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 화, 토, 금, 수 음양오행 <나의 사주명리>에서 발췌, 현묘 지음
(주)태학사
게다가 나를 상징하는 일간을 기준으로 식상, 재성, 관성, 인성 육친(십성)의 틀로 가족, 직장, 사회 등 주변 환경과의 상호 작용에 대한 설명도 가능하다. 변하지 않는 자신의 사주원국 여덟 글자는 10년마다 바뀌는 대운, 매년 바뀌는 세운의 글자들을 만나는데, 글자들끼리에도 좋고 나쁨이 있어 형, 충, 파, 해, 합으로 구분되며 이 또한 삶에 영향을 끼친다.
사주명리를 모르고도 삶은 돌아가지만, 알고 보면 납득되는 점이 있기에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의 관심 속에 명맥을 잇고 있는 것 같다. 한낱 책 몇 권과 유튜브를 통해 얻은 얄팍한 지식이지만 서너 달 남짓을 매달리며 이제 좀 파악했나 싶은데 새로운 개념이 계속 등장해 끝이 없다. 우스운 건, 아직 전모를 알지 못하는데도 지엽적인 뭔가를 새로 알게 되면 놀랍고 재미있어서 가족들에게 구구절절 말해대지 않고는 못 배겼다.
어제는 이래서 좋을 거라 해놓고 오늘 새로 알게 된 지식으로 그게 아니었다며 자꾸 말을 번복해 대니, 들어주는 가족들이 점점 괴로워했다. 직장 잘 다니는 남편에게 '60대에 관운이 깨지는 대운이 오니 어떡하냐?'고 답도 없는 쓸데없는 걱정을 일으키거나(어차피 60대에 정년은퇴라 관이 깨지는 건 이미 기정사실인데), 자녀들에게 원하지도 않는 조언을 날려서 불안하게 만들기도 했다. 말 그대로 선무당이 사람 잡는 꼴이었다.
가족들의 신뢰만 잃는 꼴이 되어가니 말을 점점 삼가고 자중하게 되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정확하지도 않은 조언을 남발하는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그 기저엔 미래의 위험과 고난을 미리 알아 통제해 보겠다는 심리가 강하게 발동했던 것 같다. 하지만 무수한 변수와 우연이 도사리는 삶에 만사를 내 맘대로 할 수 있다고 믿는 건 누가 봐도 비상식적일 것이다.
일어날 일은 아무래도 일어나고, 일어나지 않을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또 한 가지 드는 생각은 어떤 운이라도 절대적으로 나쁘거나 좋은 건 아니라는 점이다. 극에 달한 재복이 필연적으로 건강을 해칠 기운을 높이는 것처럼 좋은 면이 있으면 반대편의 그늘이 늘 함께 온다는 것이다. 명예, 돈, 이성이 좋다고 과하게 쫓기만 할 게 아니라 매사 겸허하게 살아낸다면 복도, 화도 적당한 선에서 지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주명리를 몇 달을 파도 정작 궁금했던 딸의 진로에 대한 답은 애매모호했다. 나의 얕은 해석으론 딸이 운동이나 몸 쓰는 걸 좋아한다는 것(이 점도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던 일)과 다양한 경험이 진로 결정에 도움이 된다는 걸 확인하는 정도였다. 결국 답은 딸 스스로 찾았는데, 더 이상 모델 쪽의 일에 마음을 접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모델을 하기 위해 10kg 가까이 체중을 감량하는 일은 먹는 걸 좋아하는 녀석에게 혹독한 고문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화려하게 빛나는 무대 뒤편 즉, 무대가 끝나고 난 후 휩싸이는 심리적 공허감을 감당해 낼 자신이 없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렇게 모델에 관한 부푼 마음이 가라앉고 나니 그제야 전공 공부가 좀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고 한다. 결국 비싼 수업료 내며 자신의 손에 쥔 것에 감사하게 된 셈이 아니었나 싶다.
딸의 진로 고민 덕분에 나의 사주 명리 공부만 남았다. 재미있으니 더 해볼 요량이다. 하지만 사주가 아무리 나 자신을 아는데 도움이 된다 해도 노상 글자만 들여다 보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평상시 삶을 성찰하고 자신의 한계와 깊이를 알아가는 노력 또한 등한시하지 않는 것이 필요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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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궁금한 게 많아 책에서, 사람들에게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즐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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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학원 등록한 딸 때문에 시작한 사주 공부의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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