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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정해인 실존인물 보려고, 서울현충원에 100명 모였다

[후기] 성황리에 진행된 '서울의 봄·12.12 특별 현충원투어'... "대전에서 다시 만나자"

등록 2023.12.10 17:55수정 2023.12.1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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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현충원에서는 시민 100명이 모여 서울의봄 및 12.12 특별 현충원 투어를 진행했다. 사진은 김오랑 중령 묘. 포항에서 올라온 중학교 2학년 다현양이 술을 올리고 있다. ⓒ 권택상

 
"오늘 혹시 몇 명이나 오나요?"

9일 '서울의 봄·12.12 특별 현충원 투어'에 참석한 중앙일간지 논설위원의 물음이었다. 망설임 없이 "100명 정도는 될 것 같다"라고 답했더니, 그는 적잖이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이며 "그렇게나 많이 오냐"라고 되물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다섯 시간 동안 이어진 투어에는 1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서울현충원을 함께 걸었다. 이들 중에는 새벽부터 경북 포항에서 엄마와 함께 차를 타고 온 중학교 2학년 다현이도 있었고, 부산과 창원, 울산, 광주, 대구, 대전 등에서 KTX를 타고 온 여러 시민도 있었다. 목포에서 온 시민은 이번 투어를 위해 전날 미리 올라와 하룻밤 잔 뒤 참석하는 열의를 보였다. 

이유를 물으니 모두 한결같았다. 영화 <서울의봄>의 실제 주인공들이 어디에 잠들었고, 이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준비한 행사였다. <현충원한바퀴>라는 책의 저자이자, 지난 2018년 이래 항일과 친일을 주제로 30회 이상 현충원 투어를 진행한 당사자로서 시민들의 바람에 응답하고, 현충원에 잠든 '참군인'들을 여러 시민과 함께 만나보고 싶었다. 

참군인 김오랑의 부인 백영옥, 어찌 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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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현충원에서는 시민 100명이 모여 서울의봄 및 12.12 특별 현충원 투어를 진행했다. 사진은 12.12 전사자 김오랑 중령 묘 앞. ⓒ 권택상

   
이날 오전 11시께, 100명의 시민들이 '육군중령 김오랑의 묘'라고 새겨진 무덤 앞에 섰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 배우 정해인이 연기한 오진호 소령의 모티브가 된 실존인물이다.

시민들 서명이 담긴 태극기를 묘 앞에 펼쳤다. 미리 준비한 술잔에 중학교 2학년 다현양이 술을 가득 담아 김오랑 중령의 영전에 올렸다.


"대한민국 참군인 김오랑 중령의 묘 앞에 전국에서 올라온 시민들이 이렇게 섰습니다. 12.12 반란군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김오랑 중령과 남편 죽음에 대한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을 외치다 운명한 백영옥 여사를 마음속에 새기며 인사 올리겠습니다."

1979년 12월 13일 새벽에 전사한 김오랑 중령의 무덤 앞에서 1991년 6월 숨진 채 발견된 백영옥 여사의 이야기를 했다. 대한민국 국군이 참군인의 길을 선택했을 때 남은 가족들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 전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2023년을 살아가는 청년들이 갈림길에 섰을 때 과연 올바른 길을 걸을 것인지 함께 생각했으면 했다.

김오랑 중령의 부인 백영옥, 그는 1948년 생으로 평안도에서 태어났다. 한국전쟁 때 부산으로 이주한 뒤 부산 봉래초등학교-경남여중-경남여고-부산대학교 간호학과를 나와 1973년 김 중령과 결혼했다. 결혼 6년 만인 1979년 12월 13일 오전 0시 30분께 남편은 반란군의 총탄에 사망한다.

눈이 원래 좋지 못했던 백 여사는 남편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시신경이 마비돼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남편과 함께 살던 군인 아파트에서 쫓겨나 오갈 데가 없어진 백 여사는 부산 영도구의 한 불교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근근이 목숨을 부지했다. 

어려운 형편에도 남편의 명예를 회복하고 책임자에 대한 죄를 묻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국방부는 1990년 1월 남편의 계급을 소령에서 중령으로 추서했다. 이에 백 여사는 1990년 12월께 12.12 반란의 주역인 전두환, 당시 대통령인 노태우, 12.12 당시 특전사령부를 침투했던 최세창 특전사 여단장 등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했다. 백 여사가 찾아간 변호사들이 당시 부산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등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6월 28일 백 여사는 자신이 거주하던 자비원 건물 아래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실족사로 결론내렸다. 부산 지역 언론이 당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백 여사의 시신은 화장돼 영락원 무연고 합장묘에 안치됐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해 9월 김오랑 중령에 대한 사망 구분을 '순직'에서 '전사'로 재심사할 것을 국방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지난해 12월 7일 정부는 육군참모총장 명의의 '전사확인서'를 발급했다. 김 중령이 떠난 지 43년 만이다. 김 중령의 묘비에는 여전히 전사 대신 순직이라 새겨져 있다.

