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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들고 일본군과 싸우겠다"던 여성, 묘비가 달라졌다

[연재 그 이후] 누군가의 부인 아닌 '독립운동가'로... 문일민·안혜순 선생 묘비 교체

등록 2023.12.11 10:37수정 2023.12.1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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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된 문일민·안혜순 부부 ⓒ 국가보훈부

 
지난해 10월 25일부터 올해 7월 24일까지 총 29화에 걸쳐 오마이뉴스에 독립운동가 문일민(1894~1968) 선생의 이야기를 <무강 문일민 평전>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바 있습니다.

마지막 연재분에서 저는 문일민 선생을 알리기 위한 노력과 성과 등을 언급하면서, 한편으로 이러한 바람을 드러냈습니다. (관련 기사: 문일민 선생을 알리기 위한 노력... 결실로 이어졌다 https://omn.kr/24vwb )

"아쉬움도 있다. 현재 문일민·안혜순 부부는 국립서울현충원 독립유공자 묘역에 나란히 잠들어 있다. 다만 안혜순 선생이 서훈되기 전에 조성된 묘역이라 묘비에는 '애국지사 문일민의 묘(배위 안혜순)'라고 새겨져 있다.

안혜순 선생 역시 2019년 독립유공자로 서훈이 됐으니 이제는 '애국지사 문일민·안혜순의 묘'로 교체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후손들에게 묘비 교체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이 부분만큼은 후손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어머니가 살아있었으면 분명 자신의 업적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을 것이라는 이유다.

다만 안혜순 선생 역시 누군가의 부인으로서가 아니라 당당한 독립운동가로서 남편 문일민 선생과 나란히 자리해야 한다는 나의 입장엔 변함이 없다. 그것이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온당한 예우일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일은 언젠가 꼭 성사시키고 싶은 나의 숙원이다." - <무강 문일민 평전> 29화 中


새롭게 설치된 애국지사 문일민·안혜순의 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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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있던 묘비(왼쪽)와 새롭게 교체된 애국지사 문일민·안혜순 선생의 묘비 ⓒ 김경준

     
그런데 연재 종료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기쁜 소식을 접하게 됐습니다. 유족들로부터 마침내 묘비 교체를 추진하기로 했다는 연락을 받은 것입니다. 이제는 두분 모두 독립유공자로 동등하게 예우를 받아야 한다는 제 주장에 유족들도 공감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리하여 지난 11월 기존 묘비가 철거되고 마침내 '애국지사 문일민·안혜순의 묘'라 새겨진 새 묘비가 현충원에 세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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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이 교체된 문일민·안혜순 선생의 묘비(뒷편). 부인 안혜순 선생의 생몰연대가 추가됐다. ⓒ 김경준

   
문일민 선생의 약력만 새겨져 있었던 하단 비문도 안혜순 선생의 약력을 추가한 새 비문으로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도 손을 좀 보탰습니다. 유족들의 의뢰로 문일민 선생에 관한 최신 연구 성과들을 반영하여 기존의 이력을 대폭 수정한 약력 초안을 마련한 것입니다.


연구를 토대로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선생의 이력들을 대거 추가했으나, 현충원 측에서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와 함께 국가보훈부 공훈록에는 없는 내용을 추가하는 것에 난색을 표하면서, 결국 다시 한 번 수정이 이뤄졌습니다.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문일민·안혜순 선생의 묘비문 작성과 교체에 기여했다는 점에 연구자로서 크나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12월 9일 유족들로부터 하단 묘비문까지 새롭게 교체됐다는 소식을 전달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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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안혜순 선생의 약력이 추가된 새 묘비문 ⓒ 문현아

 
돌이켜보면 "무명 독립운동가의 삶을 발굴하여 알리고 싶다"는 꿈을 품고 대학원에 진학했고, 그 첫 결실로 내놓은 것이 바로 문일민 선생의 삶을 재조명한 석사학위논문이었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현충원의 문일민·안혜순 선생 묘비 교체로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이 감격스럽기만 합니다.

안혜순 선생은 2019년 독립유공자 서훈에 이어 이번 묘비 교체로 비로소 누군가의 부인, 누군가의 어머니가 아닌 한 사람의 독립운동가로 인정받았습니다.

참고로 안혜순 선생은 1928년 중국 베이징에서 독립운동가 권기옥 선생 삼촌의 중매로 남편 문일민을 만났다고 합니다. 첫 만남 당시 "만일 당신이 총을 든다면 나도 총을 들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당찬 포부를 드러냈고, 문일민 선생 역시 그 대답을 듣고 매우 흡족해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안혜순 선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의 부인들로 구성된 '한인애국부인회'에 참여하면서 선전물의 인쇄·배포 등에 앞장 섰고, 음식 솜씨가 좋아 임시정부 요인들의 식사도 책임졌습니다. 후손들의 증언에 의하면 늘 남편 못지 않게 뜨거운 애국심과 배포를 갖고 있었으며, 항상 총을 들고 전선에서 일본군과 싸우고 싶어했다고 전해집니다.

이제 당당한 '애국지사 안혜순'으로 묘비에 이름이 새겨졌으니, 선생께도 큰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부부독립운동가의 헌신,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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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6호선 삼각지역에 부착된 문일민·안혜순 지사 포스터 ⓒ 김경준

 
문일민·안혜순 선생은 '부부 독립운동가'로서 2023년 12월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됐습니다. 현재 전국 관공서·학교·지하철역 등에 두분의 포스터가 부착되고, 광복회관·서대문형무소역사관·독립기념관 등에서도 관련 전시가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국가보훈부에서 발행한 문일민·안혜순 지사 약전과 광복회관·독립기념관 전시에 오마이뉴스에 <무강 문일민 평전>을 연재하며 새롭게 발굴한 자료 등 연구 성과가 대폭 반영된 것을 확인하며 또 한 번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2023년 올 한 해 개인적으로 이룬 성취 중 가장 큰 성취로 기억될 듯합니다.

이번 묘비 교체와 이달의 독립운동가 선정을 계기로, 보다 많은 시민들이 문일민·안혜순 두분 애국지사의 이름을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혹 가능하다면 현충원에 한 번 들러 두분 묘역 앞에 국화꽃 한 송이와 술 한 잔 올리고 오면 어떨까요?

※ 문일민·안혜순 선생 묘역: 국립서울현충원 독립유공자묘역 66
덧붙이는 글 인스타그램 '독립로드 (@kiaquot)' 채널에도 소개합니다.
#문일민 #안혜순 #독립운동가 #무강문일민평전 #현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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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사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한국근대사 전공) / 취미로 전통활쏘기를 수련하고 있습니다. / <어느 대학생의 일본 내 독립운동사적지 탐방기>, <다시 걷는 임정로드>, <무강 문일민 평전>, <활 배웁니다> 등 연재 / 기사 제보는 heig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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