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성소수자를 차별하지 않으면서 적절한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인이 너무나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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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정을 사전에 예측해 트랜스젠더 입원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할 수 없다며 보낸 의견이다. 지난 1월 인권위는 '트랜스젠더를 위한 의료서비스 이용 가이드라인을 만들라'고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보건복지부는 장관 명의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1인실 이용을 권고한다" 등의 설명과 함께 위 같이 답했다. 이같은 보건복지부의 권고 거부는 지난 28일 국가인권위원회 보도자료를 통해 알려졌다.
겨울은 "의료서비스를 누려야 하는 건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부분인데도 보건복지부는 트랜스젠더가 이를 이용할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인권위가 먼저", 전문가들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
지난 2021년 10월 법적 성별을 정정하지 않은 한 트랜스여성이 병원에 입원하려 했으나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아 여성 병실에 입원하지 못한 사건이 있었다. 해당 병원에는 트랜스젠더 입원에 관한 지침이 없었고,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라 남녀를 구분한 병실이 운영되고 있었다.
보건복지부를 향한 인권위의 트랜스젠더 입원 가이드라인 제정 권고는 이 일을 겪은 트랜스여성의 진정으로 나왔다. 그동안 보건복지부가 트랜스젠더의 병실 입원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적은 따로 없었다.
<오마이뉴스>는 보건복지부에 재차 입장을 물었으나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며 기존 태도를 재확인했다.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관계자는 29일 전화통화에서 "트랜스젠더도 정체성이나 수술 여부에 따라 스펙트럼이 굉장히 다양한 걸로 아는데, 그런 부분을 (가이드라인을 통해) 일률적으로 나열해 분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했다.
또 "이것은 병원과 의료기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목욕탕, 화장실, 헬스장에도 트랜스젠더를 위한 공간은 없다"며 "인권위 차원에서 먼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보건복지부도 거기에 맞춰 방향을 잡는데, 어린아이 떼쓰는 것도 아니고 '병원에 왜 가이드라인이 없냐'고 지엽적으로 접근하는 건 주객전도에 가깝다"고 했다.
그러나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치료받을 권리는 어떤 경우에서든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며 "국가는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관계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 지침을 마련할 의무가 있는데, 보건복지부가 인권위 권고를 거부하겠다는 건 트랜스젠더 환자에 대한 차별을 용인하거나 방치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한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는 "남성과 여성의 경계선을 일률적으로 딱 정하라는 게 아니라 트랜스젠더가 의료기관을 좀더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지침을 마련하라는 것"이라며 "당장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어렵다면 당사자들 목소리를 듣거나 연구를 진행할 수도 있는데 지금 보건복지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주장을 돌려 말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법무부에 이미 성소수자 수용자 관련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보건복지부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며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 표현과 차별적 대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기관 전반에 성소수자 인권 교육을 실시하고 주의해야 할 용어 등을 알려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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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번호는 남잔데요?" 아파도 병원 못가는 트랜스젠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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