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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해야" "포기 못 해", '노란봉투' 당사자들의 좌절과 다짐

'10년 전 캠페인 제안' 배춘환씨-박래군 대표 등 "노동자, 언제쯤 정당한 처우 받을까"

등록 2023.12.08 18:10수정 2023.12.0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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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법 2조 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방송3법 대통령 거부권을 거부한다’ 정의당 긴급행동 돌입 기자회견이 11월 2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앞에서 김준우 비대위원장, 이은주, 강은미 의원, 금식기도 중인 남재영 목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저는 윤석열 대통령님께서 거부권을 행사하면 이 분들의 이름을 부르기로 약속했습니다.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님. 제주도에서 실습하다가 사망한 이민호군. 구의역 김군. SPC 끼임사망 사고 노동자 분들. 택배 과로 사망 노동자 분들. 대통령님과 오늘 이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의원님들은 대답하셔야 합니다. 이 분들이 왜 목숨을 잃을 만큼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면서도 그걸 바꿔 달라 말하지 못하고 돌아가셨는가. 그렇다면 기업은 계속 노동자를 갈아 넣어 이윤을 추구하겠다는 건가.

10년 전 딱 이맘 때 쌍용차 해고노동자 분들에게 47억 원의 손해배상이 청구됐다는 기사를 보고 편지를 썼습니다. 해고자에게 이렇게 큰 금액을 배상하라는 나라에서 셋째를 낳을 생각을 하니 갑갑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4만 7000원을 동봉했습니다. 그것은 미담을 위한 편지도 아니고, 시혜성 성금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살고자하는 절규였습니다. 너무나 이 나라에 희망이 없어 보여서, 작은 희망이라도 절실해서였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땅에서 세 아이를 키울 엄마로 아이들에게 어떤 희망을 이야기해야할지 도무지 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희망의 한 조각이라도 찾길 바란 지 10년, 오늘 그 희망이 사망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 및 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직후, 10년 전 노란봉투 캠페인을 제안한 시민 배춘환씨가 8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 섰다. 당시 이 캠페인을 시작으로 노동자들의 노조권을 보장하는 노란봉투법 논의가 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다듬어진 노란봉투법은 파업 참여 노동자에 대한 무분별한 손배 가압류를 막고,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21대 국회에서 가까스로 본회의에 상정, 지난달 9일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이 법안은 결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와 재표결 문턱을 넘지 못했다. 

"거부권 행사한 대통령님, 반대표 던진 의원님들 대답하셔야 합니다"

시민모임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손을잡고) 운영위원이기도 한 배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란봉투법 좌절의 의미를 다시 짚었다. 배씨는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이자율 올리면 올리는대로, 세금 올리면 올리는 대로 꼬박꼬박 내면서 열악한 노동환경에서도 맡겨진 일을 성실하게 해 낸 분들이 누구인가"라면서 "도대체 언제나 돼야 노동자들이 대한민국에 기여한 만큼 정당한 처우를 받을 수 있나"라고 개탄했다. 

박래군 손잡고 상임대표는 박 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노조법 개정안은 진짜 사장 책임지게 하는 법, 손배 폭탄 금지법이라는 점에서 많은 시민들이 지지해왔다"면서" 한 여론조사에서도 70% 이상의 시민들이 이 법의 통과를 지지해왔는데, 정부와 여당 그리고 대통령은 이 법을 또 다시 좌절 시켰다"고 지적했다. 


2009년 파업 이후 수백억 원의 손배 소송을 겪어온 바 있는 쌍용자동차지부 김득중 지부장은 "당시 해고된 노동자들은 10년 전 모두 복직했지만, 저와 100여 명의 동료들은 14년이 지난 지금도 경찰이 청구한 손배 재판에 피고로 재판을 받고 있다"면서 "그 과정에서 동료와 가족들을 떠나 보냈기에 더 이상 (이러한) 제2, 제3의 노동자가 있어선 안 된다는 절박함으로 호소하며 개정안을 기대한 만큼, 이 순간 정말 화가 난다"고 했다. 

이날 노란봉투법은 재석의원 291명 중 찬성 175표, 반대 115표, 기권 1표로 부결됐다.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했던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노란봉투법의 사용자 개념에는 위헌성이 없다고 밝혔기에 마지막 잎새를 그리는 심정이었다"면서 "노란봉투법은 두산중공업 배달호, 한진중공업 김주익, 최강서, 쌍용자동차 서른셋 노동자들, 그리고 굴뚝에서 망루에서 철탑에서 손배 가압류로 고통받고 희생된 이름을 다 기억할 수 없는 수많은 하청, 파견, 용역, 간접고용 노동자들 앞에 국회가 20년 만에 쓴 최소한의 반성문이었다"고 비판했다. 

박래군 : "다시 해야죠."

김득중 : "포기할 수 없죠."

배춘환 : "끝까지 말하겠습니다."


기자회견장을 나선 노란봉투 캠페인의 당사자들은 그럼에도 '다시'를 말했다. 김득중 지부장은 "이 순간에도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부정 당하면서 노동권을 위해, 손배 가압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노동자들과 함께 주저앉는 게 아니라 노조법 개정을 위해 힘있게 달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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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재의 부결 직후, 로텐더홀 계단 앞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정권의 국회 입법권 무력화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 남소연

  
더불어민주당도 비판을 제기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장 앞 계단에서 연 규탄대회에서 "참 비정한 대통령, 참 야박한 여당이다"라면서 "이번 거부권 및 재의 부결은 정말 잘못됐다. 여당은 입법부의 자존심 대신 윤 대통령의 시녀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재의 과정에서 부결된 방송 3법과 노조법은 물론 양곡법, 간호법 등 기존에 거부된 법안을 모두 다시 준비하고 다시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으로 화살을 돌렸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을 재표결하게 된 것은 유감으로 생각한다"면서 "마지막 정기국회를 정쟁의 장으로 만든 민주당의 폭주법이다"라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노란봉투법 인터뷰 시리즈 https://omn.kr/24p2e
#노란봉투법 #노조법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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