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집도의 치료 경과 설명피습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수술을 진행한 서울대병원 민승기 이식혈관외과 과장이 4일 오전 서울 대학로 의학연구혁신센터 서성환연구홀에서 치료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권우성
이재명 대표 이송과 관련해서는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다. 서울대병원 측은 "목정맥과 목동맥의 재건술은 난도가 높은 수술이라 수술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워 부산대 요청을 받아들여 수술을 진행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부산대 측은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를 찾은 외상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이송 간 사례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재명 대표 가족과 민주당이 원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말했다.
두 병원의 진술이 엇갈린다. 다만 의료계의 상식으로 볼 때 목정맥 재건술은 서울대가 설명하는 것만큼의 높은 난이도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부산대병원의 명성과 시설, 의료진의 숙련도를 생각했을 때, 충분히 후자의 주장에 신뢰가 간다.
그렇다면 '요청' 부분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보호자가 원하고, 환자가 위급하지 않다면 병원은 환자의 이송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이 경우 병원에서는 '전원 의뢰서'를 발급하고, 전원 보낼 곳에 연락을 취해 가능 여부를 확인한다.
지방 의료가 마주한 '편견'
기자는 올해 상반기에는 흔히 서울의 '빅 5'라 불리는 3차 의료기관에 근무했고, 하반기에는 지방 광역시의 2차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렇기에 서울과 지방의 의료를 있는 그대로 비교할 수 있었다.
지방의 의료는 일부 차이가 있지만 그 규모나 장비, 의료진의 숙련도가 서울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 최신 로봇 장비를 갖추고, 단일공 수술이나 스텐트 시술 등을 수행하는 등 의료진의 실력이나 병원의 시스템이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선진국에 비견될 정도다.
그러나 오늘도 환자들은 수 시간 KTX, SRT,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의 대형 병원으로 향한다. 상반기 서울의 빅 5 병원에는 제주도, 울릉도, 부산에서 원정 치료를 온 각지의 환자들을 볼 수 있었다. 소수의 난치병 환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지방에서 같은 기기로 검사하고, 동일한 약제로 치료할 수 있는 환자들이었다.
많은 이들이 그저 '서울이 더 잘 하겠지'라는 막연한 편견에 기대어 서울로 향한다. 하반기 지방 병원에서는 지방이라는 이유로 편견에 시달리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고는 했다. CT, MRI 검사가 이상하다며 서울에서 의견을 들어보고 다시 지방에 내려와 수술하겠다는 환자, 어느 의사도 살리지 못했을 심정지 환자가 사망했을 때 서울이었으면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보호자까지 있었다. 어쩌면 지방 의료의 문제는 장비, 숙련도, 인력이 아니라 지방을 향한 뿌리 깊은 '편견'인지도 모른다.
진짜 지방 의료를 살릴 수 있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