람이었지만 나이가 들자 이곳에 어쩔 수 없이 오게 되었다. 그는 이 시절을 가장 좋은 날로 기억하고, 그날의 추억만을 이야기하는 인물이다.
펠릭스는 자신이 군인이라는 착각에 빠져 요양원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경례한다. 그런데 이런 인물 중 가장 짠한 사연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부인을 넌지시 지켜보는 남편의 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