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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전두광의 감쪽같던 민머리, 이렇게 탄생했다

[인터뷰] 테크니컬 아트 스튜디오 CELL 황효균 대표

등록 2023.12.06 12:04수정 2023.12.0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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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환을 모델로 한 전두광의 모습. 그는 영화에서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라고 말한다.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대중영화에서 이제 특수분장은 필수 영역이다. 소재나 등장인물에 따라 편차는 있겠지만, 얼마나 감쪽같고 실제 같은지가 핵심이다. 개봉 후 현재까지 460만 관객을 돌파, 올해 두 번째 천만 관객 동원 영화로 유력한 <서울의 봄>에서 눈에 띄는 건 단연 주인공 전두광의 민머리다. 배우 황정민이 실제로 머리를 민 게 아니라 분장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화제가 됐다. 

<서울의 봄> 특수분장을 담당한 테크니컬 아트 스튜디오 셀의 황효균 대표를 만났다. 지난 2003년 곽태용 대표와 공동 설립한 셀은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최동훈, 류승완, 나홍진 감독 등 한국 대중영화 부흥기를 이끈 이들 주요 작품에 함께 했다. <부산행>과 <킹덤> 속 다양한 좀비, <옥자>의 돼지 옥자를 비롯, <달콤한 인생> 속 시체 더미나 <인류멸망보고서>의 로봇 캐릭터까지 모두 셀의 작품이다. 휴먼드라마에서 SF까지 특수 분장 활용 범주가 생각보다 매우 넓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실화가 가진 무게감

배우 황정민과 이미 스무 편 넘게 작업했다던 황효균 대표는 처음엔 <서울의 봄>을 거절했다고 한다. 물론 그간 풍부하게 장르물들을 경험했다지만, 이 베테랑에게도 실화 바탕의 실존 인물을 표현하는 건 부담감으로 작용했을 법하다 .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결말 또한 우리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중심에 섰던 인물을 표현하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김성수 감독님에게 일단 회차도 많고, 자연스럽게 할 자신이 없어서 못한다고 말했었다. 황정민 선배가 머리를 밀면 안 되는지 물었는데, 그게 그냥 민다고 해결될 게 아니더라. 머리가 벗겨지신 분들은 모발이 가늘어지면서 이마에서 정수리까지 많이 빠지고, 정수리나 뒤통수, 가마 쪽도 모근이 얇아져 숱이 적기 때문에 두피가 좀 비쳐 보인다. 배우분이 앞머리만 민다고 해서, 숱을 많이 친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보이는 게 아니겠더라."

이 지점에서 황 대표는 민머리 분장이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의 선택은 아예 민머리 분장을 해놓은 다음, 숱이 적은 가발을 씌워 나가는 방식이었다.

"노인 분장처럼 패치를 얼굴에 많이 붙이는 건 시선을 분산시켜 줄 요소가 많다. 민머리 경우는 매끈한 이마 쪽이 시선을 많이 받다 보니까 패치의 끝부분이 티 날 수도 있고, 연기하다 보면 (패치에) 기포가 찰 수도 있다. 특히 전두광의 경우 클로즈업 장면도 많고, 분장 횟수도 많아서 부담이 컸다. 가장 중요한 게 자연스러움이라 김성수 감독님과 여러 번 얘기하며 콘셉트를 잡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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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 비하인드 스틸.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황효균 대표는 제법 자세히 작업 공정을 설명했다. 이런 식이다. 배우 황정민의 두상과 얼굴 본을 뜬 뒤 석고상을 통해 이마부터 정수리까지 모델링을 만든다. 그걸 기반으로 몰드를 만든 뒤 부드러운 실리콘으로 뽑아내는 작업이 이어진다. 현장에선 배우의 머리카락을 눌러서 붙여놓고 볼드캡이라는 얇은 재료의 껍질을 헤어라인 쪽에 붙인 뒤 민머리 형태를 만들어 놓는다. 개그 프로에서 개그맨들이 민머리 분장을 할 때 머리에 쓰는 그것이다. 여기 위에 주름 묘사가 된 얇은 실리콘과 듬성듬성 나 있는 머리카락 가발을 붙여 섬세한 공정을 더한다.


"감독님께선 콧방울도 좀 더 넓게 해달라고 주문하셔서 배우분 코 양쪽에 실리콘을 붙였다. 역사적 인물 재현도 중요하지만,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너무 닮게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실제 인물과 닮게 만들면 인조 피부를 다 붙여놔야 하는데, 배우 본인이 실제로 품고 있는 감정이나 인상이 부자연스러워진다. <서울의 봄>은 실제 인물의 특징을 조금 넣어 그 느낌을 살려 보는 식이었다. 그림을 예로 들면 초상화가 아닌 캐리커쳐의 방식인 셈이다.

황정민 배우는 연기할 때 미간과 이마를 많이 쓰는 편이다. 이마 주름이 생겼다가 없어졌다가를 반복하는데 감독님이 그걸 알고 계셔서 연기할 때 자연스럽게 생겼다가 사라지는 주름을 분장으로 덮는 걸 원치 않으셨다. 테스트 때는 이마 위로 정수리까지 민머리 분장을 했는데, 배우분 머리카락 때문에 단차가 생길 수 있어서 그걸 줄이고자 초박형 재질로 눈썹부터 정수리까지 덮는 캡을 또 제작했다. 이마 주름이 최대한 안 덮이게 실제 주름과 실리콘 주름의 위치를 일일이 맞췄다. 분장을 잘했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하게 해야 했다. 영화 몰입을 방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게 가장 잘한 특수분장이라 생각하기에, 뭔가를 많이 하기 보단 자연스러움을 최우선으로 삼았던 것 같다."


