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산 기슭에 안긴 장독집.
임학현 포토 디렉터
인천 짠물, 그 달콤한 맛의 자존심
'인천 짠물, 그 달콤한 맛의 자존심.' 청량산 기슭에 아늑히 자리 잡은 한식당 장독집, 그 집 한편에 걸린 문구에 시선이 멈춘다. 인천 사람들이 지나온 삶과 역사의 시간이 깃든 사진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지하 계단을 내려가면 '청량산단상(斷想) 갤러리'가 펼쳐진다. 팔십 평생 인천 섬과 바다를 그려온 박송우 화백의 작품이 반갑게 맞이한다. 도심에서 청량산으로, 다시 섬과 바다로 마음이 여행을 떠난다.
그저 밥집이라고 하기엔, 공간 곳곳에 인천 사람으로서 자부심과 사랑이 묻어난다. 이 집의 주인은 과연 누구일까. "저는 진짜 인천 사람 '오리지널, 토박이'입니다." 자신을 소개하는 첫마디에서부터 알 수 있다. 장독집 강현구(60) 대표에게 인천은, 태어나 자라고 지금까지 발 딛고 살아가는 고향이자 삶의 터전, 생의 여정이 끝나는 날까지 머무를 '집'이다.
삶은 때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15년 전, 그는 사업에 크게 실패하고 한동안 절망감에 빠져 지냈다. 하루에도 서너 번씩 청량산에 오르며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 그러고는 다짐했다. '훗날 청량산에서 다시 내 꿈을 펼치겠노라'고. 그 꿈은 오늘 옛 송도유원지 인근 '장독집' 1호점과 송도국제도시의 2호점, 청량산 자락의 3호점에서 무르익어 간다.
그 뒤에는 긴 시간 건강원이며 여러 음식점을 묵묵히 꾸리며 가족의 생계를 이어온 아내 고순(58)씨가 있다. 아내는 고난을 헤치고 가족을 지탱해 온 삶의 동반자다. 부부가 뜨거운 불 솥 옆에서 일궈온 꿈은, 오늘 아들 강민(31)씨가 함께 이어가고 있다.
"우리 집 장국밥과 장육쌈을 쫄면, 짜장면만큼 유명한 인천의 대표 음식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아, 인천에 가면 장국밥을 먹어야지'하는 생각이 들도록 말이죠."
음식을 먹는다는 건, 그 분량만큼 삶을 채운다는 의미. 그저 허기를 달래는 것이 아니라 추억을 쌓고 생명력을 더하는 일이다. 주린 배와 허기진 마음마저 채우는 뜨끈한 한 그릇이 여기, 인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