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골든걸스 방송골든걸스 박진영
KBS
본인 회사에서는 커버할 수 없는 기획이라 거꾸로 방송국에 제안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걸그룹의 멤버로 인순이, 박미경, 신효범, 이은미를 꼽았다. 우리가 아는 그 걸그룹? 무대에서 노래 부르면서 한순간도 쉬지 않고 춤을 추는 그 걸그룹을 말하는 건가? 80년대와 90년대 가요계를 주름잡던 디바들로 걸그룹을 만들고 싶다니. 이 언니들 지금 나이가 몇인데 걸그룹이라니. 이게 가능한 조합인 걸까?
예상대로 쉽지는 않았다. 박진영이 찾아와서 걸그룹을 하자고 하니 가수들은 난색을 표했다. 도전은 해보고 싶지만 "내가 몸이 예전 같지 않은데, 이 나이에 할 수 있을까?" 하며 망설이면서도 네 명 모두 결국 도전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 가수들에게 박진영은 본인에게 잘 어울릴 것 같은 걸그룹의 노래를 한 곡씩 지정해주고 2주 동안 연습해 무대에서 부르라는 숙제를 내주었다. 내가 보았던 영상이 바로 숙제로 내주었던 노래를 부르던 장면이었던 것이다.
신효범의 Feel special을 시작으로, 음이 높기로 유명한 아이브의 아이엠을 박미경이, 뉴진스의 Hype boy를 인순이가, 마지막으로 이은미가 청하의 벌써 12시를 불렀다.
이미 한 클립을 보고 난 후라 당연히 다른 무대도 좋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부르는 사람이 바뀌는 것만으로 이렇게 다른 분위기의 노래가 되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 자신 없어 했던 모습이 어이가 없어질 만큼 엄청난 무대 소화력으로 네 명의 가수는 원곡과는 색다른 레전드 무대를 만들었다.
이 언니들이 이렇게 무대 잘 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30~40년차라고 무대가 뚝딱 되는 게 아니더라. 노래 잘 하고 연차 쌓인 가수들은 무대에서 긴장하지 않고 바로 그냥 부를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원숙한 가수들인 이 언니들도 숙제를 받자마자 본인만의 방식으로 집안 일을 하면서, 정해진 시간에 혹은 시간을 쪼개서 틈틈이 춤과 노래를 연습하는 게 아닌가. 그냥도 아니고 진짜 열심히 하더라. 머릿속에 그 노래 생각밖에 없는 것처럼.
그도 그럴 것이 본인이 부르던 노래가 아니라, 요즘 노래들이니 부르기가 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감 있는 멋진 무대의 비밀은 바로 연습이었다. 너무 뻔하고 모두 다 아는 건데 방법은 그것밖에 없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