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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통신 재벌, 돈 쓰는 수준이 다르네요

연중 개방, 무료... 소우마야미술관(Museo Soumaya) 세운 세계적인 재벌 카를로스 슬림

등록 2023.10.24 11:11수정 2023.10.2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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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에는 방대한 컬렉션보다 건물의 개성적인 외관으로 더 잘 알려진 미술관, 미술관의 외관보다 엄청난 재력으로 더 유명한 소유주, 돈보다 소유주 부부의 사랑에 더 부러움을 사는 사연 많은 미술관이 있다.

소우마야미술관(Museo Soumaya) 그리고 2010년과 2013년에 포브스(Forbes)에서 세계 부자 순위에서 1위로 선정되었던 카를로스 슬림 헬루(Carlos Slim Helú)와 그의 부인 소우마야 도밋 제마엘(Soumaya Domit Gemayel)의 이야기이다. 지난 6일 이 미술관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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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적인 이 미술관의 건축은 마치 하나의 오브제 같은 조형으로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건물의 설계자인 멕시코 건축가 페르난도 로메로는 로댕의 조각에 영감을 받은 인 건축물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프랭크 게리에게 조언을 구했다. ⓒ 이안수

 
이 미술관은 반 고흐 Van Gogh, 모네 Monet, 피카소 Picasso, 드가 Degas, 레오나르도 다빈치 Leonardo da Vinci,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i, 마티스 Matisse 등 13세기부터 18세기까지 유럽의 작품과 콘키스타도르(Conquistador)가 오기 전의 유물 및 식민지 시대 편지, 동전, 문서, 종교 유물을 포함한 멕시코의 역사적 유산 등 7만여 점의 방대한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 380여 점의 오귀스트 로댕 작품과 레바논 작가 칼릴 지브란에 관한 컬렉션은 독보적이다.


건축은 카를로스 슬림의 사위인 멕시코 건축가 페르난도 로메로(Fernando Romero)가 로댕의 조각 작품에 영감을 받아 프랭크 게리(Frank Owen Gehry)와 오베 아럽(Ove Arup)의 조언을 받아 비대칭으로 디자인했다.

외관은 1만6000개가 넘는 육각형 알루미늄판으로 덮어 빛의 위치에 따라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함으로 시시각각 달리 보인다. 46m 높이의 건물 내부는 나선형 경사로로 연결된 6개 층으로 나누어져 장르별로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조각이 주로 전시된 6층은 중앙 기둥 없이 자연광이 들어올 수 있는 반투명 천장으로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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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m 높이의 건물 내부는 나선형 경사로로 연결된 6개 층으로 나누어져 장르별로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조각이 주로 전시된 6층은 중앙 기둥 없이 자연광이 들어올 수 있는 반투명 천장으로 마무리되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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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술관은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게한다. ⓒ 이안수


이 박물관에는 이해가 싶지 않은 점들이 적지 않다.

첫째, 전시 방식이다. 정제된 방식으로 정교하게 큐레이션 한 전시 대신 빈 공간을 찾을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작품으로 채우고 있어 마치 수장고를 개방한 것 같다.

둘째, 박물관의 이미지를 좌우할 1층 로비에 르네상스 시대의 조각품인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Michelangelo Buonarroti)의 피에타(Pieta)와 다비드를 1:1로 복제한 작품을 배치했다.


셋째, 입장료는 무료이다.

넷째, 휴일 없이 연중 개방한다.

카를로스 슬림은 1940년 멕시코시티의 사업가인 레바논 이민자 아버지의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24살이 되는 해 어머니와 함께 이웃을 방문했다가 15살의 소우마야 도밋 제마엘을 만났고 2년 뒤 결혼한다. 소우마야도 레바논 출신이었다.

카를로스 슬림은 자신과 부인의 이름을 딴 Grupo Carso기업을 설립한다. 이 기업이 오늘날 그를 세계적인 부호로 만들어주었다. 결혼 후 6명의 자녀를 낳은 부인은 신장 질환으로 투병하다가 1999년 52세에 사망했다.

