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
의대 정원 확대 문제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의사협회의 극단적 반발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는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의사협회 측은 언론 등에 '의사 숫자가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식으로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애써 외면했다.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 없다는 의사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전국 의료기관에서 공식 통계로 5000명이 넘게 활동하고 있는 PA(Physician Assistant, 전담간호사) 간호사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PA 간호사 도움 없이 정상적인 진료와 수련을 할 수 있는가?
2년 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는 일하는 도중 뇌출혈로 쓰러졌으나 수술할 의사가 없어서 사망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병원이라고 손꼽히는 곳에서 의료인이 일하다 사망한 일을 두고 '병원 안에서 쓰러진 간호사도 못 살리는데 병원 밖에서 쓰러진 환자는 어떻게 살리느냐?'는 힐난이 쏟아졌다.
그뿐인가. 응급실을 전전하다가 생을 마감한 환자들도 있다. 해당 진료과 의사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한편에선 아침마다 '소아과 오픈런'이 이어진다. 부모들은 사는 곳 주변에 소아과 의사가 없어서 아이를 업고 길을 나선다.
이곳이 21세기 대한민국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타까운 의료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모두 의사가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다. 이렇게 우리 눈에 보이는 문제만으로도 의사를 더 양성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치는데 의사들은 수급의 문제가 아니라 배치의 문제라고 말한다.
5000명이 넘는 PA 간호사
지난 2020년 병원간호사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PA 간호사는 5600명이 넘는다. 하지만 보건의료노조는 전국적으로 1만 명이 넘는 PA 간호사가 활동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PA 간호사는 의사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의사 업무 일부를 담당하는 의료인이다. PA 간호사는 의사 대신 처방을 내고 진단서를 발급하고 의료기록을 관리한다. 그들은 수련의(인턴)와 전공의(레지던트)가 부족한 병원에서는 수술실에 들어가서 수술을 보조하고 입원환자들의 상태를 살펴 담당 의사의 회진을 준비하기도 한다. 수술과 입원을 앞둔 환자들에게는 수술의 위험을 미리 알리고 동의서를 받는다.
이러한 일은 의사 고유업무로, 의사가 아닌 사람이 하면 의료법상 처벌을 받는다. 만일 환자와 보호자들이 의사가 아닌 사람이 약을 처방하고 수술을 하고 진단서를 발급했다는 사실을 알면 놀라서 펄쩍 뛸 것이다. 하지만 정부도 병원 관리자도 모두 불법인 줄 알면서, 진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애써 모른척하는 것이다. 어느 대형병원 원장은 "불법인 줄 알지만, PA가 없으면 병원을 운영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해 99개 의료기관(대학병원과 특수목적 공공병원, 지방의료원, 민간 중소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수련의와 전공의, 전문의를 모두 포함한 의사 정원 3493명 가운데 부족한 의사 수는 약 670명이었고,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 투입된 PA 간호사 숫자는 3200명이 넘었다. PA 간호사만 200명이 넘는 의료기관도 있었다. 3200명이 넘는 간호사들이 의사 아이디로 의료행위를 하는 불법에 내몰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