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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시대' 내건 윤 대통령, 철딱서니 없는 여당 바로 잡아라

[진단] 지방 망하는데, 김포-서울 메가시티? 국힘, 뉴타운 압승 잊어야

등록 2023.11.11 11:35수정 2023.11.1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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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김병수 김포시장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김포시의 공식적인 서울 편입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김병수 김포시장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김포시의 공식적인 서울 편입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지난 일주일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서울-김포 메가시티'였다. 본래 메가시티는 인구유출이 심각한 지방의 경쟁력을 어떻게 강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수단으로 주로 논의되던 것이었는데, 갑자기 국민의힘의 총선 수도권 주요 공약으로 서울 확장 방안인 김포-서울 메가시티가 튀어나온 것이다.

김포-서울 메가시티와 뉴타운의 추억

김포의 서울 편입 공약의 중심엔 경기도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분도 논의에서 경기남도에도, 북도에도 속하기 애매한 지역인 김포의 '지리적 특성'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한꺼풀 더 벗겨 보면, 뉴타운 공약으로 재미를 봤던 2008년 총선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수도권 압승의 기억이 도사리고 있다.

서울이라는 도시 브랜드에 편입되면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수도권 시민들의 집값 상승 욕망을 자극해 2008년의 짜릿했던 추억을 재현하고픈 국민의힘의 정치공학적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포시민들의 여론이 좋다면 김포 서울 편입을 시작으로 서울 접경지역의 도시들을 차례차례 편입한다는 복안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정치공학적 계산이 얼마나 잘 작동할지는 의문이다. 민주당이 광역지자체장을 맡고 있는 경기도에 수류탄을 던지려 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포탄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터지고 있다.

홍준표, 김태흠, 유정복 등 국민의힘 광역지자체장들이 반발을 하며 김포 서울 편입 공약은 서서히 빛을 바래고 있다. 김포 서울 편입 공약을 구상했던 국민의힘 당지도부의 정치공학적 계산이 맞아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지방 인구 감소에 대한 심각성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부울경 메가시티 무산 후 서울 메가시티?
 
 지난 10월 9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지난 10월 9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접경 도시의 서울 편입이 국제도시 서울의 경쟁력을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를 꼽는다면 저출생으로 인한 급격한 인구감소 문제와 수도권 집중 가속화로 인한 지방 경쟁력 쇠퇴 및 지방소멸 문제 해결이다.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핵심국정과제로 삼았던 참여정부는 수도이전과 공공기관·공기업을 지방으로 고루 분산하는 '혁신도시'를 통해 지방 쇠퇴를 막고 지방의 경쟁력을 높이려 애썼다. 하지만 수십조 원 이상을 투입했던 행정기관 세종시 이전과 혁신도시 건설은 수도권 집중을 일정 기간 지연시키는 효과 이상을 발휘하지 못했다.

혁신도시의 결과를 보면서 수도권에 맞먹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와 기업 투자를 전국에 고루 흩뿌리는 방식이 아니라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투자했어야 했다는 반성 위에서 나온 것이 지방의 메가시티 논의이다.


현재와 같은 행정 단위에서는 광역시 중심으로 집중 투자를 해도 그 과실은 인근 지자체가 공유할 수 없다. 서울에 대항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광역시인 부산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이지만 인근 광역지자체인 울산과 경남이 혜택을 보기 어려운 행정 구조이기에 부산·울산·경남 행정통합을 통한 메가시티 건설 논의가 나온 것이다.

광역지자체 간의 행정통합이 쉽지 않은 과제이기에 전 단계로 부·울·경 특별연합을 교두보로 차근차근 행정통합까지 나아가려 했건만 2022년 지방선거에서 부산, 울산, 경남 광역지자체장 모두 국민의힘이 장악하면서 부·울·경 특별연합을 좌초시켰다. 

정작 메가시티가 시급히 필요한 지역에서의 논의는 무산시키고, 서울에서 메가시티 담론을 꺼내는 걸 보면서 국민의힘이 과연 대한민국호의 키를 잡고 있는 정부여당인지 혼란스럽다.

지방 시대 주창한 윤 대통령이 꼬인 매듭 풀어야
 
  윤석열 대통령이 2일 대전시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지방시대 엑스포 및 지방자치·균형발전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3.11.2
윤석열 대통령이 2일 대전시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지방시대 엑스포 및 지방자치·균형발전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3.11.2 연합뉴스
 
현재 대한민국은 집권여당이 집값을 자극해 2008년 뉴타운의 추억을 재현하겠다는 수준의 정치공학적 계산이 담긴 공약을 던질 정도로 한가로운 상황이 아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인 부산은 한때 인구가 400만에 근접했다가 2023년 10월 330만 이하로 감소했다. 수도권 밖의 광역시 중 인구가 늘고 있는 광역시는 전무한 상황이다. 

2019년 말 수도권 인구 비율이 대한민국 총인구의 절반을 넘긴 후 수도권 인구집중비율은 점차 더 높아지고 있다. 2021년 대한민국 총인구 감소가 시작되었는데도 말이다. 지방은 쇠퇴해도 서울만 독야청청 홀로 푸르를 수 있을까? 지방경제가 쇠퇴하고 인구가 감소하면 청년들은 더욱 서울로 올라와 당분간은 지방쇠퇴의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가 없으면 결국 잇몸까지 시린 법이다.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가계부채 위기 발생 시 1997년 외환위기의 몇십 배 위력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데 집권여당은 총선전략으로 집값 자극 정책을 쓰는 이 모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시급한 지방소멸 대응 문제는 뒷전으로 둔 채 불로소득 투기 욕망을 자극해 표를 얻으려 하는 집권여당의 행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밖에 없다. 최근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발표하는 등 지방 시대를 주창한 윤석열 대통령이 '뭣이 중헌지'도 모르는 철딱서니 없는 여당을 바로 잡아주어야 한다. 집권여당과 한 몸인 대통령의 결자해지를 기대한다.
#지방소멸 #메가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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