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 가족 장학 후원회 모임한국전 참전용사기념사업회는 2009년에 설립된 한인들의 모임으로, 참전용사 돌봄뿐 아니라 후손을 위한 장학 사업도 해오고 있다. 후손들에게 참전용사인 할아버지에 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에세이를 작성해보도록 하고 있는데 잘 몰랐던 할아버지의 헌신에 대해 알게되어 세대를 넘는 감동이 있다고 한다.
오수용
역사가 되고 작품이 되는 참전용사들의 자료
'연대의 딸'이라는 오페라가 있다. '마리'라는 고아 소녀를 프랑스의 한 연대가 입양하여 데리고 다니며 정성으로 길렀다. 어엿한 숙녀, 아니 말괄량이 아가씨가 된 마리의 사랑과 결혼, 귀족 가문에 재입양되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린 오페라이다. 오페라를 보고 있자니, 사람 사는 동네는 어디나 비슷하다 싶다. 우리의 의형제, 튀르키예 부대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으니.
"아무래도 술레이만씨가 가장 기억에 남죠. 2009년에 이 분 댁을 방문했을 때 우리에게 작은 사진 2장을 보여 주시며 죽기 전에 꼭 이 딸을 찾고 싶다고 부탁하셨거든요. 이 사진을 근거로 한국에 계신 김은자씨를 찾아 드렸었어요."
참전용사 슐레이만 딜빌리이. 한국전쟁 60주년 MBC 다큐 '코레아일라'의 주인공이자 영화 <아일라>의 소재가 된 분으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사진도 그렇고 기록과 기억도 중요한 역사 자료가 되거든요. 그 중요성을 모르는 경우를 가끔 만나요. 댁에 가지고 계시면 책장 한구석에 꽂혀 있다가 버려지고 말 텐데, 어떻게든 잘 설명드리고 찾아내서 채집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도 요양병원을 찾았더니 우리를 보고 무척이나 반가워하셨던 바질 바쿠마라는 참전용사 분이 계셔요. 불과 몇 달 만에 돌아가셔서 지난여름 가시는 길을 배웅해 드렸어요.
접근조차 힘들었던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을 생각하면 참 다행한 일인데 용사분들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생각을 이럴 때마다 하게 되죠. 그럼요. 팬데믹 때도 정부에서 지원해 주셔서 감사하게 잘 전달하고, 어려울 때마다 도와주며 다시금 참전용사들의 헌신을 상기시켜 줘서 고맙다고 말씀들을 하시죠."
정부도 할 일을 잘했지만 평소에 참전용사와 가족들을 살뜰히 보살펴 온 참전용사 기념사업회 분들의 수고가 깊다. 회원들은 튀르키예에 거주한 지 5년이 넘어가는 주로 개인 사업을 하는 평범한 한인들이라 한다. 이주민으로는 쉽지 않은 봉사의 길. 마음이 가니 시간을 내고 힘들다 여기지 않고 섬기게 되는 것일 테다.
오수용 선생도 OK정보통신이란 회사를 운영하는 사업자이다. 주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I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지진 발생 후 기쁘게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어 그저 달려갔다고 한다.
한국으로부터 지진 구조대가 파견되었을 때 기꺼이 학교 공간을 숙영지로 내주었던 셀림 네브자트 샤힌 중고등학교. 대한민국 정부는 감사의 마음으로 학교 음악실, 도서실, 컴퓨터실을 개선해 주었다. 무려 30대의 새 컴퓨터와 모니터, 65인치 스마트 TV와 무선 네트워크 시스템을 하루 종일 실어 나르며 설치했다. 학생들도 신이 나서 도왔다. 주는 이도, 받는 이도 신명 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