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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떻게 단양주로 막걸리의 새로운 지평 열었나

[인터뷰] 김만중 온지술도가 대표 "대한민국 대표하는 단양주 만들겠다"

등록 2023.12.19 16:16수정 2023.12.2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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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는 많은 사람이 가볍게 즐기며 함께 술잔을 나눌 수 있는 친숙한 술로 기억되고 있다. 반면 양반가에서는 먼저 밑술을 빚은 뒤 발효된 밑술에 덧술 작업을 거쳐 술을 만들었다. 이 과정의 횟수에 따라 이양주, 삼양주, 사양주 등으로 나뉜다. 

현대에 와서 많은 양조장에서는 대부분 이양주로 술을 빚는다. 이양주는 덧술 시부재료를 추가할 수도 있어 다양한 부재료가 활용하는 최신 막걸리 트렌드에도 최적화된 방식이다.

불광동에 위치한 양조장, 온지술도가에서는 단양주 방식으로 이양주, 삼양주 못지않은 달큰하고 산미 가득한 탁주를 만들어 낸다. 현대의 기술과 환경을 활용하여 단양주만의 고유한 맛과 향을 자아낸다. 온지술도가에서 만든 레몬이 들어간 '온지 몬'은 2023년 우리술 품평회에서 소비자 인기투표 대상을 수상했다. 

은평구에서 수년간 요식업을 운영했던 김만중 대표는 한식과 맛있는 술의 조화를 즐길 수 있는 주막 문화를 실천하고자 직접 술을 배워 경복궁 인근에 서촌주막을 열게 되었고 이후 막걸리 제조에 전념하고자 다시금 은평에서 온지술도가라는 이름으로 양조장을 시작했다. 그는 어떻게 단양주로 프리미엄 막걸리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것일까? 온지술도가의 술 빚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옛것을 익혀 현대에 맞게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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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지술도가 김만중 대표 (사진 :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 온지술도가에 대해 소개 부탁드린다.

"온지술도가는 맛있는 술을 빚는 곳이라는 뜻을 가진 '온지(醞旨)'와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안다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뜻을 갖고 옛 술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고 디자인하는 양조장이다.

첫 제품을 출시한 지 1년이 지난 현재, 기본 탁주 두 종류와 부재료가 가미된 탁주인 온지시리즈 네 종류를 판매하고 있다. 6년 전 주막 문화를 실천해 보고자 직접 빚은 술과 페어링 안주를 제공하는 '술익는 서촌주막&양조장'을 운영했다.


주막이라는 이름답게 과거 주막에서 그랬던 것처럼 단양주로 술을 빚어 막걸리를 판매했고 불광동으로 이사하면서 본격적으로 양조장을 설립하여 술을 빚고 있다."

- 온고이지신이라, 실제로 어떤 측면에서 옛것과 새것의 조화를 추구하는지?

"술 빚는 방식은 옛것을 그대로 따르지만, 빚는 과정은 전통 방식과 다른 점이 많다. 술을 빚을 때 누룩을 활용하는 것은 동양권에만 있는 술 빚는 방식으로 효소와 효모가 같이 들어있어서 당화와 발효가 함께 진행되는 유일한 방식이다. 코지라는 일본식 누룩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지만, 온지술도가에서는 한국식 전통 누룩을 사용하고 있으며 오로지 쌀과 누룩, 정제수만을 넣어 술을 빚는다.

빚는 과정은 전통 방식과 다른 점이 많다. 누룩으로 술을 빚을 때는 외부 환경에 균도 많고 소독에도 한계가 있어 누룩이 오염이 되기 쉬웠다. 그렇다 보니 밑술을 만들어 점차 양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성공 확률을 높이는 가양주 문화가 발달할 수밖에 없었고 이양주·삼양주가 명주로 많이 불리게 되었다."

- 누룩이 오염되기 쉽다는 건 그만큼 만들기 어렵다는 의미인 거 같다. 

"현재는 오염원들을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이어서 단양주로도 맛있는 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최대 3개월까지 아주 천천히 발효시키는 과정을 통해 단양주의 특별한 개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효모의 특성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효모는 혐기성이라 발효할 때 공기 중 산소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숨 쉬는 항아리보다는 산소를 차단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 용기를 활용하여 술을 빚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과거에는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려운 특성상 25도에서 주로 발효시키는 것이 통용되었으나 효모가 훨씬 낮은 온도인 15도에서도 살아있으며, 오히려 저온에서 다양하게 자극받아 발효하게 되면 더 맛있는 술을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온지술도가에서는 저온에서 장기간 발효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 단양주, 그것도 오래 발효한 단양주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 술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고유한 단맛과 산미가 함께 살아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짧은 기간 발효한 단양주은 당화가 빨리 되고 잔당이 없다 보니 인공감미료를 넣어 단맛을 내게 된다. 하지만 오랜 시간 천천히 발효시킨 온지술도가의 단양주는 발효 기간이 긴데도 잔당이 있어 단맛과 산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따라서 어울리는 음식과의 조화 없이 술 자체만을 즐기더라도 질리지 않고 마실 수 있다.

또한 미생물은 살아있는데 발효는 끝나가는 상태이다 보니 거품이나 탄산이 많이 나오지 않고 효모와 효소가 아직 살아있어 좀 더 숙성시킨 후에 먹는 것도 가능하여 색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새로운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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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지술도가 시리즈 (사진 :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 약주와 소주 등 주종을 다양화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탁주 측면에서는 기존의 시그니처 탁주인 서촌막걸리 12도와 15도를 기반으로 다양한 부재료들이 들어간 탁주 온지시리즈를 작년부터 판매 중이다. 이외에도 매번 다르게 빚어낸 누룩을 사용, 매월 새롭게 출시되는 약주인 월간 온지가 있다.

