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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장관의 한없는 가벼움... 진짜 문제는 '불체포특권' 아니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록 2023.10.03 19:01수정 2023.10.0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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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유성호

 
지난 9월 18일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하면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필요성에 관심이 쏠렸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6월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언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독재 시대가 아니니 없어도 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불체포특권은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즉 개헌하지 않으면 고칠 방법이 없다. 불체포특권에 대해 헌법학자는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지난 9월 28일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전화 인터뷰했다. 다음은 한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불체포특권 존치시킬 필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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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나 불체포특권이라는 건 근대 의회 제도에 수반하여 형성되었던 제도입니다. 다만 그것이 추구하는 목표가 나라마다 다릅니다. 예컨대, 영국에서는 국왕 권력으로부터 의원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런 특권에 대해 인정했고, 프랑스의 경우 의원들의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정했습니다.

권력분립의 체제가 구축되었던 미국의 경우에는 대통령의 권력으로부터 의회의 권력을 보존함으로써 행정부와 의회 간의 권력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정되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영국은 의원 개인의 특권이라는 측면이 강하였고, 미국이나 프랑스의 경우 의회나 시민사회의 특권이라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특권 자체가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과도한 특혜가 아니냐는 논의를 하기 전에 우리 정치체계에서 시민사회의 대표성을 국회에 어떻게 반영하고 그러한 국회를 다른 국가기관에 대하여 어떤 위치에 자리매김할 것인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국민의 대표 기관으로서의 국회는 무엇을 어떻게 해 나가는 존재여야 하는가, 나아가 국회와 정부의 관계 특히 검찰로 상징되는 형사사법 권력과 정치의 관계 등을 제대로 정립해 나갈 필요가 있고, 이런 점에 대한 우리 모두의 성찰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 우리나라는 국회에 대한 인식이 안 좋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불체포특권에 대한 인식도 안 좋은 건가요?


"국민의 인식이 안 좋은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동안 국회의원이 개인적인 비리나 부정을 저질렀음에도 방탄 국회를 연다든지, 국민에 대한 별다른 설명이나 해명도 없이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면서 그 의원을 보호해 왔었죠. 그래서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안 좋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이런 특권을 존치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우리 국회는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라기보다, 당파적인 이해관계의 결집체 내지 정권 안보를 위한 제1교두보 정도의 역할만 해 왔습니다. 물론 권위주의체제에서의 억압에 항거하기도 하였고 절차적 민주주의의 실현에 많은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런 모습 대부분이 국회의 의정 활동을 중심으로 이루어지지는 못하였습니다.

오히려 날치기 통과라든지 교섭단체 간의 타협이나 야합 등 제도 바깥의 행태들에 의해 국회 의사 과정들을 왜곡해 온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국회는 대통령이 장악한 권력 앞에서 무력한 존재일 수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특히 제헌국회에서부터 대통령은 국회를 국민의 뜻이 집결되는 정치 공간으로 바라보지 않고 오히려 국회를 우회하여 직접 국민들을 동원하였습니다. 심지어 그렇게 동원된 국민의 뜻을 내세우며 국회를 무시하거나 정치깡패나 경찰, 군대 등을 동원하여 폭력으로 의사당을 점거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금 이 민주화의 시대에도 그런 의회주의의 왜곡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 있다고 봅니다. 물론 현시대의 군대나 경찰, 정치깡패를 동원하는 것은 무리일지 몰라도, 과거 제15대 국회 때 여소야대로 구성되었던 국회를 인위적으로 여대야소로 바꾸어 냈던 일이나, 너무도 촘촘하게 짜인 국가 형벌권을 빌미로 개별 국회의원들을 겁박할 수 있는 여지가 크게 열려 있는 상황, 심지어 여야 불문하고 소수의 정당 간부가 소속 의원들의 공천권이나 상임위 배정권 등을 바탕으로 원내 심의 표결 과정을 좌우할 수 있는 현실 등을 고려한다면 개별 의원에 대한 제도적 보호 필요성은 아직도 존재한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에서 이번 체포동의안 사건을 계기로 국민들도 불체포특권을 방탄 국회의 관점이 아니라 우리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표기관으로서의 국회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한 '수단적인 제도'라는 관점에서 재인식하고 그것이 방탄 국회의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국민적 감시와 견제의 수단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국회의원 구속영장 처리되는 과정이 문제... 검찰, 신중하게 행동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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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이 2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2023.9.27 [공동취재] ⓒ 연합뉴스

 
- 어떤 대안이 만들어져야 할까요?

