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큰형님의 유골이 모셔져 있는 추모공원이다.
곽규현
가족 만남의 시간을 가지다
올해는 삼형제 모두가 다니던 직장에서 은퇴를 하여 기일에 맞추어 성묘를 갔다. 먼저 형님과 나는 읍내에서 기다리고 있는 누나를 만나 추모공원으로 함께 이동한다. 추모공원에 도착하여 부모님 납골묘에 바칠 조화도 준비하는데, 이제 그럴 필요는 없어졌다.
조화가 처리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와 미세플라스틱으로 환경이 오염되어 사용을 금한다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그동안 그것도 모르고 갈 때마다 색깔이 예쁘고 고와 보이는 조화를 골라 헌화했었는데... 진작에 금지할 것이지, 돌아가신 부모님께 뭔가 죄송하고, 왠지 모르게 씁쓸하다.
묘지 주변을 살핀 다음, 누나가 장만해 온 음식을 간단하게 차려놓고 부모님 묘에 절을 올린다. 형제들이 돌아가면서 술을 따라 올리고, 몇 차례 절을 드린 이후에 아버지 어머니께 "그동안 잘 계셨습니까. 저희들 모두 의좋게 잘 살고 있습니다. 걱정 마시고 편히 계십시오.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와 같은 인사말로 생시처럼 안부를 여쭙고 안심시켜 드린다.
부모님 성묘를 마치고 교통사고로 일찍 돌아가신 큰형님의 납골묘도 찾아 뵙는다. 부모님과 큰형님 모두 같은 장소에 모셔져 있어서 마음이 편하다. 이렇게 어머니 기일을 맞아 부모님과 큰형님은 하늘에서, 우리 삼형제 가족은 땅에서, 있는 공간은 다르지만 서로 만남의 시간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