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함양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정노숙씨는 함양에 처음 왔을 때 지역 전통요리를 찾는 것에 의욕이 넘쳤다. 함양의 전통요리를 공부하고 싶어서 도서관, 문화원을 찾아다니며 기록을 살폈다. 하지만 아쉽게도 기록이 없었다.
"겨우 찾은 자료 중 하나가 군수가 오면 항상 말을 타고 마천방면으로 와서 옻닭을 먹고 갔다는 거예요. 그게 이 지역에서 유명했나 봐요. 기운도 좋고."
요리하는 것이 즐거웠지만 하면 할수록 궁금증도 커졌다. 음식을 좀 더 깊이 있게 하고 싶었던 정노숙씨는 이것저것 도전해 본 끝에 우리나라 궁중음식까지 섭렵하게 됐다.
"우리가 먹는 것 자체가 전통이잖아요. 집에서 먹는 된장찌개조차도. 그래서 진짜 전통의 뿌리가 뭔지 궁금했어요."
'전통의 뿌리는 무엇인가' 질문을 던지며 그녀는 조선왕조 궁중음식 기능보유자 한복녀 여사 밑에서 20여 년 궁중음식을 공부했다.
"음식 공부를 하면서 마지막으로 궁중음식연구원에 들어가 보자 해서 갔는데 거긴 임금을 위한 음식을 만드니 체질도 맞춰야 했죠. 배우면서 '아, 이렇게 해서 음식이 시작됐겠구나' 깨달았죠."
궁중음식도 사람이 먹는 음식이다. 음식은 몸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 그녀는 이곳에서 식재료의 조화를 배우게 되었다. 그곳에서 한 분야에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도 만났다. 전통을 찾아온 이들은 음식을 배우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도 했다.
궁중음식을 알게 된 후 그녀는 자신을 '종지그릇 정도의 실력에 불과하구나'라고 깨닫게 됐다. 그렇기에 그녀는 음식에 관해 거만해하지도, 아는 척하지도 않는다. 이후 그녀의 냉장고 안에는 그 많던 양념이 모두 사라졌다. 기본적으로 재료가 좋으면 우리가 쓰고 있는 걸로도 충분히 맛을 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음식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된 후로는 요리가 좀 더 자연스러워졌다.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형식에서 벗어나니 안정적이고 편안해졌고 더 행복해졌다. 음식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니 어떤 음식을 누가 해 놓더라도 거기에 대한 존중이 생겼다.
"그전에는 내가 잘한다는 생각에 화려하게 하고 그랬는데 말이죠. 남의 것도 인정하게 되고 젊은 사람의 맛도 인정하게 되었어요."
전통을 현대에 맞게 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