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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사람들과 이 순간을 살아야겠다"

멕시코 장례 문화 '망자의 날'... 화장장 화부가 들려준 삶과 죽음

등록 2023.11.10 10:44수정 2023.11.1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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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도착한 이래 오랫동안 기다렸던 '망자의 날(Dia de los Muertos)', 우리와는 확연히 다른 죽음을 대하는 이들의 태도에 대해 적지 않은 관심이 있었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단 한 번의 기회, 인생. 그것을 어떻게 살아낼지에 대한 것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그것은 정답이 없는 길이라 쉬운 듯 하지만 정작 더 어려운 길이다. 11월 1일과 2일, 이틀을 기념하는 망자의 날 첫날 한 멕시코 가정을 방문했다.  

망자를 기념하는 일반 가정집


엔세나다 abc버스터미널(Terminal de Autobuses)은 표를 사는 줄이 대합실 밖까지 이어졌다. 망자의 날을 가족과 함께하기 위한 귀성객들이다. ​

42년 된 빵집, 파니피카도라 바히아(Panificadora Bahia)에서는 막 비로테(Birote : 멕시코 샌드위치 토르타(Torta)에 주로 사용하는 빵)와 텔레라(telera : 멕시코 샌드위치용 흰 빵)가 화덕에서 막 나오고 있었다. 단돈 7페소(515원). 하지만 오늘 계산대 앞에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의 빵 트레이에 담긴 것은  대부분 '망자의 빵(Pan de Muerto)'이다.

이 빵은 망자의 날 전에 주로 만들어지는 계절 빵으로, 둥근 빵 위에 죽은 자의 영혼을 상징하는 뼈 모양의 장식이 얹힌다. 제단에 빠짐없이 올려지는 빵으로 시트러스 향이 들어간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이다. 지금은 다채로운 색이 더해진 다양한 크기의 빵이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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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은 아침부터 '망자의 빵'을 사기위해 줄을 섰다. '세계 도처 사람들이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삶의 태도에 대한 구체적인 풍경일 수 있다. ⓒ 이안수

 
내가 찾은 가정은 산드라 로페즈(Sandra Lopez) 댁이었다. 47세의 그녀는 가족들과 함께 66세에 돌아가신 어머니와 할아버지·할머니를 위한 제단을 만들었다. ​

"제 어머니는 외동딸인 저와 두 아들을 두셨고 여러 손자들을 두셨습니다. 그들 모두를 각별히 사랑하신 분으로 행복한 삶을 사시고  4년 전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습니다. 이 제단은 어제 만들었고 망자의 날이 끝난 다음날에 정리할 예정입니다. 제단 위에는 고인의 사진, 십자가, 묵주, 양초를 올리고 빠뻴 피까도(Papel Picado  전통 장식 색종이)로 장식했습니다. 앞에 놓은 검은 개는 촐로이츠쿠인틀(Xoloitzcuintle)이라는 털이 없는 멕시코 개로 지하 세계로의 여행에서 영혼의 안내자 역할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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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한 제단을 만든 산드라 로페즈 씨. 망자들의 영혼이 그들을 기억하고 있는 사랑하는 이들을 방문한다는 개념은 조상들을 더욱 극진히 섬기는 단초가 된다. 죽음이 영원한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듯 가족과 만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망자의 날'은 죽음을 치유하는 특별한 시간으로 승화된 날이다. ⓒ 이안수

 
우리의 차례상 차림에도 '홍동백서', '조율이시' 같은 규범이 있듯이 이곳도 제단(Altar de muertos)을 만들고 제물(Ofrenda)을 준비하고 진설하는데 전통적인 전범을 따른다. 

'망자의 날' 둘째 날인 11월 2일 오전, 일찍 숙소를 나섰다. 우버로 도착한 곳은 엔세나다의 도시 안에 있는 판테온(panteón 영묘), 판테온 하르딘 모델로(Panteon Jardin Modelo)였다. 며칠 전부터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 추천받은 곳이다. 도심에 있고 크고 잘 관리된 공원묘원으로 멕시코 사람들이 조상을 모시는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멕시코 사람들은 '망자의 날' 행사 중에서 집안에 제단을 만들어 조상을 기리는 것은 물론, 묘지를 찾아서 꽃으로 단장한 뒤 제물을 올리고 촛불을 밝힌 다음 함께 고인을 추억한다.

