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회의사당 도서관 입구에서 만나는 미네르바. 미네르바는 지혜와 군사 전술을 관장하는 로마의 여신이자 예술, 무역, 전략의 후원자이다.
김보민
아이들을 데리고 시티 투어를 다니는 건 생각보다 큰 인내심이 필요하다. 지도상으로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보여도 건물들 사이 거리가 상당하고, 주요 건물이나 박물관에 입장하면 기본 두 시간 이상 걸어 다녀야 하기에 아이들과 여행하기는 만만치 않았다. 예를 들어 이런 거다. 구글맵을 찍어보니 걸어서 10분이 걸린다. 실제로 걸어보면 30-40분 걸린다.
아이들은 앞만 보고 걷지 않는다. 돌멩이가 나오면 발로 차야 하고, 나뭇가지가 나오면 주워야 한다. 올라가서 걸어갈 수 있는 돌계단이나 돌덩이가 나오면 죄다 올라야 하고, 오르내리기를 반복할 수도 있다. 아이스크림 트럭을 보고 밥도 먹기 전에 아이스크림을 사달라는 아이를 달래야 하고, 달래다 혼내야 하고, 아이스크림도 못 먹고 혼나는 바람에 입술이 삐죽 나온 아이를 달래야 하고, 그러다 한 번 더 혼내기도 한다. 자로 잰 듯 반듯한 직선 코스의 인도에서는 두어 번 이상 달리기 시합을 벌여야 하고, 그러다 자빠지는 아이의 무릎을 확인해야 하고(어린이들 바지에 난 구멍은 대부분 자빠져서 생긴 구멍이다), 우는 녀석은 또 달래야 하고, 다리가 아파서 도저히 못 걷겠다고 하면 업어야 한다.
유사한 상황은 여행 내내 일어났고,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이라 이젠 그러려니 하며 아무렇지도 않다. 여행 둘째 날, 내셔널 갤러리를 갔다가 흑인 역사박물관에 가는 일정이었는데, 길에서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사용한 나머지 흑인 역사박물관 예약 시간을 맞춰야 해 내셔널 갤러리는 포기했다.
궁금했던 그들의 이야기
국립흑인역사문화박물관은 외관부터 웅장했고, 실내는 많은 관람객으로 붐볐다. 지하 3층에서 시작해 지하 1층에서 끝나는 전시장을 먼저 찾았다. 미국 흑인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장이었다.
1400년대, 유럽인들은 아프리카에서 잘 살고 있는 흑인을 납치해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으로 팔아 넘겼다. 커다란 배에 박스를 적재하듯 사람을 가지런히 눕혀 실은 그림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대륙으로 팔려 온 흑인 노예들을 어떻게 대우했을 지 그들을 배에 실은 모습에서부터 상상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