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경보 울린 사람에게 벌금? 상 줘야 할 일이다"

'가덕도신공항 민주당사 불복종행동' 멸종반란(XR) 항소심 결심공판 기자회견

등록 2023.11.03 09:33수정 2023.11.0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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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반란' 활동가들의 항소심 마지막 공판이 있던 11월 2일, 서울의 기온은 26도, 김해는 31도까지 치솟았다. 통상 한국의 11월은 매서운 추위가 시작되며 11월 초의 수능날은 맹추위로 기억되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미 기후위기가 현실이 되었음을 실감케 하는 날이었다. 

2021년 2월 26일, 국회는 재석 229명에 찬성 181명으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멸종반란은 2022년 3월 15일 더불어민주당 당사 입구와 2층 카노피에서 시민불복종 행동을 감행하고 "말로는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을 이야기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선거용 수단으로 특별법까지 강행시키며 가덕도신공항을 앞장선 것은 위선"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행동에 참여한 6명에게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벌금 총 2000만 원을 구형했다.  참가자들은 6차례 재판에서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항공 산업과 신공항 추진 정책의 문제점, 법제도적 절차를 보완하는 비폭력 시민불복종 행동의 정당성, 가덕도 신공항으로 발생할 생태파괴에 대한 입장을 밝혔고, 국내외 총 2007명(국내 1395명, 해외 612명)의 탄원서와 지지의 글을 받아 법정에 제출했다. 이에 1100만 원이 감형돼 900만 원의 벌금이 선고되었다.

6명의 피고인 중 이은호, 은혜 활동가는 1심의 결과에 불복, 항소하여 2심을 진행중이다. 지난 9월 14일, 첫 공판을 치른 두 활동가는 지난 2일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 추진 과정의 문제점과 비폭력 불복종 행동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호사단의 최후변론도 진행됐다. 전국 각지에서 온 방청 연대인들이 참여한 기자회견과 사전 행사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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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신공항 반대 기후재판에서 사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를 주도한 민주당사에서 시민불복종 행동을 했던 멸종반란이 벌금형을 받고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이날 항소심 마지막 재판 전에 사전 기자회견과 행사가 열렸다. ⓒ 김차랑

 
사전 행사에서 김나희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홍보국장은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가 불타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 국민의힘, 기득권, 토건세력은 불타는 지구에 석유를 붓고 오히려 불을 지르는 형국"이라며 "이렇게 불난 집에 화재경보를 울리고, 불난 집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는 것이 벌금을 받을 일인가? 오히려 상금을 줘야 할 일이다"라고 밝혔다. 또 "가덕도신공항이 지역균형발전이란 말은 완전히 허구다. 차라리 철도를 깐다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공항은 양극화를 부추길 뿐이다"라고 발언했다.

또한 한재각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은 "우리의 행동을 정상참작하여 지난 1심에서 벌금이 절반이상 감형되었지만, 우리 행동이 정당한지, 벌금이 얼마인지가 문제가 아니라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폐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우리 벌금이 얼마가 나오든 계속 싸울 것이다"라며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키는 신공항 사업 자체를 폐기할 것을 원한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맞선 싸움은 새만금 제주제2공항, 흑산도 공항 등 전국 곳곳의 공항 건설 폐지를 요구하는 싸움의 일부다"라고 발언했다.

희음 멸종반란 활동가는 "엑스포를 핑계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밀어붙이곤 했던 국토부는 이제 엑스포 유치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2029년 개항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안정적인 땅 위에 20~30년에 걸쳐 지어도 모자랄 공항을, 너무도 위태로운 부지로 판명되었던 가덕도 위에 6년, 7년 만에 짓겠다는 발상이 도대체 말이되는가"라며 "한국에서 한 해에만 20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죽고 있다. 부실하게 지어진 건물, 안전 관리가 되지 않은 공공구조물 때문에 죽음을 맞은 이들 또한 너무 많다. 날림 공사가 될 것이 뻔한 가덕도신공항 건설, 너무 많은 위험이 도사린 가덕도신공항 건설 앞에서 우리가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나?"라고 외쳤다.

연대발언 후 참여자들은 직접 개사한 노래를 부르며 사전행사를 마치고 재판장으로 이동했다. 은혜 활동가는 피고인 신문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 사업은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중에서도 매우 큰 규모의 사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항 후보지 선정 등을 모두 생략하고 공항의 입지 자체를 특별법에서 강제로 정하고 있다. 일반법에서 정한 공항 건설 절차인 사전타당성조사 절차를 건너뛰기 위함이다"이라고 주장하며 "이러한 방식의 법안제정은 선거철 '선심성' 특별법 남발을 종용할 나쁜 선례이자, 예비타당성조사를 무력화시킨 특별법이라고 평가받는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 역시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이 졸속입법이며 위헌소지가 있다고 한 바 있다"고 진술했다.


