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플을 삭제한 지 며칠이 지났다. 나는 피아노, 수영, 글쓰기 등 시간을 더 주도적으로 쓴다.
픽사베이
아직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조금 더 푹 자고 개운하게 일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출근 준비를 하며 정적속에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다니게 두고, 지하철에서는 다시 짧은 독서를 하거나 뉴스 헤드라인 기사들을 훑는다. 물론 아직은 엄지손가락이 자동으로 인스타가 있었던 자리를 클릭하거나 괜히 허공을 맴돌다 애꿎은 사진첩을 들락날락 하기도 한다.
원래 '집콕'한 주말엔 다른 사람들의 피드를 보며 '아 어디라도 갔어야 하나' 부러워하곤 했지만, 이젠 비교 대상 없이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지난 일요일에는 밀린 책을 읽고, 글쓰기 모임의 글을 쓰다 동네 수영장으로 자유수영을 다녀왔다. 저녁에는 남편과 짧은 산책 후 피아노 연습을 했고. 인증샷 없는 주말은 반찬없이 먹는 맨밥같이 담백하기만 했는데, 곰곰이 음미하니 단맛이 느껴졌다.
아직까지는 다들 '나 빼고 뭔 얘기하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인스타그램의 빈자리는 그리 크지 않다. 눈앞에 음식이 있으면 나도 모르게 계속 집어먹게 되는 것처럼, 손쉽게 접속할 수 있으니 궁금하고 보고 싶었다. 이제 실시간으로 친구들의 소식과 새로운 이슈들을 볼 순 없지만, 소중한 사람들에게 내가 따로 연락하면 된다. 직접 눈을 보고 대면으로 더 많이 만나고 대화하면 된다.
이런 생각을 하니 불안한 마음이 조금씩 잠재워지는 것 같다. 친구들로부터는 대면으로 만나자는 응원의 연락들이 오고, 아예 나와 함께 인스타그램 삭제에 동참한 동지도 생겼다. 마음이 든든하다.
<이토록 멋진 휴식>에서 저자는 FOMO (Fear of Missing Out) 을 JOMO (Joy of Missing Out)으로 바꾸라고 말한다. 이런 말이다.
"무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전전긍긍하지 말라. 오히려 얼마간의 시간과 정신적 여유를 확보하고 기쁜 마음으로 용감하게 자기 길을 가라."
2024년은 뇌가 심심해할 여유 공간을 주고, 거기서부터 또 어떤 길들이 생겨나는지 마음껏 실험해 보고자 한다. 도파민 권하는 사회, 부디 집중력을 잃지 않고 무엇이 중요한지 감별할 수 있는 시력이 조금이나마 길러지기를,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마음의 근력이 생길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룹 'XMZ 여자들'은 세대간의 어긋남과 연결 그리고 공감을 목표로 사소하지만 멈칫하게 만드는 순간을 글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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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기쁨을 더 자주 기록하고 싶은 취미부자 직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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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쓴 인스타 앱 삭제하니 찾아온 놀라운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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