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중순에 늦은 김장을 하였다늘 친정엄마가 담가 주셨는데 친정엄마가 떠나시고 올해 처음 혼자 담가 보았다.
유영숙
매년 김장을 한다. 우리 가족은 할머니 표 김치를 좋아한다. 우리 집 김치만큼 맛있는 것을 먹어보지 못했다고 한다. 김치를 먹을 때마다 '김치는 역시 할머니 표 우리 집 김치가 최고야!'라고 말한다. 여기서 할머니는 내 친정엄마를 말한다.
12월 중순 이맘때 대부분 가정에서는 김장을 하고 여유 있게 보낸다. 김치가 익어서 맛있게 먹는 집도 있다. 시골에 사는 남동생도 11월 초에 김장하고 지금은 여유 있게 겨울을 즐긴다고 한다.
친정엄마는 매년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친정아버지 제사를 지내고 우리 집에 올라오셨다. 시골집이 주택이라 겨울에 추워서 우리 집에서 겨울을 보내시고 봄에 벚꽃이 필 때쯤 내려가셨다. 10년 이상을 그렇게 하셨다. 아들 둘에 딸 하나인데 아들보다는 딸네가 편하다고 하셨다.
우리 집에 오셔서 며칠 쉬시다가 12월 중순에 늘 김장을 해주셨다. 아파트 상가 채소 가게에서 절임 배추를 주문하시고, 내가 퇴근하면 벌써 김칫거리를 사다가 다 씻어 놓으셨다. 김장하는 날도 어느새 찹쌀풀도 쑤어 두고 김장 준비를 완벽하게 해 놓으신다.
김장하는 날 나는 그저 보조만 하였다. 고춧가루 넣으라면 넣고, 액젓 넣으라면 넣는 정도였다. 계량도 안 하고 대충 짐작으로 하시는데도 간이 딱 맞았다. 노란 배춧잎에 김치 양념을 싸서 딸 하나, 사위 하나 주시며 맛보라고 하셨는데 이제 그런 친정엄마가 안 계시다. 친정엄마는 지난 2월에 하늘나라로 가셨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올해도 우리 집은 12월 16일 토요일에 늦은 김장을 하였다. 친정엄마 없이 처음으로 나 혼자 하는 김장이다. 걱정이 많이 된다. 할머니 표 김치처럼 담글 수 있을지 걱정이다. 작년에 김장하며 적어 놓은 레시피가 있어서 퇴근하며 집 앞에 있는 마트에 들러서 필요한 것을 배달시켰다. 김장철이 지나서인지 무와 쪽파 등이 썩 마음에 안 들었지만 배달시켰다. 식자재마트에 갈 걸 하고 잠깐 후회하였다.
저녁에 절임 배추 40킬로그램이 도착했다. 가을에 고춧가루 주문했던 해남 배추다. 지인 동서라 믿고 주문했다. 배추는 잘 절여진 것 같았다. 깨끗하게 씻었다고 다시 씻지 말라고 했다. 씻으면 배추가 살아난다면서.
앞으로 김장은 늘 남편과 둘이 할 거라서 김장 레시피를 올해는 더 꼼꼼하게 적어두었다. 김장 당일 한꺼번에 하면 힘도 들고 바빠서 각종 재료는 전날 준비해 둔다. 김장 당일에는 무채를 썰어 배춧속 넣는 일만 한다. 그래야 힘이 덜 든다.
우리 집 김장 레시피
1. 절임 배추는 김장 하루 전날 도착하도록 예약한다. 절임 배추를 뒤쪽 베란다에 소쿠리에 배추를 뒤집어 차곡차곡 담아서 물기가 빠지게 한다.
2. 배달 시킨 무는 수세미로 깨끗하게 씻고, 쪽파와 대파, 갓도 씻어서 베란다에 놓아둔다.
3. 물 2.5ℓ에 육수 코인 3개를 넣고 찹쌀가루 일곱 스푼을 듬뿍 담아 뭉치지 않게 저어 둔다. 중불에서 눌러붙지 않도록 나무 주걱으로 저어주며 묽게 찹쌀풀을 쑨다. 유튜브를 보면 황태 머리와 각종 재료를 넣어 육수를 만들라고 하는데 생략했다. 육수 코인 세 개로 대신했다. 나는 복잡한 요리를 싫어해서 늘 가장 간단한 요리 방법으로 한다.
4. 김장 당일이다. 쪽파와 대파, 갓을 잘게 썰어 둔다. 크게 썰면 양념에 겉돌아서 배춧속 넣기가 나쁘다. 마늘 1kg 한 봉지와 생강 한 팩은 씻어서 다짐기에 넣고 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