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행사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행사
송혜림
그간 이태원 참사 관련 기사가 올라오면 차마 끝까지 읽을 수 없었다. 입에 담을 수도 없는 혐오와 모욕이 댓글창에서 떠돌았기 때문이다. 이태원 참사는 질문이 늘 피해자들에게 향했다. 죽은 이들에게 책임의 화살을 돌리는 게 가장 쉽기 때문일까.
"그러니까 거길 왜 놀러갔어?" 댓글창을 가득 채운 그 질문은 너무 가혹하고 무책임했다. 그 어떤 이든 죽을 걸 각오하고 집 밖에 나서지 않는다. 사람이 많을 걸 알면서도, 우린 소중한 이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축제에 참여하고 관광지를 찾는다. 언제나 그랬듯, 우린 그걸 '일상'이라고 부른다.
그 일상이 안전할 것이라 믿는 이유는, 바로 국가를 믿기 때문이다. 국가는 국민을 재해로부터 보호할 책임이 있다. 그게 바로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고 대통령과 공직자들, 정부부처기관이 공권력을 가지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 당일 엔데믹 후 첫 핼러윈이기에 인파가 몰릴 게 예상됐음에도 어떠한 현장 조치는 없었고, 수차례 신고에도 즉각적인 대응은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관들이 현장에서 손이 부르트도록 시민들을 구조하는 동안, 가장 신속하게 작동해야 할 안전 컨트롤타워는 사실상 멈춰섰다.
이번 이태원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일이 사고가 아닌 '참사', 사망자가 아닌 '피해 자'인 이유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참사에 대해 어느 누구도 잘못을 시인하고 책임을 지지 않았다. 대통령은 추모 행사 어디서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참사의 재발을 막고자 건의된 특별법은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문득, 7년 전 세월호 기억 캠프에서 만난 참사 생존자 친구가 떠올랐다. 유독 약지에 낀 두꺼운 은색 반지가 눈에 띄어 의미를 묻자, 그 날을 기억하고 잊지 않기 위해 주문 제작했다고 했다. 반지 안 쪽에는 굵은 글씨로 '0416'이 적혀 있었다.
참사 피해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진실을 찾아가는 힘은 '기억'이라고. 기억에 대한 의무는 유가족에게만 있지 않다. 우리 국민 모두에게 있다. 어느 누구도 참사의 위험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 우리 모두 '생존자'들이다. 대구 지하철과 세월호, 오송 지하차도, 그리고 이태원까지. 우리가 그 날 그 곳에 있지 않았던 것 뿐, 누구나 참사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안전을 원한다면 참사를 기억해야 한다. 나를 위해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국회에서 외롭게 싸우고 있는 참사 피해자들과 연대해야 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게.' 7년 전, 팽목항에 위치한 세월호 참사 추모공간에서 피해자들과 했던 굳은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