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왼쪽 네 번째)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저출산 고령사회운영위원회 및 인구정책기획단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중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육아휴직을 더 마음 편히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을 검토 중이라는 기사를 봤다. 출산휴가 끝난 뒤 눈치 보지 않고 바로 육아휴직 쓸 수 있도록 '자동 육아휴직제'를 추진하는 한편, 육아휴직을 하면 소득이 반토막으로 줄어 아이 키우기 힘들다는 지적에 급여 상한선을 월 최대 15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올리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단다. '관계 부처랑 논의를 시작할 계획'인 수준일 뿐이라 세부 방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맞벌이 부부 중 일부 여성의 경우 정부 정책의 의도대로 눈치를 보지 않고 자동 육아휴직을 할 수 있어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동육아휴직을 반기는 기업이라면, 애초에 눈치를 주는 일은 없지 않을까. 결국 또 소수의 가정만 혜택을 받는 반쪽짜리 정책이 될 것 같은 인상이다.
한편으로는 자동육아휴직 하나로 여성들이 아이를 더 낳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좀 웃기다. 아직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느낌이랄까. 육아휴직 급여를 50만 원 더 준다 해도 결국 월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정도로는 경제적 이유로 육아휴직을 안 할 사람이 더 하지도 않을 텐데, 이게 정말 유효한 대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지난 7월 일명 '노란버스법'이 발표됐을 때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노란버스법'은 학생들이 학교 일정에 맞춰 이동하는 모든 과정에서 통학버스인 '노란버스'만 이용하라는 법안이다. 경찰청은 '소풍 등 비정기적 운행 차도 어린이 통학버스 신고 대상에 포함되며, 위반 시 과태료를 물리겠다'는 공문을 교육부에 보냈고, 교육부는 각 시·도 교육청에 이런 지침을 전달했다.
이후 일선 학교는 대혼란에 빠졌다. 당장 노란 버스를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초등학교 자녀를 둔 친구들의 단톡방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교장들이 사고가 날까 봐 몸을 사려서 체험학습과 수학여행이 몽땅 취소가 됐다면서.
"정책이 그지 같아. 이래놓고 애 낳으라니."
6학년 아이를 둔 한 친구는 아들이 마지막 수학여행을 못 가게 되자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학부모들의 아우성에 정부에서는 부랴부랴 전세버스 이용도 허용한다는 개정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버스는 이미 떠났다. 평생 한 번뿐인 초등학교 수학여행은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정부'라는 곳에서 추진하는 정책이 이렇게 허술하고 어설플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