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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 작품에 '금줄' 친 사연

김덕신 작가의 작품 활동은 또 다른 환경보존 운동

등록 2023.11.30 08:57수정 2023.12.02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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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산군도에 속한 섬 야미도 해안가에서 ‘바다쓰레기’ 줍기에 여념이 없는 김덕신 환경작가(23년 11월 29일 찍음), ⓒ 조종안

 
전북 군산시 옥도면(고군산군도)에 속한 야미도 해안가 모습이다. 세계 최장의 '새만금방조제'와 야미도가 만나는 지점으로 바다에서 떠밀려 온 온갖 쓰레기가 사방에 널브러져 있다. 어민들이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폐어망도 이곳저곳에 쌓여 있다. 무법천지를 방불케 하는 해안가 풍경, '버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있느냐!'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야미도는 망망대해와 갈매기, 이따금 돛단배만 보이는 한적한 섬이었다. 부근 섬들보다 육지와 가깝고 주변 풍광이 뛰어남에도 워낙 취약해 외면 받아오다 새만금방조제 완공(2010년) 후 차들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섬 둘레는 바위로 된 사빈해안으로 당산(해발 156m)에서 갈라져 나온 급경사 구릉지가 대부분이다.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운치가 있어 바다낚시로 유명하다.


'스티로폼 조각, 라이터, 가짜미끼, 낚시도구, 폐어망, 어구, 낚시밥통, 유목, 밧줄, 플라스틱병...' 김덕신 환경작가가 수집한 쓰레기들이다. 한적했던 섬마을에 외지인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섬 전체가 각종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다가 '쓰레기 섬'이라는 오명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눈살 찌푸리게 하는 광경이 어디 야미도 뿐이랴. 고군산군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선유도나 금강 하구(금강하굿둑) 부근이나 어금버금할 정도다.

해양쓰레기 수집하러 다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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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에서 온 학생 및 학부모들과 금강하굿둑에서(23년 10월 찍음) ⓒ 조종안

     
우리나라 해양환경의 심각성은 오래전부터 언론과 시민의 고발을 통해 지적되어 왔다. 그럼에도 바닷가와 강변은 관광객이나 주민이 내버린 쓰레기와 폐기물로 가득하다.

이에 대해 김덕신 작가는 "환경오염의 심각성은 입이 아플 정도로 강조해도 부족하다"며 "우리는 쓰레기 버리기 전에 재활용할 방법은 없는지 고민하는 것을 습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김 작가는 10여 년 전부터 업사이클링(폐비닐이나 플라스틱 등을 새롭게 활용하는 작업)에 몰두해 오고 있다. 그의 업사이클 아트 작품들은 금강 하구와 고군산군도에 속한 섬들을 찾아다니며 수집한 각종 폐품(일명 '바다쓰레기')으로 만든 게 대부분이다.


"해변에 버려진 쓰레기가 모두 우리에게 해로운 게 아닌 것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쓸모 있는 폐품을 수거, 훌륭한 예술작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무책임하게 버리는 행위도 나쁘지만, 이러한 쓰레기도 활용하기에 따라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고 예술가들의 작품 재료가 된다는 것을 미래 꿈나무와 학부모에게 체험학습을 통해 인식시켰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김 작가는 일반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 쓰레기로 작품을 만든다. 며칠 전에도 학교에서 아이들과 달걀판을 잘라 버섯을 만들고 일회용 도시락 뚜껑으로 액자를 만드는 수업을 했단다. 그는 "조금 조잡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아이들의 정성이 담겨 있고, 그 과정에서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재활용에 대한 지혜를 터득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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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만든 <버섯>(액자에 적힌 학생 이름들이 눈길을 끈다) ⓒ 조종안

 
올해 계획한 업사이클 작품 전시, 내년으로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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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장을 찾은 손님에게 업사이클 아트에 대해 설명하는 김덕신 작가 ⓒ 조종안

 
김덕신 작가는 스티로폼 조각, 유목, 플라스틱병 등을 발견하면 지나칠 수 없다고 말한다. 각종 쓰레기로 위협받는 생태계 보전과 관심을 환기하고자 업사이클링 깃대를 높이 세운 이유도 그와 무관치 않다. 무책임한 소비 문화와 이기주의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해 보겠다며 작심하고 나선 것.

김 작가는 업사이클 아트 전시회도 몇 차례 열었다. 2019년 <섬·섬 옥수>를 비롯해 <부스럭 부스럭>, <유혹>, <비닐의 화원> 등이다(관련기사: 바닷가 쓰레기 줍다가 '번뜩'… 섬마을 선생님의 멋진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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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전(展)’에 출품한 작품(<화병>)을 설명하는 김덕신 작가 ⓒ 조종안

 
올해는 10월 개최 예정으로 타이틀(<여인의 향기>)까지 정해놓고 준비해 왔으나 여건이 맞지 않아 내년으로 미루고 단체전(<짬 展)>)에 참여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단다. 아래는 김 작가의 출품작 '화병' 설명이다.