오전 이른 시간이었지만 판테온으로 들어가는 골목은 교통이 차단되었다. 한 블록전에 차에서 내려 걸었다. 길 양편은 갖은 좌판들로 북적였고 들고 나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공원 묘역 판테온에서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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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치의 연주와 노래로 망자를 추모하는 판테온의 한 가족 ⓒ 이안수

 
판테온은 큰 축제의 장이었다. 마리아치의 음악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고 가족들은 가족의 묘비 앞에 그늘막을 치고 음식을 나누거나 대화중이었다. 바비큐 도구를 펴고 고기를 굽는 사람도 있었다. 이미 다녀간 가족들의 묘비는 '셈파수칠(cempasúchil 메리골드)'로 십자가를 만들어 단장한 모습이었다. 하나같이 지극한 정성이 느껴졌다.  

묘지의 형태는 보편적인 땅 위의 묘지로부터 벽에 층별로 여러 공간을 만든 곳, 별도로 넉넉한 공간을 만들어 구별된 공간에서 가족 모두가 함께 고인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까지 다양했다.

이곳의 장례문화에는 화장이 없었고 여전히 화장을 꺼리는 경향이지만 느리게 인식이 전환되고 있는 단계이다. 가족끼리 다양한 방법으로 추모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몇 가족들과 대화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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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님들을 함께 모신 판테온의 가족묘실에서 맥주를 마시며 망자를 추억하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 로돌포가족. 멕시코 죽음의 날 기념은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브리지로서의 문화적 이벤트였다. 죽은 가족이나 친구의 영혼을 환영하고 환대하며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시간이었다. 조선시대의 반보기가 생각났다. 한번 출가하면 가사와 노동으로 친정 방문이 쉽지 않았던 시절 모녀가 시집과 친정집 중간쯤에서 만나 한나절 회포를 푸는 중로상봉(中路相逢). 산자와 죽은 자가 만나는 판테온은 죽음을 삶의 일부로 통합하는 중로상봉의 장소였다. ⓒ 이안수

 
- 행복한 표정들입니다?
"저는 로돌포 발렌주엘라(Rodolfo Valenzuela)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였고 이 모두와 함께 사랑했던 사람을 만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날이 있을 수 없죠. 당신은 물을 마시겠습니까 맥주를 마시겠습니까?"​

- 맥주 주세요. 한국에도 동일한 문화가 있습니다. 1년에 한 번 산소를 찾아가 음식을 올리고 고인의 영혼에 감사와 경의를 표한답니다. 
" 조상님을 섬기는 방식이 비슷하군요."

- 그리고 가족 중심적이고 자식을 잘 돌보고 거둬야 한다는 부모로서의 의무와 효도하는 마음을 가진 자식들의 마음도 너무나 닮아서 놀랐습니다. 
"고맙습니다. 삶에서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맥주를 마실 수 있고 그들과 함께 춤추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때 다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찾아와 인사를 건넸고 로돌포는 그 중의 한 명을 내게 소개했다. ​

"이 자는 화장장에서 죽은 자를 불태우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돌아다니는 마귀라고 말하는 그 자가 바로 이자입니다."​

그도 함께 폭소를 터뜨렸다. 로돌포가 그에게 물었다. "맥주 마실래?" 술 대신 물을 달라고 했다. 그는 여전히 근무 중이었다.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떠나려는 그를 붙잡고 물었다.​

- 당신은 시신에 불을 넣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나요? 그리고 사는 것은 무엇이고 죽는 것은 뭐라고 생각합니까?
"화장을 마치면 내 친구와 산책을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곤합니다. 살아있다는 것은 친구와 산책을 할 수 있는 것이고 죽는다는 것은 더이상 그 산책을 할 수 없다는 것이죠.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 순간을 살아야겠다'라는 것이 화장을 하면서 드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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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의 날에도 화장장은 쉬지않았다. 큰 마리아치 밴드가 망자가 좋아했던 음악을 연주하는 중에 망자는 한 세상을 마감한다. ⓒ 이안수

 
축제로 승화된 이날도 장례는 멈추지 않았다. 장례차량이 들어오고 영내의 화장장은 쉬지 않았다. 화장장에는 큰 밴드로 구성된 마리아치들의 연주와 노래가 계속되었다.​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망자의날 #판테온 #멕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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