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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브로커 만나 1억 전달...지방경찰청장·검찰수사관 동석"

[사건 브로커 재판] 11억 건네진 2020년 12월, 코인사기범 광주지검 송치 직후...구속 막으려 로비 정황

등록 2023.12.05 21:11수정 2023.12.0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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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법원 전경 ⓒ 안현주

 
코인 투자사기 피의자 측으로부터 20억원에 육박하는 검경 수사 무마 로비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건 브로커'에 대한 재판에서 브로커와 검찰, 경찰, 정치권의 유착 정도를 드러내는 단면 일부가 공개됐다.

사건브로커에게 11억원의 로비자금이 건네진 것으로 검찰이 파악해 법정에서 공개한 2020년 12월은 코인사기범 사건이 경찰에서 검찰로 넘겨진 직후(불구속 송치)였다는 점에서 당시 탁씨 사건을 처리한 광주지검을 직간접적으로 로비하기 위한 자금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20년 전방위 인맥관리' 사건브로커 3번째 재판...주목받은 검찰, 증인들 '입'

광주지방법원 형사8단독 김용신 부장판사는 5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성아무개(62·구속기소)씨와 전아무개(62·구속기소)씨에 대한 3번째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검사와 피고인 측 쟁점은 브로커 성씨와 당시 코인 투자사기 혐의로 경찰과 검찰에 쫓기던 탁아무개(44·별건 구속기소)씨가 실제 주고 받은 로비자금 규모였다.

검사는 앞선 재판에서 성씨와 전씨에게 모두 18억5400만원의 금품이 2020년 1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수사 무마 로비 명목으로 건네졌고, 이 중 전씨에게로 간 약 3억원을 제외한 15억원 상당이 성씨가 수수한 로비자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은 성씨가 받은 것으로 검사가 파악한 로비자금 15억원 중에서도 2020년 12월 9일 1억원, 22일 5억원, 27일 5억원 등 총 11억원을 탁씨 측이 실제 성씨에게 건넸느냐, 건넸다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줬느냐를 놓고 양측은 공방을 벌였다.


검사는 광주지역 식당(민속주점)과 골프연습장 등 금품이 건네진 장소와 시간, 당시 참석 멤버 등을 공개하며 성씨 혐의를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성씨 변호인은 검사와 탁씨 주장의 빈틈을 찾으려 애썼다.

성씨 혐의 입증을 위해 검사는 탁씨와 탁씨의 동생(42), 그리고 성씨와 함께 로비 자금 일부를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구속기소된 또다른 브로커 전씨를 증인석에 세웠다.

쟁점은 이들이 실제 주고 받은 로비자금 액수였지만, 정작 관심은 증인들 입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온 성씨의 검찰, 경찰, 정치인 인맥 그리고 공직자 비리 단면이었다.

전체 로비자금 18억여원 가운데 11억원이 3차례에 걸쳐 탁씨 측에서 성씨에게로 건네진 것으로 검찰이 파악해 이날 공개한 시점은 2020년 12월이었다. <오마이뉴스> 취재에 따르면 이때는 탁씨 사건이 광주광산경찰서에서 광주지검으로 송치된 직후였으며, 당시 검찰 수사팀의 구속 수사 방침에 탁씨 측이 총력 대응에 나서던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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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구속된 ‘사건 브로커’ A(62·사진)씨는 자신의 SNS에 고위 경찰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사진을 게시해왔으나 최근 돌연 사진을 삭제했다. 그와 친분이 깊은 검경 관계자들은 대체로 골프 모임을 통해 만남을 지속해왔다. ⓒ 독자 제공

 
탁씨는 이날 증인석에서 2020년 12월 9일 광주 서구 한 민속주점에서 탁씨 측이 1억원을 성씨에게 건넬 당시 누구를 보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현직 지방경찰청장(경무관) 이아무개씨, 검찰 수사관 심아무개씨, 또 다른 고위경찰관, 전남지역 국회의원 비서관 등이 성씨와 식사를 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다만 로비자금은 탁씨 측이 성씨 차량 안에 실었다고 밝혀 식당 안에 있던 고위직 관리들이 성씨의 뒷돈 수수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때 언급된 이 아무개 경무관(치안감 퇴직)의 경우 검찰 인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심 아무개 수사관의 경우 수사 기밀 유출을 대가로 뇌물 13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광주지검 목포지청 수사관이다.

탁씨는 "그날 동생이랑 제주도에 있다가 성씨로부터 '너희 일을 봐줄 수사계장과 검찰 고위관계자랑 저녁에 식사한다. 인사비를 가져오라'는 전화를 받고 급히 광주로 와서 집에 있던 1억원을 챙겨 동생과 함께갔다"고 덧붙였다.

