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김장하는 날, 부자가 된 기분입니다

이민자에겐 고향의 맛과도 같은 한국의 맛 김장김치

등록 2023.11.14 10:51수정 2023.11.1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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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마트는 주말이면 세일행사로 분주하다. 마트에는 없는 것이 없다. 고스란히 한국마트 전체를 옮겨 놓은 느낌이다. 옛날 해외여행 준비과정 중에 김치와 고추장은 여행에 빠져서는 안 될 필수품과는 같았다. 지금은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김장을 위해 무우 한 상자와 배추 한 상자를 샀다. 사실 처음에 김장김치 담그려는 의도는 아니었는데 김장김치가 되고 말았다. 각각의 한 상자는 세 식구가 먹기에는 많은 편이다. 더구나 작은 아들은 김치 종류의 반찬을 잘 먹지 않기 때문에 두 식구가 먹을 김치로 보면 된다. 며칠 후 결혼을 앞둔 큰아들과 예비 며느리가 곧 방문하기에, 손님 맞이할 음식준비도 함께 하기 위해 김치를 담그기 시작했다.

오랜만의 김장날, 문득 떠오르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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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김장을 했다.이국에서의 한국 김치는 맛보다는 고향의 향수가 먼저 맛을 느껴간다. ⓒ 김종섭

 
배추를 반으로 가르고 반쪽의 배추에 칼자국을 살짝 내주고, 무우 또한 채칼에 썰어야 하는 강도 높은 노동력이 필요로 하기에 남편의 몫이 되었다. 김치의 맛은 양념 맛이라고 했다. 양념의 맛을 내는 감초의 역할은 고춧가루이다. 누님이 농사를 짓어 정성껏 말린 일명 태양초 빨간 고춧가루를 준비했다. 그 이외에 파와 마늘을 비롯한 양념에 들어가는 재료는 현지 한인마트에서 준비했다.

아내는 김치냉장고용 김치통 기준으로 두통의 김치와 겉절이와 함께 깍두기, 물김치, 무생채 김치까지 시리즈로 담가놓았다. 남은 무우 세 개는 비상식품으로 신선도에 보관하고 나머지 무는 무말랭이를 만들기 위해 무채를 썰어 채반 위에 올려놓았다.

사시사철 배추나 무 공급이 자유로운 시대에 살기 때문에 별도의 시기에 김장을 하는 김장철이 거의 사라진 요즘이다. 흔히들 말하길, 직접 배추와 무를 사서 김치를 담가 먹기보다는 마트에서 판매하는 김치를 사 먹는 것이 더 경제적일 수 있다고도 한다. 사실 현실에 맞게 경제성을 따진다면 사 먹는 것이 훨씬 경제적일 수는 있어도, 정성이 담긴 손맛만큼은 아닐 것이다.

김치를 담그는 날은 꼭 보쌈을 만들어 먹는다. 절인 배추와 무 생채 김치가 이미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보쌈용 고기만 삶으면 비교적 간단하게 보쌈의 맛을 느낄 수가 있다.


지금쯤이면 시기적으로 김장철이다. 김장은 한 해의 농사를 짓는 것과 같다고 했다. 동절기로 접어들면 먹을 찬거리가 특별히 없었던 시대에는 오래도록 두고 먹을 수 있는 저장 김치가 최고의 반찬이 되었다. 김장철에는 동네 부녀자들이 품앗이를 했던 늦가을 농촌의 정겨운 풍경 또한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기도 하다.

한 해 농사은 김장김치라는 뜻이 무의미해 가고 김치라는 존재감만 남아 갈 뿐이다. 어머니의 손맛은 광고 카피에서 선전문구를 듣는 것이 더 익숙한 시대가 되었다.

사실, 김치는 만들어 먹는 이유 중 하나가 가족의 취향에 맞게 만들어 먹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가정에서 만든 김치맛에 익숙하게 깃들여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혼하고 한동안은 어머니가 담가 주시던 김치가 훨씬 맛이 있었고 거기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그 어머니의 손맛도 더 이상 맛볼 수가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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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 김치가 가득하다.부자가 된 느낌이다. ⓒ 김종섭

 
먹을 김치 한 통을 실온에 남겨두고 나머지 김치는 두 대의 냉장고에 분산되어 자리를 찾아갔다. 왠지 오늘은 부자가 된 느낌이다. 옛날에는 곳간에 먹을 것만 있어도 근심 걱정 없는 부자라고 했다. 일단, 오늘은 김치 하나로 마음에 만족할만한 풍요를 채운 날이었다.  
#김장 #캐나다 #김치 #김장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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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Daum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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