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빙 미스 노마 자궁암 진단을 받은 90세의 어머니와 장기간의 캠핑카 여행을 떠난 아들 부부의 여행기이다. 이들의 용감함은 어떻게 가능한지, 어떻게 살다 어떻게 갈 것인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아프면서도 유쾌하고 놀랍고 따뜻한 책이다.
흐름출판
존엄한 마지막을 다룬 또 다른 책. <드라이빙 미스 노마>의 주인공 미스 노마는 90세에 자궁암 진단을 받고, 아들 부부와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한다(소설 같지만 실화이다).
이 가족은 캠핑카를 타고 1년이 넘게 미국 여행을 했고, 미스 노마는 캠핑카에서 아들 부부와 호스피스의 도움을 받으며 죽음을 맞았다. '당했다'는 말보다 '맞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죽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스 노마와 그 아들 부부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죽음을 대하는 방식 모두 내 마음에 긴 여운으로 남아있다.
오랫동안 지병을 안고 살았던 87세의 할머니가 계셨다. 어느 날, 간으로 전이된 위암을 발견하자 수술이 아니라 집으로 가는 것을 선택했다. 할머니는 먹던 모든 약을 중단하고, 미루어두었던 만남과 일들을 마무리 하셨다.
이렇게 3주 동안 삶을 정리하는 시간을 보내셨고, 평온하게 자면서 숨을 거두셨다고 한다. 당연히 주변에서는 끝까지 치료를 했더라면 하고 아쉬워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할머니는 "나는 지금까지 잘 살았어요. 더 이상 알고 싶지 않아. 이제 끝인 거지. 받아들여요"라는 말씀을 남기셨다. 김현아 교수의 책 <죽음을 배우는 시간>에서 만난 내용이다.
피할 게 아니라 받아들여야
죽음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일반적인 문화는 '공포'와 '회피'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공포는 어쩌면 수많은 위험들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중요한 생존능력일 것이다. 그러나 피할 수 있는 위험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공포로 끝까지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삶을 정리하고 완성하며 맞이하는 죽음은 불가능할 것이다.
삶의 끝이 죽음임을 받아들이는 것, 삶의 정리와 완성을 위해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것, 이것이 죽음 앞에 선 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최선은 미스 노마의 사례처럼 아주 특별한 마지막이어야만 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한 사람이 의미 있고 평온하게 삶을 완성하고 죽음을 맞을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사회의 교육이, 의료가, 돌봄이 어떠해야 할지 바닥부터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절실한 것 같다.
대통령의 염장이 - 대한민국 장례명장이 어루만진 삶의 끝과 시작
유재철 (지은이),
김영사, 2022
드라이빙 미스 노마 - 숨이 붙어 있는 한 재밌게 살고 싶어!
팀, 라미 (지은이), 고상숙 (옮긴이),
흐름출판,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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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겨울밭, 붉은 동백의 아우성, 눈쌓인 백록담,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소리와 포말을 경이롭게 바라보며 제주의 겨울을 살고있다. 그리고 조금씩 사랑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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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염장이'가 부러워한 80대 할머니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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