"재료는 모두 폐비닐을 사용했죠. 폐비닐을 압축하다가 기다란 종이가 발견되어 화병으로 표현해 본 거구요. 여기에 있는 이거는 뽁뽁(비닐)이에요. 꽃 모양은 비닐 조각이죠. 다른 모양을 오려내고 남은 비닐 조각을 모아 뿌려놓고 압축시킨 겁니다. 화병 아래도 모두 폐비닐이죠. 배경도 폐종이 압축해 표현하려 했는데 미비점이 보여 그 위에 화병을 덧입힌 거죠."

작품에 짙은 색깔을 덧입혔느냐고 묻거나 한지로 표현했느냐고 묻는 관람객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재료는 모두 옷을 포장하는 쇼핑용 비닐가방, 마트에서 물건 싸주는 비닐봉지다. 그래서인지 재료 대부분 색깔이 찐하고 두껍단다. 그는 "색깔이 찐한 비닐을 여러 겹 겹치면 두세 가지 톤 이상 나오는 걸 볼 수 있으며 5~6개가 중첩돼 나오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항아리와 금줄에 담긴 애틋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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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의 애틋한 사랑과 멋을 떠올리며 만들었다는 <풍요1>(왼쪽)과 <금줄1>(오른쪽). 작품 <풍요1>에서 길게 늘어뜨린 오색기는 여인들의 기원과 남자들의 풍요를 표현했고, <금줄1>에서 긴 나뭇가지에 무성한 꽃은 다산과 번영을 나타낸다고 한다. ⓒ 조종안

 
김 작가의 업사이클 아트 특징은 고즈넉한 섬마을과 농촌을 떠오르게 하는 작품이 많다는 것. 장독대와 항아리도 보인다. 그중 눈길을 끄는 작품은 애틋했던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만들었다는 '항아리와 꽃(<금줄1>, <풍요1>)'이다. 그는 "<금줄1> 중앙에 그어진 흰 금줄에 마음이 쏠리는 이유는 항아리 이야기에 방점이 있기 때문"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예로부터 장독대와 항아리는 부(富)의 상징이었죠. 어머니들이 정화수 떠 놓고 기도하는 '기도의 산실'이기도 했고요. 제 친정엄마 추억이 깃들어 있어 그런지 더욱 아련해요. 새벽에 항아리 닦는 일로 하루를 시작했거든요. '장독대가 깨끗해야 복이 들어온다'고 하시면서.

항아리의 꽃은 제 경험을 재현한 겁니다. 산과 들에서 놀다가 예쁜 들꽃을 한아름 꺾어와 엄마가 깨끗이 닦아 엎어놓은 항아리를 다시 뒤집어 놓고 꽃을 꽂아놓았거든요. 그러면 엄마가 야단치는 게 아니라 물을 갈아주면서 가꾸셨죠. 그때 엄마만의 사랑과 멋을 느꼈던 거죠.

금줄을 친 것은 엄마가 딸만 다섯을 낳으셨어요. 그러니 얼마나 아들을 바랐겠어요. 그래서 넷째인 제가 일곱 살까지 남장하고 자랐어요.(웃음) 딸이 남장하면 아들을 본다는 속설이 전해지죠. 그런데 막내가 또 딸이 된 거예요. 그렇게 금줄을 칠 때마다 빌었던 엄마의 간절함을 표현했죠. 마침 코로나 팬데믹 시기와 맞물려 벽사의 의미, 즉 주술적인 측면에서 마귀·악마 물러가라는 염원을 담아 금줄을 친 겁니다."


김 작가는 "일반 쓰레기도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재활용품으로 탈바꿈할 수 있고 예술작품 소재로 활용될 수 있음을 알리기 위해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며 "폐기물이라고 마구 버릴 게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재활용할 수 있을지 한두 번쯤 생각하고 고민해 보자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버려진 막걸리병도 아름다운 꽃으로 거듭나게 하는 김덕신 작가. 그의 업사이클 작품들은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기도 하고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김 작가의 작품 활동은 또 다른 환경보존 운동으로 받아들여졌다. 아래는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온 그의 마지막 멘트다.

"어렸을 때 예쁜 구름과 노을, 들녘의 풀꽃 등을 보며 뛰어놀았던 기억들이 귀하고 소중한데 지금 아이들은 그러한 경험을 못 하면서 성장해요. 그래서 마음이 더욱 아픈 거죠. 아름다운 자연을 내 새끼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데... 이렇게 되기까지는 우리 세대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김덕신 #환경작가 #업사이클아트 #해양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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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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