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런 말이구나!" 문해력의 기쁨
언더라인
김명교 기자님의 <문해력의 기쁨>은 우리 학부모들께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문해력 이전에 내 아이의 '문해력 호기심'을 어떻게 깨울 수 있을지 저자의 노하우를 얻어갔으면 좋겠다. 문해력을 키워야 한다는 말은 많이 들어서 무작정 책만 많이 읽히면 저절로 아이의 문해력이 커질 거란 착각에 빠진 부모들이 많다. 문해력을 키워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인 '소통'이 빠진다면 아이가 어휘력 괴물로 자랄 수도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떠오르는 기억 하나.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인간)인 딸아이가 초등학생 때 한 살 많은 친구 아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엄마 친구 아들은 대개 그렇듯 잘생기고 똑똑하기까지 했다. 예상대로 핸섬한 오빠를 보고 기분이 좋아진 딸이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 내내 들뜬 상태였다. 상기된 얼굴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잠시도 한자리에 있지 못하며 한껏 티를 내면서도 정작 잘생긴 오빠한테는 한마디도 못하고 있던 딸. 친구 아들은 얼굴만 준수한 게 아니라 영리하기까지 해서 그런 내 딸을 보고 무심하게 툭 한마디 내뱉은 모양이다.
"너 조울증 있냐?"
딸은 다가가 말도 못 건네고 있는 엄친아 오빠가 자신에게 처음으로 건넨 말이 난생처음 듣는 말이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테다. 딸은 내게 와서 쪼르르 해맑게 물었다.
"엄마, 조울증이 뭐야?"
"그런 말을 어디서 들었어?"
"준수(가명) 오빠가 나한테 그러던데?"
아들이 한 말이라는 것을 알고 친구가 몹시 당황스러워하며 내 딸에게 아들을 대신해 사과했다. 지금 딸의 기억에는 친구 아들의 말은 사라지고 오빠의 '잘생김'만 남아 있으니 다행인가. '어휘량'이 '원만한 의사소통'과 단순히 같은 말이 아님을 상기시켜 주는 일화다.
이 책을 통해서 아이의 문해력 호기심을 일깨우기 위해 일하는 엄마인 저자가 해 본 최선의 실천 방법들, 15년 기자 생활에서 나온 생생하게 읽고 쓰는 방법에 대한 팁, 무엇보다 문해력과 독서 습관의 골든아워인 초등학교 시기에 우리 아이들에게 반드시 키워 주워야 할 '문해력을 키우는 세 가지 태도'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담이지만, <문해력의 기쁨>을 쓴 김명교 기자님은 내가 브런치에서 만난 정갈한 글에 반해 서슴지 않고 구독을 누른 분이었다. 한동안 글이 뜸해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책의 저자로 귀환하시다니, 역시 '해내는 힘'을 가지신 분이었다. 아직은 자녀가 어려서 아이를 재워놓고 틈틈이 쓰셨다는 말씀에 가슴이 몽글해졌다. 그런 글에 진심이 안 담길 리가 없고 진심이 담긴 글이 안 통할 리가.
두 저자의 책을 읽으며 책을 엮는 마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어떤 고민이나 생각의 출발점에서 시작된 첫 글이 불씨가 되어 뻗어 나갔을 생각의 고리들. 그 고리들을 연결하여 마침내 한 권의 책이 완성되었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지 짐작되기 때문이다. 지금 나도 이야기를 엮고 있는 중이라 두 저자의 책이 더 귀하게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고민과 사고의 결실은 도화선이 된 첫 글이 없었다면 만나보지 못할 일이었다. 오늘도 내 생각과 고민을 글로 써야 할 귀한 이유다.
다시 한번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에 이 책들을 권해 드리며 이번 주말엔 아이와 손잡고 가까운 도서관에 들러보시길 바란다.
“아, 이런 말이구나!” 문해력의 기쁨 - 15년 차 교육 기자가 발견한 문해력 호기심을 깨우는 결정적인 한 방
김명교 (지은이),
언더라인, 2023
우리 동네 구멍가게 이용법
이현영 (지은이), 정원재 (그림),
단비어린이,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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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은 공립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아이들에게서 더 많이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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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자녀와 학부모를 위한 책 두 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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