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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민간인 피학살자 손자·손녀들 "이젠 저희가 나설게요"

진주유족회, 전국 첫 '유족2세 연석회의' 열어... 추모제 공동 운영하기로

등록 2023.12.10 17:52수정 2023.12.1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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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전후 진주민간인 피학살자 유족회의 ‘유족 2세 연석회의’. ⓒ 진주유족회

 
"어르신들에게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앞으로는 저희들이 나설게요. 저희 할아버지대의 억울한 죽음이 있었다는 말만 들었는데, 오늘 막상 와서 보니 더 실감을 하게 됩니다. 자료를 보니 분개하지 않을 수 없고, 세상에 이를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젠 저희들이 나서겠습니다."  

10일 경남 진주의 한 식당에서 진행된 '한국전쟁 전후 진주지역 민간인 피학살자의 손자·손녀 모임'에 나온 한 참석자의 말이다. 한국전쟁 전후 진주민간인 피학살자 유족회'(아래 진주유족회, 회장 정연조)가 '유족 2세 연석회의'를 연 것이다.

전국에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자의 유족 모임은 많지만, 피학살자의 손자·손녀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는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날 모임에는 진주를 비롯해, 서울, 광주, 부산에 사는 유족회원들이 참석했다.

모임에는 피학살자 손자·손녀만 28명이 참석했다. 연령으로 따지면 대부분 30~40대들이다. 일부 유족회원들은 2세들과 함께 진주시 명석면 명석고개 컨테이너 안에 있는 유골 보관함을 찾기도 했다.

유족2세 모임은 정연조 회장이 제안해 진행됐고, 그동안 두 차례 임원회의를 거쳐 이날 첫 모임이 성사됐다.

정연조 회장은 "누군가는 이 일을 맡아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시민단체에 도움을 요청할까도 생각하다가 유족들이 나서는 게 제일 중요하다 싶어 진행했다"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유족2세 연석회의 계획을 담은 자료를 지난 6월에 내서 여러 원로 회원들에게 보냈더니 좋은 반응을 보였다"라며 "오늘 유족2세 모임에 많이 오면 열명 남짓이라고 예상을 했는데, 3배 가까이 많이 참석을 했다. 가슴 뿌듯하다"라고 덧붙였다.


진주유족회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피학살자 유족 1세들은 모두 연로하며, 최연소자의 연령이 74세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재까지의 유족회 활동은 진실규명과 유족들의 소송제기, 위령사업에 치중해 왔으나 피학살자 개개인의 신원확인과 유골의 완전 발굴과 유족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유골의 안장·안치, 학살당사자들의 신원확인과 학살일시 장소, 학살명령의 전달 과정과 계통 등 어느 것 한 가지도 명확하게 밝혀지거나 확인되지 않았다"라며 "이를 확실하게 밝히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유족회의 활동이 요구된다"라고 했다.

2세 참여 확대... 모임 '공동 운영체제' 유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대해 진주유족회는 "국가의 사과를 권고했고, 유족들은 국가범죄의 재발방지책을 요구하고 있으나 국가는 현재까지도 이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족들에 대한 국가의 사과는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로서 당연한 것이며, 국가는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라면서 "그러나 민간인 학살사건은 국가가 공권력을 사용해 조직적으로 저지른 범죄임은 이미 밝혀진 진화위에 의해 확정된 사건이다. 이와 유사한 사건의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보장받으려 하는 것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로써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관철시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렇게 하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은 형사소송법중 시효소멸에 관한 규정에 '국가기관이 공권력을 사용해 저지른 범죄행위에 관해서는 시효소멸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항목을 신설하는 것"이라며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도 보다 효율적이고 지속적인 유족회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모든 학살사건은 전쟁과 독재정권 하에서 발생했음이 역사가 증언하고 있다. 학살의 원천적인 원인제거를 위한 유족회 활동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대정신이다"라며 "이러한 반독재, 반전평화운동을 위해서도 유족회의 발전적인 재조직의 방법으로써 유족 2세들의 참여가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전쟁의 후유증과 연좌제의 굴레 속에서 살아남기에 급급했던 유족 1세들의 넘어서서 더 배우고, 지식을 갖춘 유족 2세들의 건전하고 참신한 유족회 활동으로 유족회의 목표인 반전, 반독재, 인권 평화운동의 전개가 요구된다"고 기대핬다.

진주유족회는 앞으로 2세 참여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모임을 1세와 2세가 공동 운영하는 체제로 하고, 유족회 임원단에 2세를 참여하기로 하며. 1세들은 고문으로 참여하는 단계로 한다는 것.

진주유족회는 2024년에 열리는 추모제 때 집사와 헌관을 2세 중에 선임하기로 했다. 또 이들은 백서 편집에 2세의 운영에 참고가 될 수 있도록 충분한 자료의 수집과 수록을 해나가기로 했다.

정연조 회장은 "2세 모임이 잘 돼 다행이고, 이제 한시름 놓게 됐다"라며 "일부 참석자들은 2세들과 함께 명석고개에 있는 유골 보관함을 찾아서 한없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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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전후 진주민간인 피학살자 유족회의 ‘유족 2세 연석회의’. ⓒ 진주유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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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전후 진주민간인 피학살자 유족회의 ‘유족 2세 연석회의’. ⓒ 진주유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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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전후 진주민간인 피학살자 유족회의 ‘유족 2세 연석회의’. ⓒ 진주유족회

 
#한국전쟁 #진주유족회 #명석고개 #진실화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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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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