"사실 진정 문제 삼아야 할 것은 불체포특권이라는 헌법 제도가 아니라 국회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처리되는 과정입니다. 국회의원에게 범죄의 혐의가 있으면 검찰이 법원에 구속영장을 신청합니다. 그러면 법원은 별다른 판단을 하지 않고 거의 기계적으로 정부에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보내달라고 요청합니다. 이어 국회는 정부가 보내온 체포동의안을 두고 토론도 없이 무기명표결에 들어갑니다.

여기서 심각한 문제 하나가 생겨납니다. 국회가 국민의 대표기관이자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체포 여부를 표결하는 과정에서 법관의 판단이 아니라 구속영장을 신청한 검사의 판단만 고려하게 됩니다. 구속의 주도권을 법관이 아니라 검사가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형사재판에서 일방 당사자에 불과한 검사의 말만 듣고 300명의 국회의원이 체포 여부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하는 구조이지요. 그러다 보니 검찰의 표적 수사니, 정치 탄압이니 뭐니 하는 방어용 논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검사의 구속영장 신청에 대해 법원이 먼저 영장실질심사나 그에 준하는 절차를 열어 구속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를 사전에 판단하고 이를 근거로 하여 '이 국회의원은 범죄의 소명이 있고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구속할 필요가 인정되니 그 구속을 위한 구인(체포)에 동의해 주십시오'라고 국회에 요청한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을 듯합니다. 적어도 독립된 사법관인 법관의 판단이 선행하는 만큼, 동료 국회의원들이 함부로 방탄 국회를 열지 못할 것입니다. 혹은 정치 탄압 운운하는 목소리도 줄어들 것입니다."

- 이번에 이재명 대표의 체포 동의안 과정은 어떻게 보셨어요?

"의회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 헌법 체계로 보자면 불행한 사태였습니다만, 그 과정 전반에 걸쳐 특별히 잘못된 점은 없었다고 생각됩니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어쨌든 구속영장이 기각되어 국회의 운영이 파행으로 치닫는 일은 없게 되기도 했고요. 역시 결과론이겠으나, 크게 아쉬운 점은 검찰과 법무부 장관의 한없는 가벼움입니다. 이 사태는 야당 대표라는 지위뿐 아니라 국민의 대표기관이자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의정 단상에서 떼어 놓아 구치소로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일반 국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겠습니다만, 검찰이 인신의 구속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는 없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는 것입니다."

- 이재명 대표가 6월 국회 연설을 통해 불체포특권 포기하겠다고 했잖아요. 그러나 불체포특권은 포기할 수 없는 거란 주장도 있던데.

"불체포특권은 의원 개인의 특권이자 국회의 특권입니다. 그래서 개별 의원이 함부로 포기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그것은 의원이라는 국가기관의 특권이지 김아무개 이아무개라는 자연인의 특권이 아닙니다. 개인적 국회의원의 특권이라 하더라도 자연인인 국회의원은 국가기관인 국회의원의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나서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국회의원이라면 비록 수사받고 있다 하더라도 국민의 뜻을 대표하는 직무를 내팽개쳐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정 포기하고 싶으면 국회의원을 사퇴하는 게 맞습니다. 그래서 이재명 대표의 6월 발언은 헌법적으로는 잘못된 것입니다. 정 불체포특권과 관련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고자 하였다면, 방탄 국회를 열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최선이었을 것입니다."

- 2018년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스스로 영장실질심사 받으러 갔잖아요. 그것도 문제일까요?

"권성동 의원의 경우 임시국회였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국회의 회기를 종료하면 국회의 체포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거든요. 하지만 지금의 경우는 정기국회라서 함부로 회기를 종료할 수 없습니다. 정기국회에는 법률안 등 일반안건 외에도 국정감사에서부터 예산안처리 등 중대한 의사일정이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기국회의 회기는 100일 이내로 하도록 헌법이 정하고 있어 극단적인 경우에는 단축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정치 관행뿐 아니라 정기회 제도를 둔 헌법의 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 민주당에서는 (체포동의안에) 가결 표 던진 의원을 색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요. 무기명 비밀 투표인데 색출하는 게 맞을까요?

