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군청의 뒤뜰 모습
이현우
중고등학생이 되어서는 군청 뒤뜰을 운동장 삼아 깡통차기(술래잡기와 비슷한 놀이로 깡통을 차면 잡힌 술래가 모두 해방된다)와 다방구(기둥이 기지가 되어 두 개의 팀으로 나누어 술래를 잡는 놀이인데 내가 살던 동네에서는 '변놀이'로 불렸다) 놀이를 했다. 각종 장애물과 숨을 수 있는 벽과 나무가 많았다. 어린 시절 우리에겐 이보다 좋은 변놀이와 깡통차기 전용 운동장이 없었다. 술래가 되기도 하고 술래를 따돌리기도 하면서 군청 뒤뜰을 신나게 활보했다.
동네 친구, 형, 동생들과 돈 없이도 잘 놀았다. 이게 다 군청 덕분이다. 군청 설계자가 의도한 바인지 모르겠지만 어쨌건 우리는 군청을 어른들만의 건물로 두지 않았다.
도시공학과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공공건축물 기본계획 연구를 수행하는 회사에 입사했다. 기본계획이란 설계 이전에 기획을 하는 단계를 말한다. 건축물의 콘셉트, 도입 시설과 규모 등을 구상한다. 직업병이 이런 걸까. 공공건축물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멀리서 사진도 찍어보고 여유가 되면 건축물 안에 들어가 둘러본다. 어떤 공간이 조성되었는지, 누가 주로 이용하는지도 관찰한다.
군청, 시청, 동주민센터와 같은 공공건축물은 어떻게 지어야 잘 지었다고 할 수 있을까? 공공청사는 공공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청사다. 본래 청사의 용도와 목적에 맞게 기능해야만 한다. 당연하게도 공공 서비스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짓는 것이 공공건축의 핵심이다. 공공 서비스 기능 말고도 중요한 게 있을까.
어린이가 전주시청에 무슨 일로 모였을까
친구 결혼식 때문에 전주시에 방문했다가 우연히 전주시청을 발견했다. 사람이든 건물이든 첫인상이 중요하다. 전주시청은 한옥이라는 도시 이미지를 잘 연상하게끔 건축되었다. 건축적 지식이 없는 누구라도 시청을 보면 전주시의 상징과도 같은 풍남문을 떠올릴 법하고 전면부에는 한옥 처마가 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