2020년 12월 22일 광주 한 골프연습장에서 5억원을 탁씨측으로부터 성씨가 받았다는 혐의와 관련해 탁씨는 "서울 강남경찰서 일(탁씨 수사건)을 잘봐줘 성씨를 신임해왔다. 광주광산경찰서가 수사 중이던 내 사건 자료를 받아줬고, 성씨의 경찰 인맥을 봤었기 때문에 믿고 돈을 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거액의 현금은 그때그때 비트코인 등 코인을 환전해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탁씨는 자신에 대한 코인 투자사기 사건 수사를 하던 서울 강남경찰서를 거론하며 "출국금지되지 않도록 해주고, 경찰 출석도 지연해달라"는 요청을 또다른 브로커 전씨에게 하면서 1000만원 안팎의 금품을 동생 탁씨 편을 통해 보냈다는 점도 이날 밝혔다.

검사 "브로커, 경찰을 '애들'로 부르며 관리"...탁씨 "경찰에 비리 제보했더니 금세 성씨에게 전달"

검사는 탁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하면서 성씨가 경찰을 더러 "애들"로 불렀다는 점도 밝혔다. 성씨가 탁씨 측으로부터 로비자금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애들(경찰 고위직 등) 관리에 필요한 골프회원권 구매 등에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점을 드러내면서다. 

탁씨 형제는 "강남경찰서에서 체포영장 빼는(수사무마) 것도 인사했다(돈 줬고)" "검경에 인사한다며 하도 많이 돈을 건네줘서 일일이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이왕 저사람(성씨)의 힘을 봤으니 믿고 갔다" 는 증언을 수차례 하기도 했다.

검찰이 현재 수사 중인 브로커 성씨의 전방위 로비 의혹의 단서를 포착한 경위도 이날 법정에서 공개됐다.

탁씨 형제는 2022년 4월 광주경찰청에 브로커 성씨 관련 비리 내용을 제보했으나 곧바로 성씨에게 그 이야기가 흘러들어갔고, 그래서 같은 해 8월 검찰에 제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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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경찰청, 광주경찰청 청사. ⓒ 안현주

  
동생 탁씨는 재판장으로부터 "로비자금 건넨 시기와 액수, 명목 등을 기록해둔 장부는 따로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그런 기록과 사진, 녹음파일을 찍어둔 휴대전화가 한대 있다. 별도 보관 중이나 포렌식하면 복원될 것 같다"며 "필요시 재판부에 휴대전화를 제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관 변호사' 등 탁씨 변호 나선 6명의 변호사 면면과 수임료도 일부공개 

또한 탁씨가 2020~2021년 검경 수사를 받던 중 구속을 피하려고 선임한 변호인들의 면면과 수임료 일부도 이날 일부 공개됐다.

성씨 변호인이 성씨가 탁씨로부터 받은 로비 자금 상당액은 탁씨 변호인 선임을 위해 사용했다고 밝히는 과정에서다.

이 시기 탁씨에 대한 각종 사건 대응을 위해 모두 6명이 선임됐고, 이 가운데 검사장 출신 변호사 1명 등 2명은 브로커 성씨가 선임했다고 성씨 변호인은 밝혔다. 나머지는 탁씨 측이 선임한 변호사들이라도 덧붙이면서다.

이 중 탁씨는 증인석에서 "검사장 출신 양아무개 변호사에게 1억5000만원을 성씨가 지급했다고는 들었다"고 했다. 성공보수가 포함된 것인지 여부는 별도로 밝히지 않았다.

성씨 측은 다음 공판에서 제기된 혐의 인정 여부를 밝히겠다고 했다. 또다른 브로커 전씨는 앞선 재판에서 검사가 제기한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힌바 있다.

다음 재판은 내년 1월 11일 오후 2시30분 광주지방법원 202호 법정에서 속행된다.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 김진호)는 지난 8월 브로커 성씨를 체포해 재판에 넘긴 뒤 성씨를 둘러싼 검경 수사 무마 로비, 경찰 인사 비리 등 후속 수사를 벌여 현재까지 검찰 수사관 1명과 전직 경무관 등 경찰관 2명을 구속기소했다.

또 광주·전남 경찰관 7명이 인사 청탁 혹은 수사 무마 혐의로 입건돼 직위해제됐고, 검찰 수사관 2명도 입건돼 수사받고 있다. 지난달 15일에는 인사 비리 혐의로 수사받던 전직 치안감(전남경찰청장)이 극단 선택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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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검찰청·광주고등검찰청 ⓒ 안현주

   
#브로커 #로비자금 #사건브로커 #수사무마 #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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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 제보 및 기사에 대한 의견은 ssal198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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