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열등감의 출발점, 여기서부터 아닐까?

식민지사관에 빠지지 않아야... 세계는 지금 K에 반해

등록 2023.10.08 15:56수정 2023.10.0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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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

미국의 저널리스트 콜린 마샬의 말이다. 한국인들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선진국인데 정작 자신들은 후진국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타자의 눈에 비친 우리 모습을 더 신뢰하고 더 반기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절 전 세계가 혼란에 빠져 있을 때 국가 통제가 되고 있었던 몇 안되던 나라가 한국이었다. 하지만 많은 국내 언론은 의심과 불만으로 평가절하했다. 해외 언론들이 앞다투어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검사 방법 등 모범적인 K-방역을 배워야 한다며 칭찬보도가 계속 나오자 그제야 비판적 의견들이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전 이코노미스트 한국특파원 다니엘 튜터는 한국인은 내재화된 서양우월주의가 심해 어떤 사안이듯 기준은 늘 서양 중심이고 한국의 유명인이 서양언론에서 인정받으면 한국언론은 그때서야 열광한다고 말한다.

특히 한국인들은 미국인에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고 말하며 "이미 한국은 많은 부분에서 미국을 넘어섰고 국민들은 더 오래 건강한 삶, 더 나은 교육과 적은 실업자 수로 가난하게 살 가능성이 적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한국인은 우리가 보는 우리 모습보다 해외 반응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콜린 마샬의 말처럼 국가열등감(a national inferiority complex)에 빠져 있는 것이다. 나 또한 이런저런 이유로 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렇게 외국 저널리스트의 주장을 예로 들어야 하는 모순에 빠져 있으니 이를 뭐라고 해야 하나 난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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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라시드 저:우리가 보지 못한 대한민국 도서 ⓒ 민음사

 
영국 출신의 프리랜서 기자 라파엘 라시드(Raphael Rashid)씨의 저서 '우리가 보지 못한 대한민국'에는 열등감에 빠진 한국인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 실려 있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보면 한국은 세련되고 화려하며 역동적인 나라이며 눈부신 경제 발전과 예술 번영의 시기에 들어선 전 세계의 부러움과 찬사를 받는 나라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급작스러운 경제, 기술, 사회의 변화로 혼란을 느끼고 있으며 이는 사회적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며 특히 젊은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 한국인들이 부지런히 추구해야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주입된 꿈이 아니라, 자신의 본모습을 발견하고 수용하고 그것을 지켜 나가려는 노력이다.
 

한국인들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열등감에 빠져 스스로 가진 힘을 모르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 내재된 힘으로 지금 세계인의 부러움과 찬사를 받는 나라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은 스스로 가진 것이 없는 불행한 나라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은 자랑과 칭찬에 인색하고 비판과 평가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또한 겸손이 지나쳐 자기 비하는 상습범이다. 조금이라도 자기를 내세우면 꼴불견으로 취급받고 자식자랑, 마누라 자랑은 팔불출 취급을 당한다. 반면 비판에는 누구보다 일가견이 있다. 딱 보면 견적이 나온 단다. 스치듯 딱 한 번만 봐도 단점 찾아내는 데는 도가 텄다.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우리가 보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

사회학자들의 주장대로 겸손이 미덕인 동양인의 가치관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고 천성일 수도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일제 강점기 한국인의 열등감 주입에 열을 올린 식민사관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한국사회에는 '냄비근성' '조선 놈들은 말로 해선 안돼'와 같은 말을 입에 올리는 사람이 있고, 한국인을 모래나 들쥐에 비교하며 깎아내리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일제강점기 식민사관으로 주입한 자학적 열등의식이 근 백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깊게 박힌 식민의 상처가 자기 비하를 심화시켜 칭찬에 인색하고 비판과 부정적 평가에 익숙한 습관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반세기가 훨씬 지났지만 청산하지 못한 식민의 역사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친일잔재 청산이 시급한 이유다.