"저는 우리 국회에서 가장 잘못된 것 중 하나가 인사에 관한 안건에 대해 무기명 투표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인사 문제의 경우 투표 잘못했다가 서로 척지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겠습니다만, 국회는 자연인의 모임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원의 모임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국회의원이 어떤 안건에 대해 어떤 내용의 의결을 했는지 국민이 지켜보고 지지나 비판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공개투표가 원칙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무기명 투표의 관행 또는 제도는 이제 폐지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는 무기명 투표로 체포동의안을 처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결에 찬성한 의원들을 색출하겠다고 나서는 것 역시 우리 국회의 후진성을 단적으로 드러냅니다. 일종의 포퓰리즘 정치 같습니다. 제대로 된 국회라면 표결 이후에 너 죽고 나 살자 식으로 대립할 것이 아니라 그 표결 이전에 충분한 토론과 협의와 합의의 과정을 펼쳤겠지요.

혹은 표결 이후에도 부결이든 가결이든 그 의결 행위의 정치적 의미에 대해 충분히 토론하고 또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겠지요. 하지만 이번 과정을 보면 이런 토론과 설명의 과정은 아예 생략되고 끝없는 당파갈등만 하다 표결에 들어가니까 사후적인 앙갚음의 정치가 이어지는 것입니다."

- 영장이 기각됐잖아요. 이후 국민의힘에서는 사법부 비판하는 말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이 현상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사법적 판단에 대해 정파적인 이해관계에 입각한 비난을 퍼붓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바로 사법의 정치적 독립성을 저해하는 행태니까요. 물론 법관이라고 해서 항상 옳은 판단만 하는 것은 아니며, 그 판단은 언제든지 국민적 비판에 열려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이나 원내 의석을 가진 여당이라면 사실상 정치권력 가지고 또 그걸 행사할 수 있는 기관이지 않습니까?

여당이 구체적인 법원의 판단에 대해서 직접 공격하는 것은 사법의 독립이라는 관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 정부나 여당 또는 야당까지도 그 판단을 존중하는 위에서 나름의 정치활동에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탄핵이나 해임은 아니지만... 법무부 장관이 책임져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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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법무부 장관에 대해선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요?

"사실은 영장 신청은 법무부 장관이 아니라 검찰의 영역입니다. 다만 국회의 체포동의안을 보내는 건 검찰이 아니라 정부이기 때문에 정부의 대표자로서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그에 대한 제안 이유를 설명하게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체포동의안 제출과 영장 기각에 대한 책임이 법무부 장관에 미치지 않는 건 아닙니다. 특히 우리의 경우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이라는 요청 때문에 법무부 장관이 검찰사무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지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 점을 감안한다면, 이 야당 대표의 구속 여부와 관련한 일련의 사태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법무부 장관에게 집중되어야 하겠지요."

- 해임 혹은 탄핵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정치적 책임은 져야 하겠습니다만, 이 문제가 법무부 장관 탄핵이나 해임까지 갈 정도는 아닐 듯합니다. 다만 법무부 장관이라면 국민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해명할 책임은 있다고 봅니다. 사과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왜 검찰은 국회의 의정 과정에 무리수를 던지면서까지 영장을 청구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앞으로 수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등에 대해 보다 자세한 해명성 설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 검찰도 영장 청구 기각한 법원을 비판했습니다.

"검찰이야 일방 당사자인 데다 자기들이 패소한 셈이니까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수는 있겠지요. 그건 별문제 아니라고 봅니다만, 그렇다고 그것으로 검찰 스스로의 반성과 성찰까지 대신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이번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일련의 과정들은 우리 사법 체계와 우리 정치 체계의 허약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그것을 처리하는 전 과정을 지배한 것은 포퓰리즘이거나 혹은 정파적인 이해관계였으며, 그 무대는 그들만의 닫힌 공간일 뿐이었습니다. 다시는 이런 폐쇄적인 정치, 대중 조작적인 정치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정말 바라건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대로 된 의정 체제, 제대로 된 형사사법 체제를 만들 수 있는 성찰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전북의소리'에 중복게재합니다.
#한상희 #불체포특권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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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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