카를로스 슬림은 부인이 세상을 떠난 2년 뒤인 2011년 부인의 이름을 딴 이 미술관을 개관했다. 인도 아그라의 타지마할이 뇌리에 스쳤다. 무굴 제국의 황제 샤 자한이 부인 뭄타즈 마할을 기리기 위하여 부인이 죽은 뒤 22년에 걸쳐 완공한 영묘이다. 아내에게 극진한 남자들의 상상을 초원하는 헌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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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컬렉션 내용에도 불구하고 '모두를 위한 예술(Arte para todos)'이라는 취지로 입장료는 무료이다. 마치 수장고를 개방한 것처럼 수많은 작품이 빈틈없이 전시되어 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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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고 리베라의 벽화 드로잉 ⓒ 이안수

 
부인이 세상을 떠나고 기부에 더욱 열심인 카를로스 슬림의 생각은 '예술은 개인의 경제 조건과 관계없이 멕시코의 모든 사람들이 동일하게 보편적 예술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를 위한 예술(Arte para todos)'를 지향한다. 이 점을 이해하고 보면 소우마야박물관에서 이해가 되지 않았던 모든 의문들이 한번에 풀린다.

우리 부부가 멕시코에서 사용하고 있는 휴대전화 서비스 텔셀(Telcel)은 그의 소유인 통신사 아메리카 모빌(América Móvil) 브랜드 중의 하나이다. 그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에는 통신 외에도 에너지, 금융, 건설, 소매, 부동산 등 너무나 방대해서 중남미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의 제국에서 공급하는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고는 하루도 살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는 이렇게 일군 부를 카를로스 슬림 재단(Carlos Slim Foundation)을 통해 멕시코 및 라틴 아메리카의 다양한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지원하는 자선가로서의 활동에도 부지런하다.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 드로잉은 이 미술관에서 처음 만났다. 한 작품에도 여러 버전과 그 작품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기초 드로잉과 조각의 제작 과정에 사용되었던 시험 작품, 사료적 가치가 있는 문서까지 모두 수집되어 공개되고 있다. 미술학도에서 연구자들까지 몇 개월을 출입하며 연구하면 창작의 큰 비밀을 푸는 것은 물론 대가들의 노하우를 스스로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문화유산은 특정 재벌의 수장고 속에서 독점되거나 부의 과시나 재산 증식의 수단이 되는 대신 그가 누구든 경제적 여건의 허들 없이 현 세대 모든 사람들에게 접근이 허용되고 공유되어 잠재력을 개발하는 소스가 되어야 한다'는 그의 건강한 신념이 읽힌다. 슈퍼리치의 이런 생각과 실천이 빛을 받아 눈부신 박물관의 외관만큼이나 빛난다.

이 미술관은 다양한 신체적, 지적, 정신적, 정서적 조건을 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안내견과 오디오 가이드, 촉각 투어,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화 통역사, 자폐 장애인을 위한 특별 투어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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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의 신흥 부촌, Nuevo Polanco에 위치한 소우마야미술관. 16,000개가 넘는 육각형 알루미늄판으로 외관을 덮어 빛의 위치에 따라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도록 의도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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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로비의 오귀스트 로댕의 조각 '지옥의 문'과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다비드상 ⓒ 이안수


라틴 아메리카 전역에서 휴대전화 및 통신 서비스 분야를 장악하고 있는 통신 재벌 카를로스 슬림이 정서적으로 거부감이 적은 것은 자선 활동에 열심이기 때문인 듯싶다.

비영리 재단 카를로스 슬림 재단(Carlos Slim Foundation)을 설립하여 정부나 국제기구에서도 엄두내기 어려운 보건이나 교육분야 뿐만아니라 도시개발이나 인프라 프로젝트, 재해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가 멕시코 및 라틴 아메리카에서 다양한 사회 프로그램에 진행하고 있는 내용을 들여다보면 재벌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그는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그의 재단을 통해 약 2천3백만 명이 교육분야에서 의 혜택을 받았고 약 6천8백만 명이 넘는 사람이 의료혜택을 받은 것으로 발표되었다.

문화와 예술 분야 또한 적극적으로 소우마야미술관(Museo Soumaya) 운영은 그 일환이다. 특히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 주요 분야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해당 분야 전문가, 비즈니스 리더, 예술가, 연구원 등을 참여시켜 열린 토론을 통해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그것을 공유케하는 카르소 포럼(Carso Forum)은 돋보이는 역할이다.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소우마야미술관 #멕시코시티 #카를로스슬림 #카를로스슬림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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