군인사법은 전사자를 '적과의 교전 또는 무장 폭동·반란 등을 방지하기 위한 행위로 인해 사망한 사람', 순직자를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으로 정의한다. 

"참군인 김오랑 정신을 알리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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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현충원에서는 시민 100명이 모여 서울의봄 및 12.12 특별 현충원 투어를 진행했다. 사진은 전사자 정선엽 병장 묘. ⓒ 권택상

 
이날 현충원투어를 진행하며 여러 질문을 받았다. 다만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도 온전히 답을 하지 못한 게 있으니, 바로 "대한민국 국군은 김오랑 중령을 비롯해 마찬가지로 12.12 당시 반란군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 정선엽 병장 등을 어떻게 평가하고 가르치고 있냐"는 물음이었다. '반란군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군인들에 대한 교육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라는 뜻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간부후보생 시절을 포함해 위관 장교로 4년 가까이 군 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김오랑, 정선엽 등 12.12 당시 반란군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군인들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 관심이 없어서라기보다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대한민국 국군은 참군인 김오랑 중령의 추모비 건립조차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2013년 국회에서 김 중령에 대한 무공훈장 추서와 추모비 건립안이 발의돼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지만 국방부가 제동을 걸었다. 추모비를 세울 정도의 업적을 세웠냐는 이유였다. 결국 김 중령이 나온 육사나 특전사령부 어디에도 추모비는 세워지지 않았다. 대신 김 중령의 고향인 김해시 삼정동 삼성초등학교와 삼정중학교 사이의 산책로에 김해시민의 뜻을 모은 흉상이 세워졌다. 2014년 6월의 일이다.

돌아보면 군 시절 전국에 산개한 여러 전적지를 다녔지만, 때마다 만나는 인물들이 고정돼 있었다. 대한민국 국군의 아버지로 평가받는 초대 육군참모총장 이응준을 필두로 한국전쟁의 영웅으로 불리는 백선엽, 한국전쟁 중 추락사고로 사망한 김백일 등이다. 당시에는 몰랐다. 이들이 대한민국 정부가 공인한 '친일파'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참군인은 이런 분들이라며 추앙하고 마음에 새겼을 뿐이다. 이런 군인들만 배웠으니 반란군에 맞서싸운 김오랑 같은 군인을 기억하지 못한 것은 당연했던 일.

그나마 다행이라면, 영화 <서울의 봄>의 흥행으로 여러 시민들이 12.12의 진실을 다시 한번 알게 되는 계기가 마련됐고, 이를 바탕으로 열린 현충원 투어에 100여 명 시민들이 모여 참군인 김오랑을 추모하고 기억하며 알렸다는 점이다.

이에 서울 노원구에서 온 학군장교 출신 황승봉씨는 즉흥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제안을 현장에 있는 시민들에게 했다.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서울의 봄>이 500만이 넘은 시점에 서울현충원에서 참군인 김오랑, 정선엽, 정병주를 만났으니 <서울의 봄>이 천만 관객을 넘으면 또 다른 참군인을 찾아 대전현충원에서 '서울의 봄 투어'를 진행해 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의 제안에 투어에 참석한 시민들은 "조만간 다시 한번 대전현충원에서 만나게 될 것 같다"는 말을 서로에게 했다.

서울현충원에 12.12쿠데타에 맞섰던 참군인 김오랑과 정선엽, 정병주가 잠들었다면 대전현충원에는 12.12 당시 반란군에 맞서 싸웠던 장태완 수경사 사령관과 김진기 헌병감 등이 있다. 물론 이들 곁에는 12.12 반란의 주역이었던 유학성, 이차군, 우국일, 김택수, 김기택, 정도영, 안현태, 송응섭, 김윤호 등도 안장됐다. 

세밑새해 어간에 대전현충원에서 다시 한번 '서울의 봄·12.12 특별 현충원투어'가 진행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이유다. 다섯 시간 동안 이어진 '강행군' 투어에 함께 걸음을 이은 100여 명의 시민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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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현충원에서는 시민 100명이 모여 서울의봄 및 12.12 특별 현충원 투어를 진행했다. 사진은 12.12 반란군에 맞서 싸운 정병주 장군 묘 앞. ⓒ 권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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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현충원에서는 시민 100명이 모여 서울의봄 및 12.12 특별 현충원 투어를 진행했다. 사진은 12.12 전사자 김오랑 중령 묘 앞. ⓒ 권택상

#서울의봄 #현충원 #김오랑 #정병주 #정선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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