식민사관의 주력조직은 일제가 우리의 혼과 얼을 말살하기 위해 만든 '조선사편수회'였다. 조선사편수회는 그저 하나의 친일기관이 아니라 민족역사를 지우고 왜곡한 악랄한 집단이었다. 이 조직에서 발행한 조선사(朝鮮史), 조선사사료총간(朝鮮史料叢刊), 조선사료집진(朝鮮史料集眞)을 작업하면서 단군조선'과 관계된 고사서 등 51종 20여만 권을 불태워 버렸고 이외에도 수십만 종의 사료들을 압수하고 불태워 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구한 역사사료의 씨를 말려 버린 셈인데, 이 조선사편수회 사업개요에는 일제의 악랄한 목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조선총독부 3대 총독 사이토 마코토는 '조선사편수사업'에 대해 한국인을 반쪽짜리 일본인(半日本人)으로 만들자는 소위 '교육시책'을 발표하며 이렇게 강조했다.

"먼저 조선 사람들이 자신의 일, 역사, 전통을 전혀 알지 못하게 만들어서 조선의 민족혼과 민족문화를 상실시키도록 만들자.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의 선조(先祖)와 선인(先人)들의 무위(無爲), 무능과 악행 등을 들추어내 그것을 널리 과장하여 조선인 후손들에게 가르쳐야만 한다.

이리하여 조선인 청소년들로 하여금 그 부조(父祖)들을 경시하고, 멸시하는 감정을 일으켜주어 그것을 하나의 기풍(氣風)으로 만듦으로써 그 결과 조선 청소년들이 제나라의 모든 인물과 사적(史蹟)에 대하여 부정적인 지식을 얻게 된다면 그들은 반드시 실망과 허무감에 빠지게 된다. 바로 그때에 일본의 사적과 일본의 인물, 일본의 문화를 소개하면 조선 청소년들의 일본과의 동화(同化)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바로 이것이 대일본제국이 조선인을 반쪽짜리 일본인으로 만드는 요결이다."


(출처: '식민지사관' 주도자 이마니시 료의 횡포/홍윤기 국제뇌교육대학원대학교 국학과 석좌교수)

다시 읽어보니 무섭다. 일제가 조선사편수회를 설치한 것이 1925년이니 이제 근 100년이다. 이러한 '조선사편수회'를 통한 식민사관 주입뿐 아니라 일제의 조선인에 대한 멸시와 폄하는 다양한 방면에서 치밀하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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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 전병호



"그들이 자신의 역사, 전통을 알지 못하게 하라. 그들 조상의 무능, 무의, 악행을 들추고 과장해 조선의 후손에게 가르쳐라. 우리 일본은 조선민에게 총과 대포보다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 놓았다. 장담하건대 조선민이 제정신을 차리고 위대했던 옛 조선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100년이라는 세월이 더 걸릴 것이다. 그리고 나는 돌아올 것이다."
 

조선총독부 마지막 총독이었던 아베 노부유키는 이런 악랄하고 섬찟한 말을 남기고 떠났다.

"조선인은 세계에서 제일 게으른 민족이며 조선인들의 생산품이라야 똥, 담배, 이, 기생, 호랑이, 돼지, 파리뿐이다."

'가면의 한국(1905년)'의 저자 오키타 긴조는 한국인을 이렇게까지 모욕적으로 폄하했다. 치욕의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일본이 한국에 진심으로 사과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역사는 그저 활자에 표시하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역사는 지운다고 지워지지도 않으며 부정한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역사는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 유전자 속에 각인되어 대대손손 후대로 전해지는 경험이자 기억이다.

한국인의 기억 속에 잔재하는 식민의 아픈 역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한국인들은 반세기 훨씬 지나는 동안 아직까지 일본이 저지른 식민사관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으며 상처조차 치유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심어 놓은 열등의식과 문화에 대한 부정적 의식은 여전히 한켠에 자리 잡고 앉아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본은 위안부, 강제노역 배상문제만이 아니라 강점기 동안 그들이 행했던 한민족 문화 자체를 말살하려 했던 모든 일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그것이 한일관계를 넘어 일본이 독일과 같은 정상적인 나라로 발돋움하는 길이다.
    
이미 우리는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K-콘텐츠를 만들어 냈다. 잠재되어 있던 K-문화 유전자의 힘으로 치유하지 못한 식민의 상처마저 이겨낸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식민사관의 찌꺼기 국가열등감은 벗어 버리고 잃어버린 자긍심과 자부심을 다시 찾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브런치에 중복게재 예정

우리가 보지 못한 대한민국

라파엘 라시드 (지은이), 허원민 (옮긴이),
민음사, 2022


#식민사관 #국가열등감 #친일잔재청산 #K에반하다 #국가열등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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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공작소장, 에세이스트, 춤꾼, 어제 보다 나은 오늘,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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