화이트 와인과 비슷한 느낌을 전해 주는 쌀로 만든 맑은 술로 특유의 시트러스함으로 어울리는 음식과 조화를 이루기 좋다. 이후에 두 종류의 증류 소주도 오픈 막바지에 있다. 모두 단양주인 것은 동일하다."

- 온지시리즈 중 '온지몬'이 2023 대한민국 우리술대축제 우리술 품평회에서 소비자 인기투표 대상을 받았다. 색다른 형태의 탁주, 온지시리즈가 각광받고 있다.

"온지시리즈는 최근 젊은 친구들의 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것을 바탕으로 그들의 스타일에 맞춰 기존 탁주를 기반으로 새롭게 도전한 술이다. 쑥, 오미자, 솔, 레몬을 부재료로 활용하여 총 네 가지 종류로 출시했다.

소비자들이 출품된 많은 술을 직접 마셔보고 투표하여 선택된 것이라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어떠한 인증이나 서류상 가산점 없이 오롯이 맛으로만 승부한 느낌이라 더욱더 값진 상인 것 같다."

- 온지시리즈의 모든 술들이 부재료의 맛과 향을 가득 담고 있다. 다양한 측면에서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주세법상 쌀 대비 부재료가 20% 미만으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충분한 맛을 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던 끝에 처음부터 발효를 같이하지 않고 가수할 때 투입하여 부재료의 맛이 살아 있도록 했다.

또한 왁스나 방부제가 없는 제주도 레몬을 껍질째 넣고 솔순을 제철에 채취해 만든 효소를 1년여 정도 숙성시켜 사용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부재료들의 풍미를 확실하게 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했다."

주막 문화가 있는 동네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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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지술도가 막걸리 제조 과정 (사진 :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 최근 다양한 양조장과 한국 술이 생기면서 로컬을 비롯한 다양한 지역 중심의 이야기를 나오고 있다.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진정한 형태로 술이 지역화가 되려면 지역 내에서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해 생산되고 소비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사실 지역 외의 재료를 함께 활용함과 동시에 판매도 외부까지 함께 고려해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어쩔 수 없이 함께 가져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며 술을 빚어내는 2차 가공과 생산은 지역 내에서 직접 하되 지역 내에서 조금이라도 소비가 되는 형태가 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령 어렸을 때 할머니 심부름으로 주전자를 들고 막걸리 파는 곳에 가서 직접 받아왔던 것처럼 로컬 푸드와 함께 지역에서 움직이는 시스템은 어떨까? 포장재나 봉투를 쓰지 않고 직접 용기를 가져가서 구매하는 방식을 고민해 볼 수 있겠다."  

- 지역의 다양한 축제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구파발역 인근에서 진행한 은평꽃장에 참여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서울혁신파크에 위치한 카페 쓸에서 진행한 쓸어담장 행사에 페어링 음료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가능한 여러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지역의 대표적인 술로 알려지고 싶다.

은평에서 산 지 16년이 넘어가고 있는 주민으로서 은평은 나에겐 제2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은평구가 가진 매력을 좋아한다. 양조장을 만들 때 다시금 은평구로 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파트보다는 기존 주택가가 많아 사람 사는 곳 같기도 하고 아이들이 함께 뛰노는 골목 있는 정겨운 문화가 좋다.

이러한 동네에서 다양한 양조장을 기반으로 한 주막 문화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한다. 은평구의 지원을 통해 첫 양조장 '라이스그루브'가 생기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더 넓은 방면으로 지원이 확대된다면 양조 산업의 성장과 더불어 주막 문화를 실현할 수 있는 좋은 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성수동에서도 구청 차원의 다양한 지원을 통해 공장을 비롯한 올드패션을 기반으로 양조장 문화가 형성되면서 양조장 협의회가 만들어지기까지했다. 은평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어떤 측면에서 그 가능성을 엿보았나?

"양조장의 경우 다른 업종과는 달리 작은 공간만 있으면 충분히 들어설 수 있는 제조업장이다. 은평은 작은 골목들이 많은 지역의 특성상 소규모 양조장이 들어오기에도 괜찮은 지역이다.

또한 역촌동, 구파발 등 과거 은평은 조선시대 관문 역할을 하는 지역으로 한양에 당도하기 전 하루 쉬었다가 가는 길목에 해당한다. 역전에 해당해 여관과 주막이 많아 실제로 주막문화가 꽃피우던 지역이었다.

이렇듯 지역이 과거부터 갖고 있던 역사성과 지역 특성을 바탕으로 충분히 양조사업과 주막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라이브그루브와 온지술도가, 더 나아가 몇 개의 양조장들이 더 생긴다면 지역 내에서 전통주 축제를 할 수도 있고 양조장들과 함께 행사를 열어 주막 문화도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러한 모습이 은평구의 새로운 로컬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은평과 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측면에서 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은평의 대표적인 술로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행사를 할 때나 선물 시즌에도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찾는 상품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 그렇게 되고자 여러 방면으로 홍보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또한 은평의 지역 술로서 한발 더 다가가고자 북한산을 모티브로 한 술을 내년쯤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 온지술도가의 최종 꿈이 있다면?

"전통 누룩과 쌀, 정제수만을 사용하여 다양한 종류의 술을 만들어냈다. 탁주, 약주, 소주를 넘어 쌀 위스키까지 마지막으로 도전해 보고 싶다. 온지술도가의 술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단양주의 명가에서 빚어낸 산미 좋은 술의 대명사로 불리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양조장 #김만중 #온지술도가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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