이은호 활동가는 피고인 신문에서 "가덕도신공항은 2021년 2월 당시부터 3월까지 한국갤럽, 리얼미터 등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적인 반대가 있던 사업"이라며 "게다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7개 측면을 들어 조목조목 반대했다. '공무원 법적 의무' 차원에서 반대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까지 했으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찍어누른, 내용적으로나 절차적으로나 문제 많은 사업이라 민원을 제기하려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은호 활동가는 최후진술에서 "말로는 기후변화 중요하다면서 선거 때 가스발전, 신공항 외치는 정치인들. 기후변화는 과학의 문제 아닌 정치 문제"라고 비판하며 "우리 사회는 위기와 재난 경각심 부족해 너무 많은 생명을 잃었다. 소우주인 생명들을 함께 지켜달라"고 외쳤다. 

은혜 활동가는 또 "부산은 폭우, 태풍 등 기후위기 피해가 가장 심각한 지역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더더욱 모두의 삶의 필수조건을 지켜내는 곳에 소중한 자원을 사용해야한다. 헌데 국회와 정부는 신공항과 부울경메가시티 같은 대규모 토건사업, 생태학살이 예정된 사업에 매진한다. 심지어 2030년엑스포, 유치될지 안될지도 모를 국제행사를 대비한다며 10년 이상이 걸려도 모자랄 위험한 공사를 절반으로 단축했다"라며 "지난달에는, 여아가 합심해 '가덕도신공항 건설공단법' 역시 물흐르듯 통과시켰다. 건설공단법을 발의한 국민의힘 경우 선거철이 다가오니 김포 광명 고양 성남 등을 서울에 편입시켜 '메가서울'을 만들자는 이야기까지 공공연히 나온다. '지역균형개발'이라는 명분은 부산 시민들을 농락하는 희대의 거짓말이라는게 명백해졌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를 앞두고 반복되는 국회의 졸속입법을, 이에 저항한 항의행동을 법원에서 전향적으로 판결하여 국회와 정부의 질주를 견제해주시라"라고 호소했다.

선고는 오는 12월 21일 오전 10시 10분에 진행되며, 재판 후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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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신공항 기후재판의 항소심 마지막 재판 재판정 풍경 멸종반란의 기후재판에서 판사들, 피고인들, 변호인들, 방청객들이 재판정을 채우고 있다. ⓒ 김나희

 

이하는 피고인 최후진술 전문이다.

