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 시즌3' 임재범, JTBC <싱어게인 시즌3-무명가수전> 제작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는 가수 임재범.
이정민
지난 28일 방송에서 TOP10에 진출한 27호 가수가 "사실 TOP10을 너무 가고 싶었다. 그냥 잘하는 거 하자는 마음이 많았는데 '내가 언제부터 잘하려고 음악을 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번의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말했을 때다.
임재범은 "기회는 저희가 드린 게 아니라 본인이 얻은 거다. 감사하다고 얘기 안 하셔도 된다. 저희도 노래하는 선배일 뿐이고 먼저 노래했다는 것밖에는 더 내세울 건 없다"라는 말을 전했다.
그동안 나는 평가자는 우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실력은 물론이거니와 확실한 기준점과 냉철한 분석을 해야 좋은 심사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안 된다는 걸 임재범 심사위원을 보며 알게 됐다. 진정한 평가자는 이 모든 것 위에 겸손이 더해져야 한다.
또 임재범 심사위원의 심사평을 듣고 있자면 참가자들에 대한 존중이 느껴진다. 항상 평가에 앞서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말을 붙인다. 자신의 말이 정답이 아님을,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한다. 아쉬운 무대에서도 "무대 잘 보았어요"라고, 소름 끼치게 잘 한 무대에서도 "참 잘했어요" 정도로 그치는. 지나친 극찬도, 지나친 혹평도 하지 않는다.
외려 모호한 판정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내가 볼 땐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은 선배의 큰 메시지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흑과 백, 좋고 나쁨 같은 이분법으로 구분될 수 없고 지금은 별로여도 나중에 좋은 것이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심사의 잣대라는 것이 지극히 시대적이고 개인적인 것인데 그것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말을 매회 참가자들에게 들려주고 있는 듯하다.
이날 방송에서 TOP10에 진출하지 못해 눈물을 보인 탈락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여기 심사위원이라고 앉아 있는 저희들도 가수고요. 우리도 어떻게 될지 몰라요. 진짜... 백지영 심사위원님 말대로 우리도 어떻게 될지, 내일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고... 수없이 쓰러지고, 수없이 후회하고, 수없이 포기해 보고, 또 악에 받쳐 노래할 때도 있었고, 내가 행복하고 싶어서 노래할 때가 있었고, 남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서 노래할 때도 있었고... 많은 것들을 겪게 되고 또 겪게 될 거예요. <싱어게인 3>을 통해 시청자분들이 보시고 여러분들 얼굴 기억하시고 응원해 주실 거예요. 분명히."
이 말이 끝나고 임재범은 기립 박수를 쳤다. 탈락자 즉 실패자들에게 보내는 기립박수라니... 여태 오디션 프로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던 모습이었다. 그간 재능과 천재성, 기술적인 면모에만 박수를 쳐왔는데, 그의 평을 듣고 나서 이 자리가 끝이 아닌, 앞으로도 계속 나아갈 참가자들의 인내가 사무쳐 나도 덩달아 박수를 쳤다. 주책없게 들릴 수 있겠지만 함께 눈물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