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꾸준히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일종의 'To Do List'를 만들고 있다
최은경
1월은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 좋은 달이다. 예전에는 빼곡한 책장을 보며 독서 목표를 세우기도 했고, 점점 닳아가는 체력을 보며 운동을 결심하기도 했다. 비록 연말이 되면 한쪽 구석에 쌓인 책과 함께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기 마련이었지만. 밀려오는 현타와 함께 새해 목표 세우기를 포기한 지 2년. 지금은 꾸준히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일종의 'To Do List'를 만들고 있다.
계속 읽을 것
얼마 전, 책장을 정리하면서 이제는 줄거리조차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몇 권의 책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책을 왜 샀더라?'
처음에는 분명 꼭 읽고 싶다 혹은 소장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구매했던 책들이 어느새 책장에 방치된 채 먼지만 쌓여가고 있었다. 더하여 읽고 싶은 책을 도서관에서 대출한 뒤로 줄곧 책상 한 켠에 쌓여있는 모습까지 보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온라인 속에 컨텐츠가 다양해질수록 책보다는 핸드폰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쇼츠, 숏폼, SNS 등등 짧은 영상과 글에 익숙해질수록 집중력은 떨어졌고, 이제는 얇은 책 한 권을 다 읽는 데에도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해졌다.
맞춤법이나 문해력과 관련된 기사가 쏟아져도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한동안 세우지 않았던 독서 목표를 다시 만들어보려고 한다.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오래, 계속 할 수 있는 계획으로 말이다.
계속 쓸 것
처음에는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되고자 쓰기 시작했던 글을, 언제부터인가 좋아하는 순간들을 기록하기 위해 쓰고 있다.
글을 쓰는 건 여전히 버겁고 어려운 일이다. 잘 써지지 않는 문장을 붙잡고 수십 번을 고치고 지우면서 어찌저찌 글을 마무리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퇴고를 하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때가 더 많다.
그래도 예전보다 글이 깔끔해지는 걸 보면 뿌듯하기도 하다. 여전히 첫 문장을 쓰는 것도, 글을 이어나가는 것도, 마무리를 짓는 것도 어려워 모니터만 멍하니 바라보는 시간이 대부분이지만. '하다 보면 뭐든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쓰고 있다.
작년 이맘때쯤만 해도 내가 쓴 글이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건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동아리 멤버 중 한 분의 제안으로 시작한 시민기자 활동은 글쓰기의 괜찮은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그러다보니 쓰고 싶은 글이 생기기도 했다. 쓰기 위한 글이 아닌 쓰고 싶은 글이. 미숙함투성이인 글이 더 나아지는 걸 보기 위해 그리고 지나가는 모든 순간들을 기록하기 위해 2024년에도 계속 써보려고 한다.
계속 사랑할 것
나는 아직 덕질을 하고 있다. 오히려 예전보다 좋아하는 것들이 더 늘어나버렸다.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무언가를 좋아하면서 사는 삶이 가장 행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어사전에서는 어떤 사람이나 존재, 사물이나 대상을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과 남을 이해하고 돕는 마음을 모두 사랑이라고 말한다. 사랑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고 포괄적인 뜻을 품은 단어였다.
그렇다면 누군가를 배려하는 마음과 선의도 사랑에 포함되지 않을까. '결국 사랑이 이겨'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지금의 어지러운 세상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졌다. 그만큼 사랑은 무언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은 것부터라도 조금씩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올해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사랑을 담아보려고 한다.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 것, 조금은 특별한 사람들이 불편한 시선에 갇히지 않는 것. 그렇게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그룹 'XMZ 여자들'은 세대간의 어긋남과 연결 그리고 공감을 목표로 사소하지만 멈칫하게 만드는 순간을 글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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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흘러가는 것들을 사랑하는 20대. 평범한 일상의 순간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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