현장에서 황정민이 황 대표에게 자주 했던 말이 '빨리빨리 해라. 하지만 꼼꼼하게 잘해달라'였다고 한다. 체감상 4시간 정도 분장을 해야 했기에 현장에 그만큼 빨리 가서 대기했던 배우의 재치를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평소 황정민 배우를 사적으로도 종종 만났다던 황효균 대표는 "선배님께서도 머리를 3cm 정도로 짧게 깎아오시고 볼륨감이 적도록 숱도 많이 쳐오셔서 작업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며 "실제로 2시간 30분 정도 걸렸는데, 군복 입고 군화까지 신는 것까지 하면 체감은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힘드셨을 텐데 내색 안 하시고 잘 참아주신 것에 매우 감사해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연기 잘하는 황정민 아닌, 못된 황정민 보여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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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귀공자>에서 황효균 대표가 분장에 참여하고 있다. ⓒ 황효균

 
완성된 직후 스태프들을 대상으로 한 기술 시사에서 누구보다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황효균 대표는 "전두광의 분장 티가 많이 나는지 보느라 신경이 쏠려 처음엔 제대로 영화를 보지 못했는데 개봉 후 다시 보면서 폭넓은 관점에서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기한 사람이 분명 황정민 배운데 느낌이 좀 다르더라. 관객평을 보면 어떤 분은 황정민이 아닌 것으로 아시는 분들도 있더라. 아무래도 좀 다르게 보였다는 건 특수분장 덕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보람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마음이 들었다. 현장에서 연기하시는 모습을 이미 봤고 내용도 다 알고 봤는데 개봉 후 다시 봤을 때 훨씬 더 강하고 못되게 연기하셨더라(웃음). 기술 시사 직후에 선배님이 저한테 '어떻더냐. 나 좀 잘 나오더냐' 하고 물으셨는데, 너무 못되게 나와서 팬이 좀 떨어져 나갈 수도 있겠는데요 하고 답했던 기억이 있다."
 

영화가 크게 흥행하면서 한 사람의 스태프 입장에서도 안도의 숨을 쉬는 요즘이다. 황효균 대표는 할리우드나 한국영화나 특수분장 면에서 기술적으로 크게 차이가 없다며 "경험 차이는 조금 있을 수 있어도, 기술 및 시간대비 인원 면에서 한국의 기술력이 부족해서 시도하지 못하는 장면은 없을 것"이라 말했다.

"아시다시피 저희 회사에서 커버하는 특수분장 범위가 생각보다 넓다. 영화 촬영 때 분장팀이 따로 있어서 웬만한 피 분장, 상처 등은 그쪽에서 다 잘하시고, 우린 인조 피부 등을 붙여 형태가 변한다든지 좀비처럼 아예 캐릭터가 변한다든지 하는 작업을 주로 한다.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나 영화 <더 문> 속 우주복도 우리가 제작했다. 또 배우들이 실제로 타기 어려워 하는 말도, 애니매트로닉스 기술(Animation+Electronic=animatronix)을 활용해서 움직이거나 달리는 말을 제작해 안전을 기하고, 실제 말에선 나올 수 없는 카메라 앵글을 잡을 수 있게끔 한다.

액션 영화를 보면 각종 무기류가 등장한다. 격투 장면에서 실제 무기로 하면 위험하니까 여러 무기를 안전하게 부드럽게 만드는 작업도 한다. 단순히 특수분장이라고 해서 분장만 하는 게 아니라 특수한 장비, 가방, 움직이는 물체 등까지 다양하게 맡고 있다. 기술 발달로 요즘은 제약들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 뒤처지지 않게 우리 팀을 비롯해 현장에서 많은 팀들이 계속 노력해 나가고 있다."


그간 참여한 많은 작품 중 특별히 기억나는 작품을 물으니 <남산의 부장들>이란 답이 돌아왔다. <서울의 봄> 주요 소재인 1979년 12월 12일 군사 반란 직전에 발생했던 박정희 시해 사건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배우 이성민이 박정희 대통령 역을 맡았다.

"이성민 선배님이 박통 분장을 했는데 많은 기술력이나 노하우가 담긴 건 아니지만 <서울의 봄>처럼 그 인물의 특징을 잡아주는 방향이었다. 귀가 크고 앞으로 서 있는 모양새였고, 인중도 좀 튀어나오게 분장을 했는데 선배님도 그 분장 덕에 인물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씀해주셨다. 관객분들도 박통 느낌이 많이 났다고 평해주셔서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다.

돌이켜보면 우리 팀에서 최초로 한 작업이 좀 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애니매트로닉스 말을 만들어서 배우분들이 덜 위험하게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고, <부산행> <킹덤> 같은 작품에서 한국형 좀비 분장을 시도했던 것 같다. 더욱 연구해서 제작진이 느끼는 표현의 한계를 기술적으로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현재 황효균 대표를 비롯 스튜디오 셀은 <폭싹 속았수다> <노 웨이 아웃> <애마> <광장> 등의 작품을 진행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황 대표는 배우 황정민이 주연인 영화 <호프>(나홍진 감독)를 촬영 중에 있다. 전면에 드러나지 않지만, 이처럼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주역들을 이번 기회에 다시 기억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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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너도 인간이니> 에 쓰인 특수분장 장비 ⓒ 황효균

#서울의봄 #황정민 #전두환 #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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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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