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의 동성 커플 축복 공식 승인을 보도하는 미 CNN 방송
CNN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사제의 동성 커플 축복을 공식 승인했다.
교황청 교리성은 18일(현지 시각) 공개한 서한에서 "축복은 모든 규정에 어긋난 상황을 승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느님이 모든 이를 환영한다는 의미"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사제는 개개의 경우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라며 "축복을 통해 하느님의 도움을 구하는 모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교회가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막아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성경에 나오는 축복을 광범위하게 정의해서 하느님과 초월적인 관계를 추구하고,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를 찾는 사람들이 축복을 받기 위한 조건으로 '철저한 도덕적 분석'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조건 달았으나... 동성애 죄악시한 가톨릭 전통 깨뜨려
교황청은 결혼을 남녀 간의 불가분 결합으로 여기며 오랫동안 동성 결합을 반대해 왔다. 2021년 발표한 교황청 신앙 교리에서도 "신은 죄를 축복할 수 없기에 두 남자 혹은 두 여자의 결합을 축복할 수 없다"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러나 지난 10월 보수 성향 추기경들이 교황에게 '동성 결합 축복이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과 맞느냐'는 질의를 보냈다.
이에 교황은 "사제들이 부정, 거부, 배제를 일삼는 판관이 될 수 없다"라며 "결혼에 대한 잘못된 교리를 전달하지 않는 축복의 형태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동성 결합에 대한 진보적 견해를 밝혔다.
다만 "결혼은 이성 간의 결합"이라며 "결혼이 아닌 것을 결혼으로 인정하도록 보이는 의식은 피한다"라고 적었다.
교황청은 이날 서한에서 "동성 결합의 축복은 철저히 비예배적이어야 한다"라며 "정해진 의식이나 절차를 거쳐서는 안 되고, 결혼식에 어울리는 의복과 몸짓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라고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축복은 하느님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수단이 된다"라며 "축복을 구하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결코 작은 일이 아니라 삶의 수많은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초월성과 자비, 하느님의 친밀함에 대한 개방성을 표현하고 키워준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복음을 전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분석하고 분류하며, 은혜의 문을 열기보다는 검사하고 검증하려는 자기도취적이고 권위적인 엘리트주의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극적인 변화" 성소수자에 문 여는 가톨릭
예수회 신부이자 성소수자 권리를 지지하는 제임스 마틴은 AP통신에 "교황청의 큰 진전이자 극적인 변화"라고 환영했다.
또한 "교황청의 이번 서한은 가톨릭 동성 커플이 그들의 관계에 하느님의 임재와 도움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다는 것을 인정한다"라며 "앞으로 많은 사제들과 함께 동성 결합을 축복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라고 밝혔다.
미 CNN방송도 "교황이 동성 커플 축복을 공식적으로 승인한 것은 교황청의 중대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어 "교황은 성소수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접근 방식을 바꾸고 싶어했다"라며 "동성 커플에 대한 사회적 인정을 지지했고, 교황청이 과거 성소수자에게 사용했던 가혹한 언어에서 탈피하려고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최근에도 교황청은 타고난 생물학적 성별과 사회적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 트랜스젠더도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세례 성사를 받을 수 있다는 교리 해석을 내놓는 등 성소수자에 대한 개방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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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동성커플 축복' 공식 승인... "하느님은 모두를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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