[이은호 피고인]
판사님 안녕하세요. 피고인 이은호입니다. 저는 늦둥이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는 53년생이시고 아버지는 49년생이십니다. 칠삭둥이로 일찍 태어나서 생존할 확률이 30%였는데요, 의사선생님은 어머니한테 아이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하셨답니다. 다행히 인큐베이터에서 살아났지만요. 그래서 부모님은 저를 애지중지 키우셨던 것 같습니다.그런 제가 21년 5월, 2주 동안 부모님 몰래 단식농성을 했습니다. 기후위기가 너무 심각한데, 60개 석탄화력발전소에 또 10개씩 짓는다고 해서 신규 발전소 중단하라고 단식을 했습니다. 
판사님, 저는 부끄럽지만 30대가 다 돼서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전까지는 먼 나라 사람들과 북극곰의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과학적인 사실을 알게 되고 50년 100년 뒤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바로 대응해야 하는 현 세대의 문제라는 걸 뒤늦게 알고 너무 화가 났습니다. 하던 대로 하는 게 쉽다고, 선거 때 표심이 떨어진다고, 돈 버는 게 중요하다고 무관심한 사람들. 나아가 말로는 기후변화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계속 석탄발전소 짓고 가스발전소 짓고 신공항으로 지역개발 하려는 정치인들. 기후변화는 과학의 문제지만, 실제로는 정치의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기후 분야 과학자들이, 연구실을 뛰쳐나와서 저희처럼 시위를 한다고 하더라구요. 판례도 여럿 나왔습니다.
판사님, 저는 올해 교통사고를 당해서 3개월 동안 병원에 있었습니다. 하루는 저를 치료해주시는물리치료사 분들이 이런 얘기를 하는 걸 들었어요. "야 소식 들었어? 이번에 오송에서 물리치료사도 죽었대." 알아봤더니, 오송지하차도 참사 때 물리치료사 여성 청년 24살 두 분이 돌아가셨더라구요. 중환자실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휴가쓰고 친구들이랑 놀러가다가, 타이밍이 안 좋았던 겁니다. 오송지하차도 참사를 인재라고 합니다. 누가 잘못했을까요. 6만 리터나 되는 빗물이 몰릴 거라고 누가 예상했을까요. 충북 예천 산사태는요? 그곳 공무원분들 중에는 관련 전문성이 없는 분들도 계셨다고 해요. 수십 년 동안 그렇게 많이 내린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새만금 잼버리도 마찬가지구요. 누군가는 담당자들의 안전불감증 탓이라고 쉽게 얘기할 수 있겠죠. 그렇지만 기후위기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규모와 속도로 닥쳐올 거고 이미 와 있습니다.
판사님, 저는 전주에서 신호기 버튼이 고장난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1톤 트럭에 치었습니다. 다행히 뇌출혈도 자연 흡수되고 골절수술도 잘 되어, 이렇게 비교적 멀쩡하게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전주시는 뒤늦게 신호기를 전수조사해서 3분의 1을 보완했습니다. 그리고 6월에는 저랑 비슷한 사고가 부산에서 일어났습니다. 점멸등 신호등을 건너다가 1톤 트럭에 친 사서교사 선생님은 아직 못 깨어나고 계십니다.
존경하는 판사님, 우리 사회는 위기와 재난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안일함 때문에 너무 많은 생명들을 이미 잃어버렸습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의 대응도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우리는 소우주라고 부릅니다. 더 늦기 전에 더 많은 생명을, 우주를 함께 지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은혜 피고인]
지난 재판에서 판사님께서 하신 말씀이 계속 생각났습니다. 이곳은 투쟁의 자리도, 강의를 하는 자리도 아니라고요. 예, 이 곳은 피고인들의 위법행위 여부를 판결하는 장소입니다. 기술적으로 행정적으로, 일반 상식으로 타당한 말씀이셨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집시법을 위반했는지, 무단으로 주거를 침입했는지만을 논하기에는 이 403호의 공간이 그 이상의 역할이 있는 중요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강력한 약속인 법, 이 법이 변화하는 시대를 반영해 새롭게 해석되고 적용되어 기존의 세계에 균열을 낼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행동은 정당합니다. 현행법차원을 넘어서, 헌법에서 보장하는 생명권과 행복추구권, 인간답게 살 권리 등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악법에 불복종한 우리의 행동은 정당합니다.
  작년, 반지하수해참사로 일가족이 참변을 당한 사건에 온 사회가 가슴 아파했습니다. 이미 우리 삶의 조건은 나날이 위험에 처하고 있습니다. 지난 일요일에도 월세가 올라서, 이사를 나가야한다는 동료가 둘이나 있었습니다. 먹고 살기도 바빠 2세 계획을 포기한다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노년빈곤률과 자살률 고공행진하고 있습니다. 부의 양극화, 불평등 심화로 더 열악한 주거로, 일터로 내몰리는 시대입니다. 결혼, 자녀, 내 집 마련, 꿈과 건강마저 포기한다는 n포시대에 '기후위기'라는 위험한 변수는 이제 상수가 되었습니다. 이 상황은 천천히 악화될 예정입니다. 특히 부산은 폭우, 태풍 등 기후위기 피해가 가장 심각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모두의 삶의 필수조건을 지켜내는 곳에 소중한 자원을 사용해야 합니다. 헌데 국회와 정부는 신공항과 부울경메가시티 같은 대규모 토건사업, 생태학살이 예정된 사업에 매진합니다. 심지어 2030년엑스포, 유치될지 안될지도 모를 국제행사를 대비한다며 10년 이상이 걸려도 모자랄 위험한 공사를 절반으로 단축했습니다. 대비해야할 것이 너무 많은 지금… 어떻게 '엑스포' 준비에 혈안일 수 있을까요.
  지난달에는, 여아가 합심해 ' 가덕도신공항 건설공단법' 역시 물흐르듯 통과되었습니다. 이 위험천만한 계획들이 초고속으로 순항합니다. 건설공단법을 발의한 국민의힘 경우 선거철이 다가오니 김포 광명 고양 성남 등을 서울에 편입시켜 '메가서울'을 만들자는 이야기까지 공공연히 나옵니다. '지역균형개발' 이라는 명분은 부산 시민들을 농락하는 희대의 거짓말이라는게 명백해졌습니다.
판사님. 국회와 정부의 권력이 남용되고 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반복되는 국회의 졸속입법을, 이에 저항한 항의행동을 법원에서 전향적으로 판결해주시어 국회와 정부를 견제해주십시오!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적 변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 기후변화'에 영국 남극연구소(BAS) 연구팀은 인류가 파리기후협정 목표를 달성해도 서남극 빙상이 녹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연구 결과를 올렸습니다. 서남극 빙상은 다 녹으면 지구 해수면을 5m가량 높일 수 있는 규모로, 우리는 해수면 5m상승을 막을 수 없게된 상황입니다.
  참사가 반복되니 이제는 무감해지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 한 번의 큰 비로 만 명이 넘는 이가 죽고, 만 명이 넘는 이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도 덤덤하던 제게 섬찟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 기후위기에, 기후재난에 적응해가는 것이 가장 두렵습니다. 모두가 세상은 원래 이렇다고 여기게 될 것이 두렵습니다. 이 위기에도, 모두가 여전히 각자도생에 처해집니다. 절망하지 않고 이 위기에 계속 맞서며 살아갈 수 있을까요? 그러기 위해 아주 작은 희망 하나가 소중한 시기입니다.
판사님, 방청석에 있는 이들을 한번 보아주세요. 세종에서 온 사람, 광주에서 온 사람, 직장에 휴가를 내고 온 사람,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도 달려온 사람, 다양한 사람들이 여기 모였습니다. 절망하지 않고, 서로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려는 이들입니다.
이 재판이,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막아내려는 이들, 그리고 기후위기에 절망하지 않으려는 이들에게 작은 희망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홍보국장입니다.
#가덕도신공항 #멸종반란 #기후재판 #기후위기 #시민불복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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