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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던 아이... 이 시를 읽고 달라졌습니다

예술강사 수기공모전 '날자, 예술강사' 수상작①

등록 2023.12.26 18:02수정 2023.12.2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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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예술 연극강사로 활동을 해오면서 잊히지 않는 수업이 있다. 이 학교는 고가의 브랜드 아파트와 주택가 사이에 위치해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하교 후 함께 어울리는 친구들이 끼리끼리 나뉘어 있어 반 전체, 학년 전체 친구들이 융화되기 쉽지 않았다. 

하교 시간이 되면 오른쪽으로 하교하는 친구들, 왼쪽으로 하교하는 학생들이 달라 교실에서도 친구들 무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 학교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연극 수업을 진행했다. 저학년일 때는 모든 친구가 서스럼없이 잘 어울리고 재미있게 연극 수업을 했는데 4학년이 되니 끼리끼리 나뉘었다. 

4월의 어느 날. 4학년 연극 수업시간이었다. 그날은 자기를 표현하는 시간이었다.
초등 40분 수업은 무언가를 준비하고 발표하기에 짧아 이 학교 4~6학년은 블록수업(학교 교육과정에 따라 연속 수업이 필요할 경우, 80분 수업하고 30분을 휴식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수업-편집자 말)을 했다.

오늘의 주제 : A4 한 장으로 나를 표현해 보아요!!
"A4 종이 한 장으로 나만의 조각상,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사물을 만들어 보자. 그리고 다 만든 친구들은 그것을 제목으로 시를 써보자."


초등학교 4학년이 생각하기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주제일 수 있지만 4년 동안 연극 수업을 함께 해온 친구들이었다. 선생님 눈빛만 봐도, 선생님의 몇 마디 만으로, 선생님의 간단한 동작만으로 각자 무엇을 표현할지 생각하고 자신 있게 활동에 들어가는 친구들이였다. 종이 조각을 만들고 시를 쓴 후 한 명씩 발표를 시작했다.
 
 눈송이
눈송이 김경옥


# 자신의 마음을 '눈송이'에 비유하며 쓴 시

눈 송 이 - 한0율
눈이 그쳤다가 내렸다가 폭설이 내려 버렸다.
나도 화냈다가 착했다가 미친 듯이 게임을 하고 말았다. 미친 듯이


눈이 녹아 버렸다. 눈이 해가 나와 녹듯이
나도 금방 피곤해졌다. 몰폰을 들켜서 나도 녹는다.

눈이 바람에 흔들리자
나도 게임에 흔들리자
 
 아이들이 쓴 시
아이들이 쓴 시김경옥
 
#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그릇'


그릇 - 김0지

그릇이 음식들을 지지해 주고 있는 것처럼
나도 친구들을지지 해주고 싶다.

그릇이 음식들을 받쳐주고 도움을 주는 것처럼
나도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친구는 '초콜릿'을 만든 친구이다. 이 친구는 말은 더듬어서 친구들과 어울리기 어려워했다. 그런 친구가 자기를 초콜릿으로 표현하고 그 만든 것을 보여주고 시를 천천히 읽었다.

 
 초콜릿으로 쓴 시
초콜릿으로 쓴 시 김경옥
 


#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초콜릿'에 담은 시

초 콜 릿 - 이0준

난 초콜릿
이 조각난 것처럼
다양한 마음을 가졌지.

난 초콜릿
이 조각으로 나눠진 것처럼
다양한 마음으로 너랑 친해지고 싶어.


이 학생은 시를 다 읽고 나서 용기를 내어 말을 더듬으며 조금 거친 호흡으로 친구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친구들아 나는 초콜릿 같은 친구야. 내 마음이 이렇게 조각조각 나있어 그리고 너희들이 내 기분을 상하게 하고 나를 따돌리면 그 조각들이 깨져. 하지만 나랑 잘 놀아주면 너희들한테 달콤한 친구가 될 수 있어."

말표를 마친 학생은 결국 울음을 터트렸고 순간 정적과 교실의 공기가 달라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한 명씩 이 아이에게 다가가서 어깨를 토닥였다. 서툰 말과 서툰 행동이었지만 눈빛만은 진실되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모습이었다.

그날 이후 4학년 학생들은 서로를 배려하는 친구들로 변해 갔다. 모둠을 나눌 때도 이 친구와 하는 걸 꺼렸는데, 그런 모습이 사라졌다. 서로를 마음으로 안아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 문화예술 수업은 나를 표현하고 나의 재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친구들을 사랑하고 작은 교실에서부터 시작되는 사회가 사랑으로, 배려로, 존중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걸 가르치고 있다.

나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닌 함께 어울리고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힘이 문화예술교육이다.

지금은 대학생이 되어있을 00초등학교 4학년 친구들아.
멋지게 자랐을 너희들 모습을 생각하니 뭉클하고 흐믓한 미소가 지어지는구나.
연극 선생님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너희들이 가끔 생각나는데 너희들도 아주 가끔은 아주 가끔은 연극 선생님 생각하고 있지? 보고싶다. 친구들아.

2023년 11월의 어느날, 연극 강사 김경옥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에서 지난 11월 실시한 '2023년 학교문화예술교육 수기 공모전-날자, 예술강사'에서 당선된 글입니다. 글쓴이는 김경옥 연극분야 예술강사입니다.
#예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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