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금빛열차와 온돌마루실. 편한걸까, 불편한걸까..?
권유정
얼마 남지 않은 1학년의 버킷리스트는 '기차여행'이었다. 우선은 다 함께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기차여행을 검색해 후보지를 추렸다. 춘천, 강릉, 군산, 부산, 정선 등 여러 후보지가 나왔다. 정해진 것은 군산.
군산으로 가는 기차는 시간대 별로 있지만, 서해금빛열차는 하루에 한 대, 그것도 주말과 월-목-금요일만 운행한다. 그중 온돌마루(한옥식 온돌좌석)는 딱 9칸뿐이라 예약이 쉽지 않다.
되도록이면 예약도 학생들과 함께 하고 싶었지만 온돌마루를 얻기 위해서는 이용일 한 달 전, 오전 7시에 오픈런을 해야 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예약은 일괄 교사들이 하게 되었다. 게다가 온돌마루실은 모바일에서는 불가능하고, 꼭 PC로 접속해야 해서 교사들 역시 시간 맞춰 가능한 사람이 몇 없었다.
다행히 한 분이 재빠른 예약으로 4칸이나 확보해, 우리는 고대하던 온돌마루실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순식간에 매진이 된 온돌마루실 외에도 기차를 예매하는 과정은 꽤 험난했다. 첫 번째 난관은, 여행을 준비하며 정보를 더 찾다 보니 온돌마루실이 생각보다 비좁았다는 점이다.
안내에는 1실당 3~6인까지 이용가능하다고 되어있었는데, 성인 6명이 이용하기에는 객실이 다소 작아 보였다. 거기에 1인 이용금액과 별도로 온돌마루실 하나당 3만 원씩을 추가로 내야 하기 때문에 온돌마루 이용여부에 대해 아이들과 재논의 과정이 필요했다.
온돌마루의 장단점을 비교한 후에 각자 선호에 따라 좌석을 나누었다. 좌식이 불편하고 추가비용을 내기 싫어 그냥 일반석이 타겠다는 아이들도 있고, 그래도 따뜻한 온돌마루를 이용하고 싶다는 아이들도 있고, 온돌마루가 좋지만 좁은 건 싫기 때문에 원하는 친구가 많다면 일반석으로 가겠다는 아이들도 있었다. 제각각 욕구가 달랐다.
온돌마루실을 확보한 것과는 별개로 이용하는 인원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열차표를 취소 후 다시 예매를 해야 했다.
두 번째 난관은, 아이들마다 승하차 역이 다르다는 점이다. 서해금빛열차는 용산, 영등포, 수원역을 거쳐가는데 우리 학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이 다 있다 보니 가까운 역이 모두 달랐다.
편의를 위해 영등포는 제외하고 용산과 수원, 두 곳으로 승하차 역을 나누어 따로 예매를 했고, 여행 후 기숙사로 입소할 아이들을 위해 청평행 ITX도 예매를 해야 했다. 아이들이 승하차 역을 바꾸거나 기숙사 입소 여부를 바꿀 때마다 표를 새로 끊어야 하는 고충이 있었다.
감사하지만 너무 복잡한 장애인 할인
하지만 무엇보다 예매를 어렵게 한 것은, 장애인 할인을 받는 과정이었다. 코레일은 중증 장애인과 동반 1인에게 할인 혜택을 준다. 정부나 지자체에 지원을 받지 못하는 우리 학교 입장에서는 활동마다 소요되는 경비도 상당한 부담이기에 승차권 할인 혜택은 무척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할인과정은 상당히 복잡해서, 한 번에 최대 9명까지밖에 결제가 안 되는 데다, 할인대상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일일이 입력해야 한다. 심지어 왕복 티켓도 한 번에 적용이 되지 않아 편도로 각각 입력을 해야 하고, 동반할인을 받는 티켓이 있으면 개별 변경이나 취소가 되지 않아 변동이 생길 때마다 전체 티켓을 전부 취소하고 다시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 예매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40여 장의 열차를 예약하기 위해 몇 번의 예매와 취소, 재예매 과정을 반복했는지. 카드회사와 코레일에서 부정사용으로 연락이 올까 봐 염려가 될 정도였다.
그나마 우리는 월요일에 이용해서 취소수수료가 없다는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단체예약을 하거나 금토일에 이용하면 장당 최소 400원씩 취소수수료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