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거한 중고물품 중에서 책을 골라 이 서점에 공급해 주는 중고물품 수거인. 그는 여러 통로로 헌책을 모은다.
이안수
- 책을 사셨군요?
"보셨다시피 그가 제게 책을 팔러 왔습니다. 부잣집의 이삿짐을 정리해 주거나 청소를 해주는 사람입니다. 그는 수거한 중고물품 중에서 책은 이곳으로 가져다줍니다. 이런 사람이 여럿 있습니다. 그들이 가지고 온 책 중에서 독자들이 필요로 할 만한 책이 있으면 제가 골라 삽니다. 내가 사지 않는 책은 파지가 되지요. 그러므로 그와 나는 책을 책으로 계속 숨 쉬게 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 그가 잡동사니들과 함께 가지고 온 것들 중에서 낡은 책이 쓰레기가 아니고 보물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압니까?
"경험이지요. 책을 읽었고 책을 찾는 사람들의 데이터베이스가 제 머릿속에 있습니다. 내가 책과 살아온 역사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헌책방은 새책방과 달리 정기적으로 공급해 주는 도매상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팔 책을 구하는 것 자체가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내게 책을 팔러 온 리어카 남자를 통한 외에도 인터넷에 광고를 게재하기도 하고 이 서점에 '중고책 구입'이라는 공지를 붙입니다. 간혹은 벼룩시장에 가서 책을 구하기도 합니다. 그곳에서 의외로 좋은 책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더 좋은 것은 간혹 부잣집에서 집을 정리한다고 책을 가져가라고 연락이 옵니다. 그러면 좋은 책을 훨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저희가 책을 확보하는 방법입니다."
점심시간이 되었고 그는 자신을 도와주고 있는 친구 프란시스코와 함께 책 좌판 옆에 또 다른 판자를 올리고 도시락을 폈다. 그리고 나를 행해 말했다.
"당신을 저희의 식사에 초대합니다."
"저는 배가 고프기보다 당신의 지혜로운 말씀이 더 고픕니다."
그녀가 활짝 웃으며 더 이상 권하지 않았다. 나는 책을 고르고 있는 고객과 대화를 나누었다.
- 이곳에 자주 방문하시나요?
"자주 방문하는 것은 아니지만 간혹 옵니다. 제가 당장 필요한 책을 사기 위해서도 오지만 즉흥적으로 이런저런 책을 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오기도 합니다."
- 어떤 책에 주로 관심이 있나요?
"저는 역사와 공상과학소설을 좋아합니다. 최근에는 영적인 내용을 다루는 책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녀가 식사를 마쳤을 때 이번에는 그녀의 옆 좌판에 앉았다.
- 한국어 관련 책이 있거나 판 적이 있나요?
"간혹 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들로부터 한국어 책이 있는 지를 묻는 문의를 받습니다만 한국어 책을 확보하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한국책들이 스페인어로 좀 많이 번역되면 좋겠다는 겁니다. 제 손자도 동양문화를 좋아하고 특히 한국음악을 즐겨듣습니다."
- 당신은 이 길거리의 노점보다 건물 안 공간을 빌려서 서점을 여는 것을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까?
"물론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하지만 건물을 임대하기도 어렵지만 임대료가 매우 비쌉니다. 아마 집세를 내고 나면 제게는 수입이 전혀 남지 않을 것 같군요."
- 단골 고객이 있나요. 혹은 30년 혹은 20년 전에 이곳에서 책을 샀던 사람이 찾아와 당신에게 고마움을 전한 사람이 있나요?
"네. 재방문하는 분들이 제법 있습니다. 그분들은 자신이 필요한 책을 제게 알려주고 그런 책이 들어오면 연락 달라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은 저를 친구라고 여기고 저 또한 그분들을 친구라고 부르는데 긴 시간이 우리를 친구로 만들어주었죠."
- 당신은 책 읽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당신과 이곳에 몇 시간 있어보니 이곳에서는 하루 종일 책을 읽을 짬이 날 것 같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곳은 여러 버스의 종점이기도 하고 지하철과 가까워 유동인구가 많습니다. 그 사람들이 끊임없이 책에 대해 질문하고 가격을 묻습니다. 그런데 저의 집은 이곳에서 아주 멉니다. 편도 3시간 정도 걸리지요. 빨라도 왕복 5시간 30분 정도 걸립니다. 그 시간이 독서시간이 됩니다."

▲ 베르타 고메즈 씨는 어릴 적 비가 새는 판잣집에서 살았다. 그 암울한 현실의 출구가 책이었다. 그 관심이 이어져 이 책 노점이 되었다.
이안수
- 인생의 지침으로 삼고 있는 말이 있으면 얘기해 주세요.
"`남에게 대접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라는 이 율법이 나를 지배하는 규칙입니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배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배운 것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제게 황금율이 바로 그것입니다."
-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멕시코의 어른으로서 조언을 주신다면?
"이것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도 멕시코의 젊은이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일 것 같습니다. 우리 세대의 사람들은 몸과 몸을 맞대며 살아왔죠. 웃음도 울음도 온몸으로 교감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소셜네트워크 속에서 수천 명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외로움은 더 커졌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친구들 간에 서로를 괴롭히기도 했지만 진심을 숨길 수는 없었습니다. 우리는 강한 세대였습니다. 문제에 직면할 줄 아는 회복력 있는 세대였고 결정을 내릴 줄 아는 세대로 살아왔습니다. 이것들이 점점 결핍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진실을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만큼 거짓이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우리는 몸과 몸을 맞대고 신체적인 접촉을 하면서 수치심과 기쁨을 함께 경험했고 한계와 결점까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우리를 성장하게 만들었지 외로움을 느끼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바다 한가운데에 떠있는 방향타 없는 작은 배와 같은 모습들입니다.
실수를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할 수 있는 겸손과 지혜를 회복한다면 누군가가 당신을 거부하더라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은 이미 자신이 누구인지, 당신 안에 어떤 힘이 있는지 알고 있으며 진정한 친구는 그대로의 당신을 사랑할 것입니다."
옆에서 책을 고르던 청년이 그녀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쳤다. 그의 귀는 그녀에게로 열려있었나 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