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 고양이두랑이와 보금자리였던 비닐하우스
도희선
밤 열두 시를 넘긴 시간, 세차게 내리는 빗속에 마당의 테이블 밑에 오종종하게 붙어 앉아 비를 피하는 녀석들을 보자 아차 싶었다. 갈 곳이 없나 싶어 녀석들을 붙잡아 선룸 안으로 데리고 오다 놓쳤다.
퍼붓는 빗속으로 사라진 녀석들을 한 시간도 넘게 찾다가 나는 흠뻑 젖은 채 들어와 밤새 잠을 설쳤다. 다음 날 아침 태풍이 위력을 뽐내며 태양광 패널을 부수고 썬룸 유리지붕을 산산조각 냈다. 패널 두 개는 마당으로 떨어져 나뒹굴었다.
한 시간 후, 언제 그랬나 싶게 말간 하늘에 태양이 비추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비닐하우스를 향해 아이들 이름을 불렀다. 그 순간 '냐옹' 하며 털끝 하나 젖지 않고 뽀송한 얼굴로 밥이나 달라고 빤히 쳐다보는 눈망울을 보는 순간, 태풍 뒤 아수라장이 된 집 꼴에도 웃음이 나왔다.
올봄이 되면서 고양이들 생활에 변화가 생겼다. 두식은 오월에 고양이별로 떠났고,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두랑은 걸핏하면 집을 나가 상처투성이가 되어 며칠 만에 돌아오곤 했다.
유월의 마지막 날. 반려견 두강이 짖는 소리에 휴대전화로 CCTV 화면을 확인하던 남편은 고양이 두랑이 왔다고 했다. 쏜살같이 마당으로 달려 나갔다. 일주일 만이었다. 허겁지겁 밥을 먹는 녀석의 등을 쓰다듬으며 아침에 보자는 말을 남기고 들어왔다.
뒷발 하나 피범벅돼 온 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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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을 다친 두랑이 ⓒ 도희선
다음 날 아침, 고양이 밥을 챙겨 주러 나갔다가 두랑의 발은 본 나는 비명을 질렀다. 왼쪽 뒷발의 발가락이 뭉텅 잘려 나가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전날 밤엔 어두워서 보지 못했다. 끔찍한 일을 겪고도 고통을 무릅쓰고 집을 찾아 돌아온 녀석이 안쓰럽고 대견했다. 앞뒤 가릴 것 없었다. 이대로 두면 더운 날씨에 상처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지퍼 달린 장바구니에 녀석을 넣어 병원에 데려갔다. 마취 주사를 놓고 엑스레이를 찍어 보니 발가락 세 개가 잘려 나갔다. 의사는 2주간 효과가 지속되는 항생제 주사를 놔주었다. 상처가 곪으면 다리를 자르는 수술을 해야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말과 함께.
두랑은 의사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하루에 두 번 꼬박꼬박 밥을 먹으러 왔고 그때마다 내가 조심스럽게 소독약을 발라 주었다. 다행히 상처는 잘 아물었고 평생 다리를 절뚝이며 살 줄 알았던 우리의 걱정과는 달리 두랑의 움직임은 전과 별로 다르지 않다.
길고양이의 삶이 순탄치 않을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가까이서 지켜보니 정말 녹록지 않다. 길에서 아깽이(아이 고양이)로 태어나 성묘가 될 확률은 30퍼센트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다 자란 녀석들조차 수명이 3년을 넘기기 어렵다고 한다. 열악한 환경, 굶주림, 질병, 영역 다툼, 게다가 사람들의 학대까지. 온갖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다. 바깥 생활을 하는 고양이들의 좀 더 안전한 삶과 인간과의 공존을 위한 방법은 뭘까.
길냥이 겨울밥 주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