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어, 첫 문장을 고르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한 여성.
신아연
취재 대열에서 잠시 빗겨나 생각을 모으며 집중하고 있는 앳된 모습의 젊은 여성, 어떻게 첫 문장을 시작할까, 고심 중인 것 같습니다.
이날 행사는 젊은이들이 진행하고 젊은이들이 학살의 내용을 고발하는 등, 젊은이들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100년이 흐른 시점에서 진실규명의 바통이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그리하여 관동대학살의 완전한 실체가 드러날 때까지 그 행보를 멈추지 않겠다는 일본 양심의 집요한 결의로 읽힙니다.
젊은이들이 그날의 진실을 차례로 보고합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400명 참가자들이 숨 죽이며 귀를 기울이지만 저는 무슨 내용인지 알지 못합니다. 되풀이 되는 '조센징(조선인)'만 들립니다. 하지만 그 한 마디에 울컥 눈물이 솟습니다.
'조센징', 학살의 조건은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단지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살해되어야 했으니까요. 마치 토끼라는 이유로, 사슴이라는 이유로 사냥꾼의 표적이 되는 것처럼. 100년 전 그날, 조센징들은 일본이란 무자비한 사냥꾼의 가련한 사냥감이 되어 그렇게 비참히, 처참히 죽어갔던 것이죠.
영상 속, 호칭 '조센징'에 눈물이 나고 다리 위를 유유히, 한가히 지나는 열차들의 그 평화로움이 서러워 또 눈물이 납니다.
일본말을 잘 하시는 독자들은 아래 동영상을 저 대신 들어주십시오. 저처럼 전혀 모른다면 '조센징'에만 귀를 모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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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라카와 강 둔치에서 관동대학살의 진실을 전하는 일본 젊은이들 ⓒ Kim Ayoun
(* 다음 기사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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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생. 이화여대 철학과 졸업. 저서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좋아지지도 놓아지지도 않는』 『강치의 바다』 『사임당의 비밀편지』 『내 안에 개있다』 등 1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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