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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상영관 10·20대 북적... "화나도 본다"

[현장] 개봉 1주일도 안돼 200만 흥행가도... 소셜미디어엔 '스트레스 지수 챌린지'까지

등록 2023.11.29 19:47수정 2023.11.29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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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서울의 한 영화관에 표시돼 있는 <서울의 봄> 포스터. ⓒ 연합뉴스

  
<서울의 봄> 첫 시간대(오전 8시 40분) 상영을 마친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영화관. 이른 시간인데도 고등학생 단체관람객, 가족 단위 관객 여러 명이 상영관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이들 중 한 명인 고등학생 신형준(18)씨는 덤덤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저는 (12·12군사반란) 당시에 태어나지 않아서 그 시절이 어땠는지 체감이 잘 안됐거든요.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간접적으로나마 그때 사람들의 감정이나 기분들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상영관 옆 의자에는 다음 시간대 영화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여럿 앉아 있었다. 구아무개(60)·원아무개(33)씨 모녀는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의 반응을 살피며 호기심 어린 말을 주고받는 중이었다.

"방금 영화 본 사람들을 보니까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며 나오더라고."
"얼마나 화가 나면 그럴까."


1020 관객 상당수 "학교에서 배울 때보다 더 생생"

같은 날 오후 8시에 찾은 또 다른 영화관도 <서울의 봄> 관객으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예매표를 찾거나 표를 구매하는 키오스크 10대 앞은 꾸준히 사람들로 차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관객은 대부분 "<서울의 봄>을 보러왔다"고 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이들은 "아" 하는 탄식을 내뱉으며 상영관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런 역사(12.12군사반란)는 미화될 수 없다" 등의 대화도 곳곳에서 들렸다. 특히 관객 중 상당수가 10·20대 관객이었다.


모에스더(19)씨는 친구들과 함께 감상평을 나누며 상영관을 나오던 중이었다. 모씨는 "중·고등학생 때 한국사를 배우긴 하는데, (12·12군사반란을) 교과서로 배웠을 때보다 영화로 보니까 더 생생하게 감정이입이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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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영화관. 사람들이 영화를 예매하기 위해 키오스크 앞에 서 있다. ⓒ 박수림

  
상영관 앞에서 만난 유현초(21)씨도 "화나고 분노할 소재이지만, 전말이 어떻게 되는지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영화를 보러왔다"고 말했다. 그는 "화나는 장면들에서는 욕이 나왔고 살짝 눈물을 흘렸다"면서 눈가를 쓸어 보이기도 했다.

유씨와 함께 온 신홍민(20)씨는 "집에서 혼자 OTT로 영화를 보는 것과 다르게 영화관에 오면 많은 사람과 함께 관람할 수 있다"면서 "웃긴 장면이 있으면 같이 웃고, 화나는 장면에서는 같이 화내는 등 감정 공유가 좋아서 영화관을 찾았다"고 전했다.

김지연(28)씨는 "코로나19가 유행한 후 영화관에서 영화를 잘 보지 않았다. 특히 영화 예매 가격이 비싸졌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며 "(하지만) <서울의 봄>은 평범한 내용이 아니고, 평점이 좋아 비싼 금액을 지불하더라도 볼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분노 인증하는 '챌린지'도 흥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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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 관람객들이 영화 관람 직후 스마트워치로 측정한 심박수와 스트레스 지수 ⓒ 독자제공

 
지난 22일 개봉한 <서울의 봄>은 12.12군사반란(전두환·노태우 등 군내 사조직 하나회가 일으킨 쿠데타)을 다룬 첫 영화로 개봉 6일 만인 28일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넘기며 흥행하고 있다. 

온라인에선 영화를 보며 느낀 분노를 인증하는 '챌린지'까지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워치를 사용해 영화를 관람하기 전후로 크게 변화하는 심박수와 스트레스 지수 등을 찍고 SNS에 공유하는 식이다. <오마이뉴스>는 소셜미디어에 챌린지 사진을 올린 이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아무개(28)씨는 "저는 광주에서 자랐고, 전두환 정권으로 인해 1980년의 5월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정말 잘 안다. 그 비극을 막을 수 있었던 순간이 없었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영화를 보게 됐다"며 "분노할 결말인 걸 알지만 혹시나 영화에서는 정의가 승리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봤는데 결국 머리를 쥐어뜯기도 했고, 관자놀이에서 맥이 뛰는 게 느껴질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돈을 내고 영화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즐겁진 않았지만, 이 영화 속 내용이 외면할 수 없는 우리의 역사라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해서 챌린지에 참여했다"며 "(신군부 세력에 맞서) 신념을 지켰던 이들은 이후 고통을 받았는데 이는 제가 받는 잠깐의 스트레스와 비교하지 못할 엄청난 재앙"이라고 덧붙였다.

역시 챌린지에 참여한 김재윤(34)씨는 "아픈 역사를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알고 있어야 하고 분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아직도 전두환에게 분노하고 있다는 점, (과거 역사를) 잊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공유하고 싶었다. <서울의 봄>이 흥행하고 계속해서 매체에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송나래(30)씨도 "(12·12군사반란은) 영화로 회자될 만큼 악행이었지만, 전두환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진정성 있게 사과하지 않았다"면서 "<서울의 봄> 챌린지는 이러한 역사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모든 문화나 트렌드는 항상 선도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서울의 봄> 역시 영화가 감명 깊고 재미있다고 느낀 관객들이 놀이와 연계한 챌린지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서 <5공 남산의 부장들>을 쓴 김충식 가천대학교 특임부총장은 "불의가 정의를 드라마틱하게 누른 시대 상을 보여주는 영화 내용에 국민들 마음 속 분노가 터진 것으로 보인다"며 "관객들은 (영화를 통해) 자유와 인권이 역주행하는 것을 막자는 교훈, 불의가 지배하더라도 정의가 관철될 수 있도록 싸워야 한다는 각오 등을 느낄 수 있을 것"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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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서울의 한 영화관에 표시돼 있는 <서울의 봄>의 상영 안내. ⓒ 연합뉴스

#서울의봄 #전두환 #신군부 #하나회 #노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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