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고흐 미술관이 있는 곳
김윤주
올해는 마침 그가 태어난 지 1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유럽의 여러 미술관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다채로운 행사들이 기획되고 있다. 그가 머물렀던 유럽의 곳곳을 그의 자취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오래도록 마음에 품고 있었다. 때마침 우연처럼 필연처럼 지난 1월 3주간 여행을 떠날 기회가 생겼다.
지도를 펼쳐 놓고 그가 살았던 곳들을 표시했다. 고흐에 관한 수많은 책들을 다시 읽고 자료를 정리했다. 마음은 이미 그곳에 가 있었지만 몸을 그리로 옮겨 놓는 일은 생각보다 도전이었다.
오래전 배낭 메고 유럽을 헤맸던 스무 살 언저리의 젊은 내가 여행을 기획하고 있었지만, 막상 그리로 데려가야 하는 현실의 나는 그보다 두 배의 세월을 더 떠안은 느린 몸을 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어설프고 어수선했다.
바쁜 일상 중에 여행 기간을 확보하는 일부터가 큰 난관이었고, 일단 기간을 확보하고 항공권을 구입한 이후로도 넘어야 할 산들은 끝도 없었다. 유럽의 여러 나라와 도시들을 이어줄 유레일 패스 구입, 육지와 섬나라 영국을 연결해 줄 유로스타 예약, 각국의 도시와 시골 마을에 얼마간씩 머물 숙소 예약,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입장이 자유롭지만은 않은 각 도시의 미술관 예약, 게다가 도착한 곳마다 매번 다른 시스템의 버스와 지하철과 시내 교통편 티켓 구입까지, 떠나기 전 준비 단계부터 여행에서 돌아온 지금까지 대체 몇 권의 노트를 채웠나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