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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주지 못해 대한민국이 많이 미안하다"

중대재해로 숨진 미얀마 피와이티엔 모친 간담회... 어머니 등 가족, 방한 인사

등록 2023.10.27 16:28수정 2023.10.2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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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7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열린 “중대재해로 숨진 미얀마 피와이티엔 모친 간담회”.

27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열린 “중대재해로 숨진 미얀마 피와이티엔 모친 간담회”. ⓒ 윤성효

  
"지켜주지 못해서 대한민국이 많이 미안하다."
"(울면서) 따뜻하게 맞이해줘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27일 오후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만난 민주노총·산재추방운동연합 활동가와 산업재해로 이주노동자 아들을 잃은 미얀마 어머니가 한 말이다.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중대재해로 숨진 미얀마 피와이티엔 모친 간담회'를 열었다.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 피와이티엔(Pyay Thein, 25)씨의 장례를 연대해 치른 단체들이 어머니를 만나 인사를 나눴다.

고인은 지난 8월 7일 합천에 있는 도로 공사 현장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을 비롯한 노동시민사회가 '장례 투쟁위'를 구성해 활동한 끝에 사측과 합의로 9월 10일 장례를 치렀다.

고인의 어머니와 고모부, 이모는 지난 22일 입국해 산재 현장을 찾고, 그동안 연대 활동을 벌인 경남이주민센터, 경남미얀마교민회 등 단체를 찾아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어머니 등 가족들은 법률대리인 박미혜 변호사 등과 면담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어머니께서 아들의 죽음에 대해 연대한 노동시민사회 단체들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다"라며 "함께 모여 위로와 연대의 말씀을 전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김병훈 민주노총 경남본부 국장은 "아드님을 잃은 것에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더 활동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 같아 미안하다"라며 "오늘 이 자리는 고민의 죽음에 함께 연대하고 분노하는 사람들이 모였다"라고 말했다.


김은정 민주노총 경남본부 수석부본부장은 "미안하다. 앞으로는 이런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더 노력하겠다", 안혜린 민주노총 경남본부 국장은 "안타까운 죽음에 여러 사람과 단체가 연대했다는 것에 위로로 삼았으면 한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고 죽지 않고 일하도록 더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박미영 활동가는 "먼 길 오셨다. 아드님의 죽음을 애도하고 남은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더 적극적인 활동을 하겠다"라고 인사했다.


이은주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활동가는 "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에서 죽지 않고 다치지 않아야 한다. 오랫동안 산추련 활동을 하면서 고인과 같은 이주노동자의 가족들을 많이 만나 왔다"라며 "가족들과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한국에 일하러 왔는데 제대로 대접도 받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는 사람들을 봤다. 고인이 우리한테 이런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을 남겨 주었다"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아들의 장례를 잘 치러 주어 감사드린다. 핏줄이 아닌데도 마음을 써 주신 분들께 고마움을 전한다"라며 "저는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자마자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고, 여러 사정으로 인해 곧바로 올 수 없었다. 지금은 몸이 나아져 왔는데 늦어서 미안하다"라고 인사했다.

함께 한 고모부는 "많은 분이 도와주었고, 항상 잊지 않겠다. 고맙다"라고, 이모는 "피와이티엔은 착한 아이였고, 친척들한테도 잘했다. 장례식을 치르기 전에 오고 싶었지만 늦어서 미안하다. 슬프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에 이은주 활동가와 김은정 수석부본부장 등이 고인의 어머니와 이모를 안아주며 위로했다. 어머니는 감사의 뜻으로 후원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마음만 받겠다"라고 했다.

그런데 법률대리인이 사측으로부터 받아 미얀마로 보낸 일부 보상금이 미얀마 군부정부에 의해 아직 가족들한테 전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관계자는 "보상금 일부는 달러로 해서 은행 계좌로 송금했는데,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군부정부에서 '반군부 세력에 대한 지원금일 수 있어 그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며 아직 은행에서 찾지 못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송금한 돈이 주한 미얀마대사관에서 산업재해사건 보상금이라 통보했지만, 아직 미얀마 정부가 승인하지 않고 있다"라며 "계속해서 승인을 요구하고 있다. 관련 절차를 취하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관련 기사]
- 산재 사망한 20대 미얀마 노동자, 20일 넘게 장례 못 치러(8월 30일자)
- "이주노동자 산재사망, 사측 알리지도 않고 시신 화장 시도"(9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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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7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열린 “중대재해로 숨진 미얀마 피와이티엔 모친 간담회”.

27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열린 “중대재해로 숨진 미얀마 피와이티엔 모친 간담회”. ⓒ 윤성효

  
a  27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열린 “중대재해로 숨진 미얀마 피와이티엔 모친 간담회”.

27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열린 “중대재해로 숨진 미얀마 피와이티엔 모친 간담회”. ⓒ 윤성효

#이주노동자 #미얀마 #산업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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