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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이냐 신작로냐? '국가명승' 회룡포 앞에 놓인 질문

회룡포 오솔길을 넓혀버린 예천군... 문화재청이 과감한 결단 내려야

등록 2023.10.10 10:56수정 2023.10.1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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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안으로도 왼쪽 회룡산 아랫부분이 훤히 드러난 것이 보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지난 8일 내성천 회룡포를 다시 찾았다. 경북 예천군이 국가명승 제16호 회룡포에서 벌인 '삽질'에 대한 걱정이 계속 일었기 때문이다. 수해 피해 복구를 명분으로 했다지만 그를 핑계로 임도에 가까운 새로운 길을 내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넓은 길을 산지 벼랑을 따라 내놨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 예천군이 국가명승지 회룡포에서 벌인 일... 이게 맞습니까? ).

멀리서 보면 현장은 더욱 적나라하고 노골적으로 다가온다. 제2뿅뿅다리가 있는 용포마을에서부터 제1뿅뿅다리가 있는 회룡포 주차장까지 산지를 따라 거의 2/3 지점까지 길을 내놓은 게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길을 확장하면 산지 벼랑을 따라 제1뿅뿅다리에서부터 제2뿅뿅다리까지 길게 어이지는 새로운 길이 놓이게 되는 것이다.

오솔길이냐, 신작로 길이냐

관광의 입장에서 보면 매력적으로 보일 수는 있겠다. 그래서 생각은 해볼 수는 있겠다. 그러나 이곳 회룡포는 엄연히 국가 문화재 구간이고, 그렇다면 문화재 관리법을 바탕으로 엄격히 관리되는 것이 마땅하다. 더군다나 이런 산지 벼랑은 생태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구간으로 식물사회학자 김종원 전 교수(계명대)에 따르면 '숨은서식처'라 불리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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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명승 회룡포를 회룡산이 둘러싸고 있다. 산과 강이 연결된 생태적으로 정말 중요한 공간들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런 강과 산이 맞닿는 하식애(河蝕崖) 지형은 멸종위기종 같은 중요 야생동식물들이 인간의 개발 행위 등을 피해 최후의 보루로서 머무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공간이다. 이런 곳이 금호강 팔현습지에도 있어서, 하식애 산지 벼랑 앞으로 환경부가 교량형 탐방로를 놓으려 하는 것이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곳 회룡포는 한술 더 떠서 산을 깎아 새로운 길을 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점이 팔현습지와 크게 구분되는 부분이고, 그렇게 본다면 이곳 회룡포 공사가 더 큰 문제로 여겨진다. 

원래 있던 오솔길을 2017년에 탐방로를 구실로 새로 확장해놓은 것이 1차적으로 문제였고, 그 확장된 길을 따라서 수해 피해를 복구한다면서 길을 대폭 넓혀버린 것이 2차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 폭이 평균 4~5미터에 이르고, 넓은 곳은 10미터에 이르는 것처럼 보였다. 자동차가 충분히 지나갈 수 있는 길이 돼버린 셈이다. 문화재 구간 산지 벼랑으로 자동차가 지날 수 있는 길을 내버린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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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있었던 오솔길. 이런 길이 신작로 길로 바뀌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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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이 10미터는 되어보이는 길을 포크레인이 정비를 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날(8일) 오후 늦게 현장조사에 나섰던 필자가 회룡포 전망대까지 돌아보고 내려오니 제2뿅뿅다리 인근에 두 명의 주민이 서서 탐방로 정비공사를 하고 있는 현장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이들은 용포마을에 살고 있다는 장아무개(66) 부부로, 지금 공사를 하고 있는 곳이 실은 그들 소유의 밭이 있던 곳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지금은 강물에 의해 침식돼 깎여들어갔지만 이 일대 수천 평에 해당하는 밭이 있었다. 엄연히 사유지"라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도록 공익적 차원에서 탐방로를 내는 것을 우리가 허락을 해줘서 이런 공사가 가능했던 것이다. 그래서 길을 내려면 더 넓게 내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래 밭 옆으로 주민들이 지나다니던 좁은 오솔길이 있었다"며 이 길의 유래도 설명해 줬다. 그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원래 밭 옆으로 주민들이 다니던 오솔길이 있었고 그 길이 2017년에 한번 정비됐다가 이번에 수해 피해 복구를 명분으로 더욱 확장된 것이고, 그것에 대해서 주민의 요구가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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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있었던 오솔길.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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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을 이런 길로 만들어 놓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 지점에서 두 가치가 충돌한다. 관광의 관점에서 이 공사를 바라볼 것이냐, 문화재 관리 문제나 생태적 관점에서 이 공사를 바라볼 것이냐 하는 것. 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신작로에 가까운 길을 내 관광객들이 편하게 산책하게 하는 게 어쩌면 맞는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후자의 관점에서 보면 원래의 오솔길을 이용하는 게 맞다. 그래야 경관적으로도 전혀 거슬리지 않고 생태적으로도 문제가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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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회룡산 쪽으로 침식이 발생했다. 홍수 때마다 산지가 점점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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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를 해둬도 계속해서 홍수피해가 날 가능성이 높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리고 강물이 들이치는 지형적 특성상, 지금처럼 길을 만들면 홍수가 날 때마다 반복적인 수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어느 것이 더 옳을 것인가 판단해봐야 한다. 그렇다면 답은 좀 더 분명해 보인다. 왜냐하면 오솔길로도 충분히 길의 역할을 할 수 있고, 이미 다른 우회 길도 존재하는 이상 이 산지 벼랑의 오솔길을 더 확장해서 새로운 길을 만들 명분은 크게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이 결자해지해야

그렇다면 행정은 가치 판단을 해야 한다. 어느 것이 더 옳은 길일까를 생각해야만 한다. 그런면에서 예천군의 선택이 아쉽다. 

이에 대해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다음과 같이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문화재청의 역할을 요구했다. 

"예천군과 국가 문화재를 관리하는 문화재청의 무심함과 무책임함이 빚은 참사다. 애초에 오솔길이었던 곳을 2017년 탐방로로 정비할 수 있도록 허락한 문화재청의 책임이 더 크다. 그로 인해서 문제가 더 확대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화재청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원래 이곳에 걸맞은 오솔길 정도로 복원하지 않으면, 이 길을 폐쇄하는 방안까지 고려하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 그것이 문화재를 관리하는 국가기관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가명승지 회룡포가 마치 이빨이 빠진 것처럼 숭숭 망가져가고 있다. 문화재청의 총체적 관리가 시급히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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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명승 회룡포의 아름다운 모습을 망치는 탐방로 공사 현장이 훤히 드러나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내성천 #회룡포 #예천군 #문화재청 #황평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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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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