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포토] 이태원 인명사고, 줄지어 서 있는 구급용 이동침대2022년 10월 29일 밤 서울 이태원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오전 2시 30분께 이태원 해밀턴 호텔 왼편 건물 앞에 소방·경찰 관계자들이 모여 있다. 구급용 이동침대가 줄지어 배치돼 있는 모습.
권우성
누구도 이들의 죽음에 책임지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생존자들이, 유가족들이, 모두가 물었지만 아무도 답해주지 않았다. 대통령, 총리, 행정안전부 장관, 서울시장, 경찰청장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동안 실무급 책임자들 몇이 기소되었을 뿐이다.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는 것은 국가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다. 159명의 죽음은 빈약한 시스템과 무능한 어른들에게 그 책임이 있다. 정치권도 이태원 이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그간 국회에서 48개 안전 법안이 발의되었지만, 절망적이게도 지금까지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1건에 불과했다.
누군가는 이태원을 찾아간 이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놀다가 죽었다.' '서양 귀신 명절을 왜 즐기냐?' '슬픔을 강요하지 말라'... 이 말이 생존자와 유가족에게는 더한 상처가 되었다. 살면서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놀지 않은 자만이 그들에게 돌을 던지시라. 우리 모두 '운이 좋았기에' 살았을 뿐이다.
고등학교 때도 또래들을 잃었다. 수학여행 가던 친구들을 비롯해 304명이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놀러 가다 죽었다.' '교통사고' 슬픔을 강요하지 말라'는 말은 10여 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았다. 책임은 명확하지 않았고, 같은 사고는 다시 반복되었다.
재난의학(Disaster medicine)과 이태원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재난의학(Disaster medicine)'에 관심이 커졌다. 1755년 리스본 대지진과 이어진 19세기의 나폴레옹 전쟁을 계기로 부상자의 체계적 분류(Triage)가 대두되었다. 이후 전쟁, 테러와 같은 상황부터 자연재해까지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재난의학은 생존자들의 건강 관리와 의료 자원 배분이라는 기능을 강화하며 발전해 왔다.
'재난의학'은 병원에서의 '응급의학'보다는 조금 넓은 분야로써 예방의학, 공중보건, 구호, 감염관리, 등의 여러 학문의 포괄적인 지식을 요구한다. 행정, 소방, 공공, 보험, 언론 등 사회 각 분야와 효과적으로 합쳐지면 재난 상황을 막고, 이미 닥친 재해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이태원 당시에는 이런 재난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환자의 분류(Triage), 이송, 심폐소생, 자원의 분배, 생존자의 심리적 건강 관리 등 모든 분야에서 당시 재난의료는 처참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장과 응급실에서는 잘못된 상황 판단으로 이미 사망한 환자에게 의료 자원이 투입되어 살 수 있는 환자들이 치료받지 못하는 일도 잦았다고 한다.
당시 재난의료지원팀(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DMAT)이라 불리는 4~5명의 의사/간호사로 구성된 의료팀이 존재했지만, 윗선의 늦은 상황 파악과 지연된 대응으로 인해 팀이 도착했을 당시에는 이미 심정지 환자가 수십 명 발생한 뒤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